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벤처투자가 정부 출자로 만들어진 한국모태펀드를 운영하면서 3000억에 육박하는 손실을 낸 것으로 드러났다. 손실이 늘어나고 있지만 한국벤처투자는 펀드 수탁을 맞긴 자펀드 운용사에 책임을 전가하고 있다. 오히려 수천만원에 달하는 임직원 성과급은 매년 챙겼다. 국민의 혈세로 조성된 모태펀드의 운영 관리 부실과 방만 경영을 지적받는 이유다.
24일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소속 박정 의원(더불어민주당)에 따르면 한국벤처투자는 최근 3년간 정부의 투자를 받은 한국모태펀드를 2722억원 손실처리했다. 이 가운데 문화 및 영화 분야에 투자해 손실을 본 금액은 914억원으로 33.6%에 달한다.
손실액은 ▲2015년 21개 기업 60억원 ▲ 2016년 109개 기업 564억원 ▲ 2017년 196개 기업 1717억원으로 점차 늘어나는 추세다. 올해도 40개 기업에 투자한 381억원이 손실처리됐다.
특히 박근혜 최순실 국정농단 및 문화계 비리가 판을 치던 2016~2017년 사이 문화 및 영화 분야 손실액은 818억원으로 최근 4년간 관련 분야 전체투자 손실액(914억원)의 90%에 달한다.
한국벤처투자는 모태펀드를 수탁할 자펀드 운영사를 선정해 이를 통해 중소기업, 창업 및 벤처기업, 지방기업, 문화·영화분야 등 특수목적달성을 위해 투자하고 있는 중소기벙벤처기업부 산하 기타공공기관이다. 중소기업 등 최종 투자기업에 대한 직접적인 관리운영 권한은 없지만, 자펀드 운영사에 대한 관리·감독에 책임을 지고 있다.
하지만 펀드 투자에 손실이 발생하더라도 소송비용 및 기간, 자펀드 운영사와의 관계, 제재의 실효성 부재 등으로 사실상 펀드 운용에 손을 놓고 있다.
이와 관련 박정 의원은 “자펀드 운영사와 투자 중소기업 간 부정한 방법으로 펀드 투자금을 유용한 경우라도 제재는 수수료를 10%에서 9% 감액에 불과하다. 실질적인 펀드 운영·관리시스템이 존재하지 않는 셈”이라고 지적했다.
실제 한국벤처투자는 모태펀드에서 출자한 펀드 약 450개를 약 120개 운용사를 통해 투자하고 있다. 이 중 중소기업벤처부에 의해 위법으로 적발되는 운영사는 연간 15~20개사로 6곳 중 1곳이 위법을 저지르는 것.
예컨대 A기업은 모태펀드를 통해 27억5000만원 투자받았지만, 대표가 법인인감을 들고 도주하는 사건이 발생한 바 있다. 투자받은 기업의 임원이 용역회사를 차리고 용역대금을 수령한 후 폐업한 사례도 있었다.
이처럼 펀드 운영 부실에 따라 손실이 발생하고 있지만, 한국벤처투자의 임직원들은 매년 수천만원에 달하는 성과급을 수령하고 있다.
직원의 경우 1인당 평균 보수액은 지난해 기준 7300만원 수준이다. 이 가운데 실적 수당과 성과상여금으로 1000여만원을 수령했다. 또한 상임기관장(사장)은 문화영화계 손실액이 많았던 2016~2017년 연간 2억4500만원의 보수를 챙겼다. 이 가운데 성과상여금은 7700만원에 달한다.
이와 관련 한국벤처투자 관계자는 “투자 손실액은 전체 투자액(약 7조) 가운데 4% 수준에 불과하다. 오히려 연간 수익률은 7%에 달한다”며 억울함을 호소했다.
그러면서 “한국벤처투자는 기업을 직접 처분하지는 못하고 운용사를 관리‧감독하는 업무를 한다. 손실이되면 회수할 수 없다. 투자해서 실패한 경우가 있을 수 있는거다. 벤처투자가 모든 기업에서 돈을 버는게 아니다”고 해명했다.
박정 의원은 “국민의 혈세로 조성된 한국모태펀드가 한국벤처투자의 방조와 관리시스템의 부재로 손실이 늘어나고 있다”면서 “중소기업, 창업 및 벤처기업 육성, 혁신생태계 조성이라는 설립 목적에 맞게, 펀드가 적시적소 지원되기 위해서 투명한 관리시스템 도입과 운영 부실에 대한 책임을 물을 수 있는 제도가 시급히 마련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태림 기자 roong8@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