[옐로카드] 함께 한 쇼트트랙, 혼자였던 팀추월

[옐로카드] 함께 한 쇼트트랙, 혼자였던 팀추월

함께 한 쇼트트랙, 혼자였던 팀추월

기사승인 2018-02-21 15:03:05

쇼트트랙 대표팀과 팀추월 대표팀의 상반된 행보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19일 김보름과 박지우, 노선영으로 구성된 팀추월 대표팀은 7위의 성적으로 준결승 진출이 무산됐다. 20일 김아랑, 심석희, 최민정과 김예진, 이유빈으로 구성된 쇼트트랙 대표팀은 3000m 계주 결승전에 출전해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경기가 끝난 후 팀추월 대표팀에는 비판이, 쇼트트랙 대표팀엔 찬사가 쏟아졌다. 

성적 때문만은 아니었다. 두 팀이 보인 상반된 모습이 여론의 온도차를 만들었다. 

3명의 선수가 한 조를 이루는 팀추월은 각 팀 마지막 주자의 골인이 팀 기록으로 남는다. 따라서 번갈아가며 동료를 이끌고, 밀어주는 팀플레이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하지만 이날 경기에서 김보름과 박지우는 뒤처진 노선영을 멀찍이 내버려둔 채 결승선을 통과해 논란이 됐다. 중계 캐스터와 해설자도 차마 말을 잇지 못하게 만드는 광경이었다. 흔치 않은 장면에 해외 언론도 의아함을 표했다. 

여기에 김보름과 박지우가 눈물을 쏟는 노선영을 외면하고 그에게 성적부진의 책임을 전가하는 인터뷰 등이 전파를 타고 송출되면서 이는 단숨에 ‘왕따 논란’으로 번졌다.  

‘노선영이 따돌림을 당했다’는 여론이 힘을 얻자 국가 대표 자격 박탈을 요구하는 청와대 청원까지 등장했다. 

김보름과 백철기 총감독이 기자회견을 통해 해명에 나섰지만 여론은 여전히 들끓고 있다. 여기에 노선영이 SBS와의 개별 인터뷰에서 기자회견 내용을 정면으로 반박하며 논란에 기름을 부었다. 

진실공방 속에서 확실한 것은 대표팀에 불화가 존재한단 것이다. 노선영의 발언과 여태까지의 정황으로 미뤄볼 때 '모래알 대표팀'은 예고된 사태나 다름없다. 처음부터 다른 곳을 바라보던 이들이 ‘팀’이 될 수 있을 리 만무했다. 

반면 쇼트트랙 대표팀은 끈끈한 호흡을 보이며 ‘팀’이라는 것이 무엇인지 보여줬다. 

준결승에서 이유빈이 넘어졌음에도 불구하고 각자의 위치에서 최선을 다하며 1위를 지켜냈고 결승전에선 미끄러지고 터치가 불발되는 등의 악재가 덮쳤지만 꿋꿋이 선두를 탈환하며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개인기량만으로 이뤄 낸 성과라고 할 순 없다. 숱한 훈련을 함께했기에 가능했다. 최악의 상황을 고려한 시뮬레이션을 만들었고 이를 반복적으로 수행했다. 이런 쇼트트랙 대표팀에겐 팀추월 대표팀이 의사소통 부재의 원인으로 삼은 관중들의 함성이 응원이자 에너지였다. 

끈끈한 유대감도 쇼트트랙 대표팀의 가장 큰 무기 중 하나였다. 심석희는 폭행 사건 등의 악재 속에서도 팀을 위한 일념으로 훈련에 집중했다. 맏언니 김아랑은 실격과 부진으로 마음고생을 한 최민정과 심석희를 감싸 안았다. 1500m 종목에서 자신은 4위에 그쳤지만 최민정에 대한 축하를 아끼지 않았다. 그런 김아랑은 다시 최민정이 보듬어줬다.

최민정은 금메달을 따낸 뒤 “혼자서는 절대로 할 수 없을 일이었고, 팀원들을 믿고 자신 있게 했기 때문에 할 수 있었던 것”이라며 “혼자 딴 것이 아니라 기쁨이 2배”라고 웃었다.

경기 후 남은 사진에서 쇼트트랙 대표팀은 언제나 함께였다. 반면 팀추월 대표팀이 함께 자리한 사진은 드물었다. 경기 후 인터뷰에서도, 기자회견에서도 이들은 팀이 아니라 개인이었다. 

국민은 이제 메달 색깔로 선수들의 노력 여하를 판단하지 않는다. 최선을 다했고, 하나 된 조직력을 보였다면 아낌없이 뜨거운 박수가 쏟아진다. 그러나 팀추월 대표팀에게선 국가대표로서의 면모를 찾아볼 수 없었다. 

팀추월 대표팀은 21일 7, 8위 순위 결정전을 앞두고 있다. 노선영이 출전 의지를 밝힌 가운데 나머지 두 선수는 출전 여부가 불투명하다. 이들이 논란을 딛고 나란히 빙상 위에 설 수 있을지도 미지수다.

문대찬 기자 mdc0504@kukinews.com

문대찬 기자
mdc0504@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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