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절한 쿡기자] 승소와 계약 해지, 그리고 보이콧

[친절한 쿡기자] 승소와 계약 해지, 그리고 보이콧

승소와 계약 해지, 그리고 보이콧

기사승인 2018-11-15 12:22:57


누군가는 승소했고, 누군가는 회사를 떠났습니다. 또 다른 누군가는 회사와 팬 간의 다툼 한복판에 서 있죠. 모두 아이돌과 소속사, 혹은 소속사와 팬들의 갈등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먼저 가수 전효성은 전 소속사인 TS엔터테인먼트와의 법정 공방에서 이겼습니다. 지난해 9월 전효성이 “2015년 600만원을 받은 뒤 단 한 차례도 정산금을 받지 못했다”는 이유를 들면 TS엔터테인먼트 측에 전속계약 효력 부존재 확인 소송을 제기한 이후 1년도 넘게 지속된 갈등이었습니다.

하지만 결국 지난 14일 전효성은 전 소속사를 상대로 낸 전속계약 효력 부존재 확인 소송에서 승소했습니다. 재판부(제12민사부)는 원고와 피고 사이의 전속계약이 이미 해지된 상태임을 확인해줬고, 전 소속사가 전효성에게 미지급 계약금 및 정산금 1억3000여만 원을 지급하라고 선고했죠. 이에 대해 지난달 전효성과 전속계약을 새롭게 체결한 토미상회 엔터테인먼트 측은 “전효성의 활동이 자유로워진 만큼 하루 빨리 대중들에게 좋은 모습을 보여 드릴 수 있도록 하겠다”고 전했습니다.

펜타곤 이던은 소속사를 떠났습니다. 소속사 큐브엔터테인먼트는 14일 “이던과 전속계약 해지에 합의했다”고 밝혔습니다. 지난달 15일 현아가 소속사를 떠난 지 한 달 만에 공개 연인인 이던도 같은 선택을 한 것이죠.


현아와 이던은 지난 8월 교제 사실을 직접 인정하면서 소속사와 갈등을 빚었습니다. 두 사람의 열애설에 대해 소속사 측은 “친한 동료일 뿐”이라고 선을 그었지만, 현아가 다음날 언론을 통해 이던과 2년 째 교제하고 있다고 직접 밝히면서 논란이 됐죠.

이후 두 사람과의 신뢰 회복이 불가능하다고 판단한 소속사는 이들을 회사에서 내보내겠다고 발표했다가 반나절 만에 입장을 번복하는 일도 있었습니다. 활동도 중단되고 계약 해지도 진행되지 않자, 현아가 소속사 대표에게 자필 편지를 보내 계약 해지를 요구하기도 했습니다. 우여곡절 끝에 소속사와 현아-이던은 각자의 길을 가게 됐습니다.

마마무는 팬들과 소속사의 갈등에 끼어 있습니다. 지난 10일 마마무 팬 연합 측이 마마무의 '포시즌(4season) F/W 콘서트' 연기를 요구하는 성명문을 발표하며 시작된 논란입니다. 마마무 팬 연합은 아티스트의 처우 개선과 다음달 개최 예정인 마마무 콘서트의 연기를 소속사 RBW 측에 요청했습니다. 마마무가 무리한 일정을 소화하는 것, 그로 인해 부상 등 멤버들의 건강 문제가 염려된다는 것이 이유였습니다. 해당 사항을 수용하지 않으면 콘서트를 보이콧하겠다는 얘기였습니다.


소속사는 해명과 사과 입장을 발표했습니다. “팬들의 의견을 세심하게 살피지 못하고 심려를 끼쳐 죄송하다”, “다시는 이러한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팬들의 다양한 의견에 귀를 기울이고 소통하겠다”는 내용이었죠. 하지만 콘서트 연기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며 예정대로 진행하겠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하지만 팬들은 무성의한 피드백을 받아들일 수 없으며 콘서트 보이콧을 강행하겠다는 태도를 보이고 있습니다.

아이돌 소속사를 둘러싼 세 가지 사건 모두 지난 14일 하루 동안 일어난 일입니다. 아이돌 산업에 종사하는 연예기획사들이 모두 어린 가수들을 착취하는 악당으로 일반화할 수는 없습니다. 앞서 언급한 사건들만 봐도 명확하게 시시비비가 가리기 어려운 일들입니다. 오해로 벌어진 일일 수도 있고 서로의 잘못이 뒤섞여 구분하기 어렵게 됐을 수도 있습니다. 당사자들도 정확히 어디서부터 잘못된 것인지 알기 어려울지도 몰라요.

생각해보면 대부분 사건에서 연예인 개인의 목소리가 들리는 경우는 거의 없습니다. 대부분 소속사 법인의 입장이 회자되곤 하죠. 행동의 범위도 좁은 편입니다. 전효성은 새 소속사를 찾는 방법을 택했고, 현아는 소속사 대표에게 자필 편지를 썼습니다. 마마무는 팬들이 나섰고요. 매번 논란이 벌어질 때마다 소속사보다는 아이돌이 더 약하고 불리한 입장으로 보이는 건 저만의 착각일까요. 차라리 착각이었으면 좋겠습니다.

이준범 기자 bluebell@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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