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볕 더위 만큼 혹독한 일정을 치렀다. 2018 리그 오브 레전드 챔피언스 코리아(롤챔스) 서머 시즌은 유례없는 빡빡한 일정으로 가득 들어찼다. 선수들은 하루건너 하루 경기를 소화했고, 방송사는 주 6일을, 때로는 하루 3경기를 중계했다.
이는 리그 오브 레전드가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시범 종목으로 선정되면서 서머 시즌 일정이 압축된 결과였다. 국가대표팀이 6월 초 지역 예선을, 8월 말 본선을 치르는 까닭이었다. 개막이 20여일 늦어졌지만, 포스트 시즌 일정은 결승 제외 예년과 동일했다.
때문에 몇몇 선수들은 휴식 없이 더운 여름을 났다. 가령 ‘피넛’ 한왕호는 지난 5월20일 프랑스 파리에서 미드 시즌 인비테이셔널 결승전을 치렀다. 그는 짧은 휴식기를 가진 뒤 국가대표팀에 합류해 6월8일부터 10일까지 홍콩에서 아시안게임 지역 예선을 치렀다.
6월 20일 개막 이후 쉴 틈 없이 1라운드를 달린 한왕호는 7월 초 중국 다롄으로 떠났다. 그리고 국제 대회인 2018 리프트 라이벌즈 일정을 소화했다. 귀국 3일 후 바로 경기를 치렀다. 그는 지난 15일 팀이 포스트 시즌에서 탈락하면서 고단했던 일정을 마무리했다.
한왕호는 다시 마우스를 쥔다. 21일 국가대표 출정식을 갖고 27일부터 29일까지 아시안게임 금메달에 도전한다. 이후에는 9월 중순 예정된 월드 챔피언십(롤드컵) 대표 선발전을 준비한다. 소속팀 킹존이 롤드컵에 진출할 경우 10월 10일부터 그룹 스테이지에 합류한다.
3판 2선승제를 활용하는 한국은 원체 경기수가 많은 지역 중 하나다. 아프리카 주전 선수들은 지금까지 52세트를 소화해 전 지역에서 가장 많은 경기에 출전한 선수로 이름을 올렸다. 이는 북미 주전급 선수들이 소화한 20세트의 2배가 넘는다.
그러나 선수 피로도는 2배 이상이다. 한 세트를 소화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20분에서 50분에 불과하지만, 그 20분을 위한 준비 기간은 며칠이다. 밴픽부터 경기 설계까지 마련해야 할 전략 가짓수가 기하급수적으로 불어난다.
여기에 올여름은 급격한 메타 변화, 새벽 스크림의 일상화 등도 선수 피로도에 영향을 끼쳤던 시즌이었다. ‘데프트’ 김혁규는 지난 6월에 “요즘은 해 뜨기 전에 퇴근해본 적이 없다”며 “오늘은 해가 뜨기 전에 퇴근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고 말하기도 했다.
유달리 치열했던 순위 경쟁도 끝까지 긴장을 풀 수 없는 이유였다. 지난 7일 정규 시즌을 끝마친 젠지 최우범 감독은 경기 후 인터뷰 자리에서 “지난 1달 동안 제대로 쉰 적이 없을 정도”라고 밝혔다. 젠지는 시즌 마지막 날 순위가 확정됐다. 시즌 중 휴식은 요원할 수밖에 없었다.
팬은 볼 경기가 많으면 행복하다. 그러나 수준 높은 경기가 많으면 더 행복하다. 리그 경기의 질을 유지하기 위해서라도 선수의 휴식은 보장돼야 한다. 그 어느 때보다 볼거리가 풍성했던 시즌, 유일한 아쉬움이었다.
윤민섭 기자 yoonminseop@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