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카가 창단 후 처음으로 리그 오브 레전드 챔피언스 코리아(롤챔스) 결승에 진출했다. 기상천외한, 그러나 선수의 실력에 대한 신뢰가 잔뜩 묻어나는 밴픽이 승리의 일등공신이었다.
아프리카는 8일 서울 서초 넥슨 아레나에서 열린 2018 롤챔스 스프링 시즌 플레이오프 2라운드 경기에서 kt 롤스터에 세트스코어 3대1로 승리했다. 1세트를 내줬으나, 이어지는 3개 세트를 내리 따내며 결승행을 확정했다.
기발한 밴픽이 승리로 이어졌다. 이날 아프리카는 승리한 매 세트마다 비장의 카드를 1개씩 내놓으며 kt의 밴픽 작전에 혼선을 일으켰고, 픽의 색깔을 뚜렷하게 살리며 승리로 연결했다.
먼저 2세트에는 하드 탱커로 꼽히는 말파이트를 선보였다. 아이템 트리도 일반적인 것과 달랐다. 얼어붙은 건틀릿 대신 삼위일체를 가며 카밀 상대로 라인전 주도권을 빼앗기지 않는 효과를 거뒀다. 이에 kt의 후반 보험 카드였던 카밀은 상대적으로 빛이 바랬다.
3세트에는 ‘지휘관의 깃발’을 1번째 코어 아이템으로 구매하는 미드 카르마 전략을 선보였다. 이를 통해 상대 탈리야의 로밍력을 억제하며 픽의 이유를 제한시켰다. 경기 후 최연성 감독은 “준비된 전략이었다”며 “여러 다른 팀과의 스크림을 통해서도 아이디어를 차용하기도 한다. 탈리야랑 한 10번 반복해서 붙어봤다. 성적도 괜찮았다”고 뒷이야기를 밝혔다.
4세트에는 미드 야스오를 꺼내 들었다. 최연성 감독은 첫 세트가 아닌, 시리즈를 리드하고 있는 상황에서 꺼내는 것까지 염두에 두고 있었다. 그는 “폭탄처럼 파괴력 있는 상황이 나오면 4경기 때 무너진 상대 팀워크를 완전히 부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소소하게 1킬, 2킬 따는 것보다 한 번 터지는 게 훨씬 효과적이라고 생각했다”고 귀띔했다.
오늘 야스오를 플레이한 ‘쿠로’ 이서행은 경기 후 방송 인터뷰에서 “이런(야스오) 픽들이 굉장히 많다. 야스오는 그 수많은 픽 중 하나다”라며 폭넓은 챔피언 폭에 대한 자신감을 드러냈다. 사실 아프리카가 기발한 밴픽을 선보인 것은 오늘만의 일이 아니다. 이미 올 시즌만 해도 탑 루시안, 정글 뽀삐와 녹턴, 미드 베이가, 아이템 ‘정당한 영광’을 골자로 하는 코그모 등을 선보였다.
서포터 ‘투신’ 박종익 역시과거 쿠키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비주류 챔피언은 상대방 입장에서 만나보지 못했다는 것부터가 강점”이라고 밝힌 바 있다. 그는 “그런 픽(비주류 챔피언)이 늘 옳다고 생각한다. 충분히 검증 과정을 거쳤기 때문에 대회에서 사용했던 것”이라며 숙련도에 대한 자신감을 내비친 바 있다.
한편 이들이 결승에서 맞붙을 상대 킹존 드래곤X 역시 자유로운 밴픽으로 명성을 떨치고 있는 팀. 예상을 뛰어넘는 양 팀 선수들의 챔피언 폭이 우승 트로피의 향방에 어떤 영향을 끼칠지 관심이 모인다.
서초│윤민섭 기자 yoonminseop@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