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칼럼] 건설업계, 국제회계기준(IFRS)상 진행기준과 세무처리는

[경제칼럼] 건설업계, 국제회계기준(IFRS)상 진행기준과 세무처리는

기사승인 2018-04-03 15:40:34

지난 겨울은 유난히 추웠다. 겨울한파의 원인은 역설적이게도 지구온난화라고 한다. 왜 그럴까? 지구온난화는 북극 기온을 올렸고, 상승한 북극 기온은 북극한파를 막아주는 제트기류를 약화시켜 북극의 찬 공기를 내려오게 하여 결과적으로 한국의 겨울을 춥게 했다는 것이다. 북극과 한국의 공기가 서로 연결되어 있어서 한 쪽의 변화가 다른 쪽에 영향을 준 것이다.

이러한 사례는 회계와 세무의 관계에서도 발견된다. 기업의 세금계산은 회계처리에 기초하기 때문에 세금계산은 회계기준의 변화에 영향을 받는다. 즉 회계기준이 변하면 세무처리가 달리질 수 있다. 기업회계와 세무회계의 차이는 납세자가 해야 할 세무업무의 부담을 늘린다. 

올해 상장회사가 적용해야 하는 회계기준에 변화가 있었다. 수익 인식 기준에 대한 새로운 기준서(K-IFRS 1115)가 올해부터 적용된다. 이 기준서로 인해 바뀔 회계기준 중 하나가 ‘진행기준’이다. 진행기준이란 건설공사처럼 장기간 용역을 제공하는 계약을 수행하는 경우 공사를 위한 비용이 투입되는 정도에 따라 공사수익을 인식하는 방법이다. 이러한 진행기준에 관한 회계처리의 변화는 세무처리에 어떠한 영향을 줄까? 건설업종의 세무처리를 중심으로 살펴본다.

◇완성설비 공사, 회계와 세무처리 달라

새 기준서의 도입 소식은 건설업계에 충격을 주었다. 새 기준서에 따르면, 건설회사는 자체적으로 수행하는 분양공사에 대한 수익을 공사가 진행된 정도에 따라 인식(진행기준)하지 않고, 공사가 완료될 때 분양대금을 모두 수익으로 인식(인도기준) 할 수도 있었다. 이렇게 회계처리되면, 공사 완료 전까지는 수익을 인식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공사기간 중에 받은 중도금도 부채로 처리된다. 쉽게 말해, 돈도 못 벌고 빚만 많은 기업이 될 수도 있다. 

다행히도 건설업계의 이러한 우려는 해소될 것으로 보인다. 최근 국제회계기준 질의회신 연석회의는 새 수익 기준서 아래에서도 자체 분양공사에 대해 공사가 진행된 정도에 따라 수익을 인식(진행기준)할 수 있다고 해석했다고 한다. 세법에서도 수익을 이렇게 인식하므로 세무처리는 회계처리와 큰 차이가 없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진행된 정도(공사 진행률)를 측정하는 방법에서는 다소 차이가 발생할 것으로 보인다. 새 기준서에 따르면, 공사 과정에서 엘리베이터와 같이 완성된 설비를 사서 설치하는 경우, 이 설비는 공사 진행률 측정에서 제외된다. 하지만 세법의 경우, 설비의 원가를 별도로 분리하여 진행률을 측정하는 것은 인정되지 않는다. 결국 완성된 설비를 설치하는 공사의 경우 회계처리와 세무처리가 달라져서 납세자의 업무가 복잡해질 우려가 있다. 

건설사는 계약을 체결하기 위하여 계약 체결 전에 비용을 지출하는 경우가 많다. 새 기준서에 따르면 이러한 비용은 공사기간 중에 일정 금액을 비용으로 나눠 인식한다. 하지만 세무처리를 할 때에는 계약을 수주하기 위하여 미리 지출하는 수주비는 그 계약이 확정되는 때에 모든 금액이 비용에 포함된다. 따라서 계약 전 지출비용에 대한 회계처리와 세무처리는 차이가 발생한다. 이러한 차이는 납세자의 업무를 복잡하게 할 것으로 보인다.

◇수익인식기준의 변경, 세무처리 부담

세무와 회계는 연결되어 있다. 법인세에 있어, 세무는 세법에서 정한 기준에 맞추어 회계금액을 조정하는 과정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회계의 변화는 세무에도 변화를 줄 수 있다. 

새 기준서의 진행기준에 관한 규정은 주로 공사수익을 언제 시점에 인식할 것인가의 문제를 다루고 있다. 세무처리와 회계처리의 차이가 총수익에는 변화 없이 공사기간 안에서 인식하는 수익에만 변화를 준다면, 세무처리를 회계처리와 달리하는 것이 비효율적일 수 있다. 장기적으로 세수에는 큰 영향 없이 납세자의 세무업무에 부담을 주기 때문이다. 새 기준서의 도입이 세법의 기본 원칙을 지키는 범위 안에서 납세자의 업무 부담을 가중시키지 않기를 기대해 본다. 글=김태훈 회계사·딜로이트 안진회계법인 세무자문본부


김태구 기자 ktae9@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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