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 스핏파이어와 서울 다이너스티는 오버워치 리그 개막 전 가장 유력한 우승후보로 꼽혔다. 런던은 오버워치 APEX 시즌4에서 우승한 GC 부산의 주력 멤버를 전원 흡수했고, 서울은 시즌2·3 우승팀인 루나틱 하이의 핵심 멤버를 대거 영입한 까닭이다.
하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대다수의 예상과는 다른 모양새로 리그가 흘러가고 있다. 런던은 스테이지1 타이틀 매치에서 우승을 차지한 이후 급격한 하향세를 탔고, 결국 최근 진행된 스테이지3에서는 타이틀 매치 진출에 실패했다.
서울은 더욱 참담한 시즌을 치렀다. 이들은 오버워치 리그가 3번의 스테이지를 진행하는 동안 단 1번도 타이틀 매치에 출전하지 못했다. 앞서 펼쳐진 2번의 스테이지에서 5위와 4위에 오른 이들은 최근 스테이지3에서 7위를 기록, 평범한 중위권 팀으로 자리매김했다.
사실 두 팀이 시즌 개막 전부터 주목받은 것은 오버워치 APEX에서의 찬란한 기록 때문만은 아니었다. 선수단이 한국인으로만 구성돼 의사소통에서 앞서나간다는 장점 또한 호성적 예측의 근거가 됐다. 실제로 이들과 같이 한국인으로만 구성된 또 하나의 팀, 뉴욕 엑셀시어는 그 장점을 십분 살려 스테이지2·스테이지3 타이틀 매치 연속 우승을 차지했다.
오버워치 전문가들은 서울과 런던이 ‘합’, 이른바 팀워크 면에서 발전이 더디다고 입을 모은다. 한 오버워치 리그 해설위원은 “한국 지역이 상향평준화가 잘돼있어 치고 나가는 그림이 많이 나왔다”며 “그러나 리그가 진행되고, 스테이지를 거듭하면서 서양 쪽의 수준이 따라 올라왔다”고 말했다.
이어 “서울이나 런던은 발전이 많지 않았다. 리그 도중 선수에 대한 이슈도 있었다. 가령 런던은 ‘버드링’ 김지혁의 부상 등으로 인해 메인 로스터가 계속 바뀌었다”며 “본인들이 잘하는 걸 못 찾는 것처럼 보인다”고 현 상황을 분석했다.
문자 그대로 ‘평범한 팀’이 돼버린 서울에 대해서도 비슷한 의견을 냈다. 그는 “과거 루나틱 하이는 피지컬(개인기량)로 승부하는 스타일이었다. 그러나 최근 리그가 상향 평준화되면서 피지컬만으로는 게임을 이길 수 없어졌다”며 “영리하게 합을 맞춰야 하는데 그런 부분에서 부족한 점이 드러나기 시작했다”고 진단했다.
또 “메인 탱커와 메인 힐러, 두 자리에 공백이 생기기 시작하면서 뒤쳐졌고, 결국 조합도 잘 못 맞췄다. 어떤 선수가 어떤 포지션에서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를 갈팡질팡하고, 본인이 잘하는 걸 제대로 찾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다른 해설위원은 런던과 서울이 오버워치 리그의 특성 및 메타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데에서 부진 원인을 찾았다. 그는 “오버워치 리그는 길다. 다른 팀들은 초반에 고전했지만 후반에 확실히 합이 맞아떨어지면서 발전하는 게 느껴졌다. 이미 오랫동안 호흡을 맞춰온 서울과 런던은 이런 부분에서 눈에 띄는 발전이 없었다”고 평가했다.
아울러 “한 스테이지에 10게임이나 되는 리그다. 좋은 성적을 거두려면 타이틀 매치까지 길게 봐야 한다”며 “아직까지는 토너먼트에 익숙한 한국 팀에게는 아쉬운 부분이다. 대회 룰도 기존에 한국에서 하던 것과는 많이 다르다”고 리그 적응 문제를 꼬집었다.
리그가 마지막 스테이지만을 남겨놓은 현재 런던은 리그 3위(20승10패 세트득실 +38), 서울은 4위(19승11패 세트득실 +19)에 올라있다. 5위 LA 발리언트(18승12패 세트득실 +21), 6위 필라델피아 퓨전(18승12패 세트득실 +9), 7위 휴스턴 아웃로즈(16승14패 세트득실 +13), 8위 LA 글래디에이터즈(16승14패 세트득실+5) 등이 기세 좋게 치고 올라오고 있는 만큼 플레이오프 진출을 낙관하기란 어렵다.
오버워치 리그의 마지막 스테이지는 오는 17일 시작한다. 트레이서의 카운터로 주목받는 신규 영웅 브리기테가 추가되면서 메타에도 큰 변화가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런던과 서울은 마지막 메타 변화 앞에서 각성할 수 있을까. 영광을 되찾기 위해서는 반드시 그래야만 한다.
윤민섭 기자 yoonminseop@kukinews.com
사진=서울 다이너스티, 블리자드 엔터테인먼트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