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채시라의 마음을 3년 만에 움직인 작품이 나타났다. 지난해 12월 첫 미팅을 시작으로 긴 준비 끝에 시작한 20부작 MBC 주말드라마 ‘이별이 떠났다’였다. 최근 ‘이별이 떠났다’를 마무리한 채시라를 지난 8일 서울 도산대로 한 카페에서 만났다. 채시라는 자신이 작품을 선택한 것이 아니라, 작품이 자신을 끌어당겼다고 했다.
“끌림이 가장 컸던 것 같아요. 작품이 제 마음을 움직였다고 봐야죠. 마음을 움직이는 작품 만나는 게 쉽진 않잖아요. 일단 영희가 처한 상황 자체가 흥미로웠어요. 한 달도 쉽지 않은데 3년 동안 집 밖에 나가지 않은 여자의 마음을 표현하는 것이 꽤 재밌겠다 싶었죠. 제가 여태까지 보여드리지 않은 모습을 보여드릴 수 있겠다는 생각도 들었고요. 처음 대본을 읽을 때 제가 대사를 어떻게 하고 어떤 행동을 하는지 그림이 그려졌어요. 그 순간 '이번 작품은 해야겠구나' 싶었죠.”
인물의 마음과 대사, 드라마 전체를 바라보는 채시라의 이야기만 들어도 그가 얼마나 많은 준비를 했는지 느껴졌다. 특히 원작 웹소설에서 본 삽화에 관한 이야기도 했다. 검은색 슬립을 입은 여자가 담배를 들고 있는 그림이 주인공 서영희에 대해 많은 걸 말해준다고 했다. 하지만 영희와 스물 한 살인 정효(조보아)의 관계가 모성으로 비춰지는 것에 대해 놀랐다고 했다. 채시라는 ‘이별이 떠났다’를 모성이 아닌 여자들의 이야기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저희는 이 이야기를 여자들의 이야기라고 생각했어요. 영희와 정효의 관계도 ‘아들의 여자 친구’보다는 ‘여자 대 여자’로 받아들였고요. 그 중심에 영희가 있는 것 뿐이죠. 김세영(정혜영)과 김옥자(양희경)의 이야기도 각자 여자로서의 이야기라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모성애 이야기로 바라보는 시각은 조금 마음에 들지 않았죠. 이전에 없던 새로운 여자들의 이야기로 받아들여지면 어땠을까 싶어요.”
드라마가 방송되기 전에 열린 제작발표회에서 대부분의 배우들이 출연 계기로 채시라의 존재를 꼽았다. 연출을 맡은 김민식 PD까지 학창시절부터 채시라의 오랜 팬이었다고 고백해 웃음을 자아냈다. 채시라는 실제 현장 분위기도 화기애애했다며 다른 배우들과 제작진들이 ‘이별이 떠났다’를 얼마나 즐겁게 작업했는지 이야기했다.
“저한테는 새로운 캐릭터 엄마 캐릭터를 선보일 수 있었다는 데 의미가 있는 것 같아요. 서영희 캐릭터가 이전에 볼 수 없었던 새로운 엄마인 건 확실한 것 같거든요. 또 ‘이별이 떠났다’를 하면서 즐길 수 있을만큼 즐겼어요. 보통 현장에선 빨리 만나서 빨리 찍기 바쁜데, 이번엔 감독님과 이야기를 나누면서 중간 지점을 찾기도 하고 여유 있게 만들었어요. 영화 작업하는 느낌까지 들었죠. 스태프들도 그 과정을 기다려주셨고요. 덕분에 창작의 즐거움을 오랜만에 맛봤던 것 같아요. 그래서 더 행복하고 의미있었어요.”
앞으로 채시라를 더 자주 볼 수 있을지 모른다. 영화에 출연해달라는 팬들의 댓글이 SNS에 달리는 등 더 자주 봤으면 좋겠다는 요청을 듣고 있기 때문이다. 그녀 역시 앞으로는 더 마음을 열고 좋은 작품을 찾겠다는 이야기를 전했다.
“1년에 한 번씩은 얼굴을 보여달라는 얘기를 많이 들어요. 그 얘기를 남편에게 했더니 1년은 두 편씩은 하라고 하더라고요. 집에서 아이들을 보는 것도 좋지만, 제 능력을 더 펼쳐야 하는데 아깝다는 얘기였죠. 팬들도 SNS에서 댓글로 영화에서 보고 싶다는 얘기를 많이 해줘요. 주변에서 다들 그러니까 정말 영화에 더 관심을 가져야 하나 싶어요. 멋진 캐릭터가 있으면 해야 할 것 같은 생각도 들고요. 앞으로 더 마음의 문을 열고 긍정적으로 생각해봐야 할 것 같아요.”
이준범 기자 bluebell@kukinews.com / 사진=씨제스엔터테인먼트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