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두환씨가 5·18 재판 출석을 거부했습니다. 이유는 알츠하이머입니다. 맞습니다. 퇴행성 뇌 질환으로 기억력을 포함한 인지기능이 악화되는 그 병입니다.
5·18민주화운동 당시 ‘헬기 사격’을 증언한 고(故) 조비오 신부에 대한 사자 명예훼손 혐의를 받는 전씨의 재판은 결국 궐석재판으로 진행됐습니다. 광주지법 형사8단독 김호석 판사는 27일 이 사건의 첫 공판기일을 열었습니다. 변호인이 밝힌 전씨의 불출석 사유는 ‘알츠하이머 투병으로 인한 단기 기억상실 상태’입니다.
전씨가 정말 알츠하이머를 앓고 있다면 여기서 한 가지 의문점이 생깁니다. 2017년 4월 출간된 전씨의 회고록은 과연 어떻게 썼느냐는 것이죠. 재판부도 이 같은 질문을 전씨 측에 던졌습니다. “알츠하이머를 2013년 전후로 앓았다고 하는데, 회고록을 2017년에 출간한 것은 모순이 아니냐.”는 김 판사의 물음에 변호인은 “회고록은 오래전부터 준비한 것으로 안다. 2013년 가족들이 전씨의 이상 증세를 보고 병원을 찾아 확인했다. 증세 악화 전 출간된 것 같다.”고 답했습니다.
당혹스러운 전씨의 알츠하이머 소식에 고 조 신부의 조카 조영대 신부와 5·18 유가족들은 분노를 감추지 못했습니다. 조 신부는 언론 인터뷰에서 “전씨의 이번 법정행이 5·18에 대한 사과의 첫 발걸음이길 기대했고 그가 죄를 조금이나마 반성하게 하는 계기였는데 그마저도 전씨는 발로 차버렸다.”고 지적했습니다. 5·18기념재단은 성명을 발표하고 “1980년 그날의 잘못된 선택처럼 여전히 그는 자신의 과오를 참회하고 용서를 구할 소중한 기회를 또다시 잘못된 선택으로 날려버렸다.”면서 “스스로 반성과 참회가 없다면 길은 하나, 준엄한 법의 심판만이 해답”이라고 일갈했습니다.
걱정입니다. 전씨의 건강이 아니라 그가 법의 심판을 피할 길을 찾을까 우려됩니다. 옥중 단식과 검찰의 압수수색 탓에 알츠하이머를 앓게 되었다는 전씨의 주장도 터무니없지만, 이렇게 해서라도 법 앞에 서지 않겠다는 그의 의지에 헛웃음이 납니다. 전씨는 알아야 합니다. 알츠하이머 발병이 사실이라 하더라도, 당신은 기억을 잃을 자격이 없다는 것을 말이죠.
민수미 기자 min@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