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이태환은 자칭 ‘투 머치 토커’다. 낯선 사람과도 금세 스스럼없이 친해지고 한마디를 물으면 열 마디가 되돌아온다. 최근 서울 논현동 한 카페에서 만난 이태환에게 최근 종영한 KBS2 주말극 ‘황금빛 내 인생’ 종영 소감을 묻자, 지난 작품의 경험까지 털어 놓으며 솔직한 답변을 이어갔다. 총 50부작인 드라마의 촬영을 앞두고 “중간에 뛰어나가지 않을까”라는 걱정을 했지만, 마치고 나니 한 층 성장했다는 설명이다.
“전 작품도 50부작 드라마였는데 쉽지 않았어요. 처음부터 잘하려는 마음에 에너지를 모두 쏟다 보니까 후반부로 갈수록 힘이 떨어졌죠. 그렇게 지쳐있던 상황에서 ‘황금빛 내 인생’을 시작하려니 겁이 났던 게 사실이에요. ‘끝까지 마치지 못하는 건 아닐까’ 불안한 마음도 들었지만 시작 전부터 감독님께서 저에게 믿음을 많이 주셨어요. 덕분에 저도 저에 대한 믿음을 가지고 출발할 수 있었죠. 중간에 캐릭터 노선에 대한 고비가 왔을 땐 상대 배우에게 의지하기도 했고요. 다행히 서지수(서은수)에게 제 감정을 ‘올인’했던 후반부터 좋은 평이 점차 늘었어요. 전작이 많이 힘들었던 만큼, 배운 게 많은 셈이죠.”
촬영에 들어가면 한 해의 반이 지나는 50부작 드라마를 연달아 두 편 찍는 것이 부담스럽지는 않았을까. 이태환은 MBC ‘아버님 제가 모실게요’에 이어 ‘황금빛 내 인생’을 선택한 이유에 관해 “긴 호흡으로 생각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100세 시대를 사는 연기자로서 8개월을 투자해 더 많은 것을 배우고 싶었다는 것.
“전작을 마치고 트렌디한 드라마에 출연하고 싶기도 했어요. 하지만 50부작을 연달아 두 편 촬영하면 배우는 게 있겠다는 생각에 출연을 결심했죠. 배우로서 멀리 보고 한 선택이었어요. 연기자는 30대라는 말을 많이 들었어요. 20대는 준비 과정이라고 생각하면서 에너지와 연기 폭을 점차 넓혀 나가고 싶어요.”
이처럼 연기에 대한 열정이 넘쳐나는 이태환을 보면 어릴 적부터 끼가 남달랐을 것 같지만, 이태환은 “어릴 적엔 학교밖에 모르는 소심한 성격이었다”며 웃음을 보였다. 이어 “고등학교에 진학하며 모델 일을 시작하고 성격이 점차 바뀌었다”고 덧붙였다. 누군가 주목하는 것도 두려워했던 소년 이태환은 어떻게 모델과 연기자를 꿈꾸게 됐을까. 이태환은 “우연히 텔레비전에서 차승원 선배를 보고 막연히 모델을 꿈꾸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직업이나 진로에 대해서 이르게 고민했던 편 같아요. 중학생 때 한 예능 프로그램에서 차승원 선배를 보고 ‘정말 재미있다’라고 생각했어요. 그 후에 채널을 돌리다가 런웨이를 걷고 있는 차승원 선배를 봤는데, 진짜 멋있었어요. 그때부터 차승원 선배처럼 모델이 되고 싶다는 생각에 큰 용기를 냈죠. 고등학교를 관련 학과로 진학했고 소심했던 성격도 점차 바뀌어 지금의 ‘투 머치 토커’에 이르렀네요.”
우연히 마주친 한 장면이 이태환의 인생을 바꾸었듯, 용기를 내 선택한 ‘황금빛 내 인생’은 이태환의 연기 인생에 전환점이 됐다. 이태환이 ‘황금빛 내 인생’에서 얻은 가장 큰 소득은 멜로에 대한 두려움이 사라졌다는 것이다. 이태환은 극 중 상대역을 맡은 서은수와 좋은 호흡을 선보이며 멜로에 대한 자신감과 용기를 얻었다고 귀띔했다.
“멜로에 대한 두려움이 있었는데 이번에 많은 분들이 좋게 봐주셔서 용기를 얻었어요, ‘황금빛 내 인생’ 덕분에 지금까지 가졌던 여러 부담감을 내려놓을 수 있을 것 같아요. 이제 부담감을 내려놓고 새로운 것을 받아들일 준비가 됐죠. 다음 작품은 무엇이 될지 모르겠지만, 초심으로 시작할 수 있을 것 같아요. 멜로에 용기를 얻었으니 더 많은 영역에서 좋은 모습을 보여드릴 수 있지 않을까요.”
인세현 기자 inout@kukinews.com / 사진=박태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