웹툰을 원작으로 했기 때문일까. 최근 종영한 tvN ‘김비서는 왜 그럴까’에는 독특하고 코믹한 캐릭터가 가득하다. 이영준(박서준)을 시작으로 박유식(강기영), 고귀남(황찬성), 봉세라(황보라) 등 얼굴만 봐도 웃을 준비를 하게 만드는 캐릭터들이 즐비하다. 그 중심을 잡는 것은 항상 꼿꼿한 자세와 미소로 주변인들을 대하는 김미소(박민영)다. 김미소 비서의 결심이 드라마의 시작이고, 그녀 주변 사람들 이야기가 곧 드라마의 줄거리가 된다. 처음부터 끝까지 흔들리지 않고 중심을 잡아야 하는 캐릭터였다.
지난달 31일 서울 학동로 한 카페에서 만난 배우 박민영도 이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박민영만 잘하면 된다’는 기사를 읽고 공감했다는 얘기도 스스럼없이 꺼냈다. 하지만 처음 대본을 받았을 때는 이렇게 사랑받을 줄 몰랐다고 털어놨다.
“대본을 처음 받았는데 제 캐릭터가 제일 평범한 거예요. 정보를 전달하는 대사가 많아서 포인트를 주기도 힘들었고요. 주변에 돋보이고 웃기는 캐릭터들 사이에서 내가 제일 무난한 캐릭터가 되겠구나 하고 생각했어요. 감독님도 똑같이 말씀하셨어요. 제가 중심을 잡아줘야 한다고요. 그런데 편집본을 보고 생각이 바뀐 거예요. 김미소가 갖고 있는 무난함이 보시는 분들에게 자연스럽게 느껴지지 않았나 싶어요. 부속실 사람들도 모두 미소를 사랑해주니까 보시는 분들도 ‘예뻐 보인다’, ‘매력 있어 보인다’고 하신 것 아닐까요.”
다행히 김미소는 실제 박민영과 많이 닮았다. 항상 미소를 지어야 하는 직업인 건 물론, 술주정 부리는 모습까지 비슷했다. 박민영도 “충분히 공감할 수 있는 캐릭터여서 연기하기 편했다”고 털어놨다.
“드라마를 찍다보니 미소가 저랑 많이 비슷하더라고요. 술주정 장면은 작가님이 제가 술 마신 모습을 보셨나 싶을 정도로 비슷했어요. 제가 술 마시면 계속 웃는 스타일이거든요. 감독님이 영상에서 너무 술 냄새가 난다고 편집한 장면도 있을 정도로 리얼하게 했어요. 또 저도 직업상 미소를 짓는 경우가 많은데 김미소도 그랬죠. 가장이란 설정도 와 닿았고 대사 중에도 비슷한 점이 많아서 연기하기 편했어요. 특히 ‘누군가의 비서도 가장도 아닌 내 인생을 찾고 싶다’는 대사는 제가 드라마를 하고 싶다고 생각하게 만든 문장이기도 했어요. 제 또래라면 성별에 상관없이 공감할 대사라고 생각했쬬. 저랑 비슷한 친구라는 생각에 처음엔 욕심이 생기고 고민을 많이 했어요. 며칠을 붙잡고 있다가 ‘미소가 나라고 생각하면 풀리지 않을까’ 싶어서 그렇게 연기했더니 편해지더라고요.”
박서준과의 열애설에 대해서도 적극적으로 해명했다. 전혀 사실이 아닌 일이 화제가 되어 드라마가 평가받을 시간을 뺏고 동료 배우들의 인터뷰에 영향을 미치는 것에 너무 미안했단다. 출입국 기록을 다 공개할 수 있다고 할 정도로 열애설은 사실이 아니라고 항변했다.
“드라마가 끝나면 팀원들을 자랑해야겠다고 생각했는데 제가 그걸 다 망친 것 같아서 너무 죄송했어요. 어제(30일) 그 친구들이 인터뷰를 했는데 다 제 열애설로 기사가 나더라고요. 얼굴을 못 들 정도로 미안했어요. 왜 이렇게 기사가 날 수밖에 없었는지도 생각해봤고, 혹시라도 내가 그렇게 소문이 날만 한 행동을 한 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많이 했어요. 기사도 다 읽어봤는데 모아놓은 증거를 보니까 제가 봐도 그럴듯하더라고요. 하지만 증거 중에 맞는 게 없어서 억울했어요. 팔찌나 여권을 가져와서 출입국 기록도 다 보여드릴까 하는 생각까지 했어요. 다 어머니랑 갔던 거거든요. 또 비밀 커플이었으면 제가 왜 SNS에 사진을 올려서 흔적을 남기겠어요. 물론 상대방에게 호감도가 없다고 말씀드릴 순 없어요. 함께 연기하고 많은 배려를 받으면서 좋은 점만 봤으니까요. 하지만 사귀는 건 아니에요. 혹시 소문의 빌미를 제공한 게 저라면 제가 잘못했다고 생각해요. 많은 분들이 작품으로만 봐주셨으면 좋겠어요.”
박민영은 앞으로의 계획도 밝혔다. 드라마도, 영화도 좋지만 곧바로 할 생각은 없다. ‘김비서가 왜 그럴까’에서 동료 배우들의 연기를 보며 코믹한 캐릭터를 해보고 싶다는 욕심도 생겼다.
“다음엔 영화를 해보고 싶어요. 장르도, 역할의 크기도 상관없어요. 제가 재밌게 연기할 수 있는 캐릭터면 좋겠어요. 드라마도 좋아요. 하지만 방금 드라마를 끝내서 또 나오면 식상할 수 있잖아요. 김 비서로 봤는데 몇 달 뒤에 다른 작품을 또 하고 있으면 저라도 헷갈릴 거 같아요. 나중에 ‘김비서가 왜 그럴까’ 같은 재밌는 작품을 또 하고 싶다는 생각도 있어요. 평소에 웃는 것도 좋아하고 재밌는 것도 좋아해서 찍을 때 행복한 느낌을 많이 받았거든요. 웃기는 캐릭터에 매력도 느꼈고요. 생각보다 저랑 잘 맞는 것 같더라고요.”
이준범 기자 bluebell@kukinews.com / 사진=나무엑터스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