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보다 더 최악이다. 지난해 5~6위에서 턱걸이를 했다면 이제는 하위 스플릿을 걱정해야 되는 처지다. FC 서울 이야기다.
서울는 16일 오후 4시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KEB하나은행 K리그1(클래식) 28라운드에서 무기력한 경기 끝에 대구 FC에 0-2로 패했다.
서울은 지난달 초 3연승을 내달리며 반전을 일궈내는 듯 했으나 이후 5경기에서 1무 4패로 부진의 늪에 빠졌다.
문제는 반전의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경기력에서 서울은 좀처럼 반등하지 못하고 있다. 전체 구단 중 점유율 2위(51.9%)에 해당하지만 면면을 살펴보면 실속이 없다.
서울은 이날 경기력에서도 대구에 완패했다. 서울은 표면적으로 4-3-3 전술을 꺼냈지만 실제론 4-5-1을 운용했다. 스리톱 좌우에 선 에반드로와 윤승원이 아래로 내려와 4+5의 그물을 만들었다.
서울은 초반부터 강력한 압박으로 대구를 옭죄었다. 대구는 침착하게 뒤쪽에서 템포를 죽여 나갔다. 대구는 중앙 볼 배급 후 사이드로 침투하는 선수에게 원 터치로 볼을 넘기는 방식으로 서울의 수비를 흔들었다.
서울의 공격은 결과물로 이어지지 않았다. 에반드로와 윤승원이 좌우를 바꿔가며 상대에게 혼란을 줬지만 뚜렷한 효과는 없었다. 최근 좋은 폼을 유지 중인 안델손이 번뜩이는 퍼포먼스를 종종 보였지만 굳게 걸어 잠근 대구의 골문을 좀처럼 열지 못했다.
서울의 빌드업은 완벽히 읽혔다. 키 패스가 수비에게 막혔고, 드리블은 빈번히 실패했다. 들쑥날쑥한 잔디 또한 빌드 업의 장애물이었다.
이 가운데 실수도 잦게 나왔다. 전반 30분 양한빈의 패스 미스를 에드가가 캐치해 슛으로 연결했다. 양한빈이 간신히 막아내며 스스로 위기를 해결했지만 나와선 안 될 집중력 결여 문제였다.
오히려 대구가 공격상황에서 좋은 기회를 만들었다. 전반 대구는 8개 슛(4개 유효슛)으로 서울(4개 슛/2개 유효슛)보다 찬스를 많이 만들었다.
선제골은 대구의 차지였다. 전반 34분 빌드 업 상황에서 에드가가 감각적인 힐 패스로 김대원에 볼을 줬다. 김대원이 오른발 인사이드 슛으로 가볍게 마무리했다. 서울 수비가 모두 들어온 상황에서 완벽하게 당한 실점이었다.
후반 9분 원정팀이 추가골을 넣었다. 이번에도 서울은 수비 진형을 모두 갖춘 상황이었다. 오른쪽 사이드에서 침투패스를 받은 장성원이 편안하게 크로스를 올렸다. 에드가가 수비 사이에서 끊어먹는 헤더로 골망을 갈랐다.
이후에도 서울의 위기는 계속됐다. 후반 17분 세징야가 마음먹고 중거리 슛을 때렸다. 양한빈이 몸을 날려 간신히 막았다. 2분 뒤엔 강윤구가 올린 크로스를 에드가가 유효슛으로 연결했다. 골키퍼 정면으로 갔다. 후반 26분 세징야가 2선에서 노마크 찬스를 맞았다. 왼쪽 구석을 찌르는 회심의 슛이 골키퍼 양한빈의 선방에 막혔다.
서울은 마티치를 투입해 ‘용병 스리톱 체제’를 구축했다. 마티치가 타겟맨으로 역할을 했지만 주도권을 넘겨준 상황에서 결정적인 기회는 오지 않았다.
이대로는 미래가 없다. 2016년 우승컵을 든 뒤 하락세가 뚜렷하다. 특단의 조치가 없다면 서울은 시즌 막바지 강등권 경쟁을 벌이고 있을지도 모른다.
상암 | 이다니엘 기자 dne@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