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동양사태 이후 5년이 흘렀다. 동양증권은 이제 유안타증권으로 자리를 잡았다. 이름만 바뀐 것이 아니라 국내 증권사와는 다른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한국과 대만의 문화 차이에서 오는 괴리감들이 있지만, 유안타증권은 두 조직문화의 장점을 결합하며 성장하는 모습을 보였다. 특히 수평적 호칭문화 및 업무 보고 방식, 워라밸(일과 삶의 균형) 보장 등 외국계 금융사의 장점이 조직 내부에 스며들며 직원들의 만족도를 높이고 있다.
◆일은 일, 사생활은 사생활
대만 유안타의 가장 큰 특징은 호칭에서 보여진다. 그들의 문화에선 직급으로 서로를 부르지 않는다. 대표도 마찬가지다. 예컨대 한국 유안타 공동 대표인 황훼이청 씨를 대만 유안타에서는 직원들이 ‘바비’라고 부른다. 바비는 그의 영어 이름이다.
유안타증권 인사팀의 손종희 차장은 “대만 유안타 직원이 처음 통역하는 과정에서 한국은 직급으로 높여부르는 것을 알고 당황해했다”라면서 “(그 직원이)한국에 통역을 할때는 직급을 붙여 통역하고, 대만 유안타 관계자에게 말할때는 이름으로 부르며 내용을 전달했다”고 설명했다.
평등한건 호칭만이 아니다. 대만의 문화는 남녀간 평등하다는 설명이다.
손 차장은 “대만 유안타의 경우 성희롱이 거의 없어 성희롱 예방교육이 없다”라면서 “또한 여성 임원이나 팀장도 국내보다 비율이 높은 편이다. (우리도)인수 후 여성 지점장이 크게 늘었다”고 말했다. 실제 유안타 여성 지점장 비율은 5%에서 10%로 늘어났다.
일과 사생활을 철저히 분리하는 점도 대만 조직문화의 특징이다. 대만 유안타의 출퇴근 시간은 오전 8시부터 오후 5시까지다. 오후 5시를 넘어 퇴근하는 일이 거의 없다고 한다. 회식 또한 1년에 두 번정하며 1차에서 끝난다. 직원들의 사생활을 보장하기 위해서다.
하지만 개인의 저녁을 보장해주는 만큼 일하는 시간에는 일에 집중해야 한다. 언뜻 들으면 당연한 소리 같지만, 그들이 생각하는 집중과 우리가 생각하는 집중의 개념이 다르다. 예를 들어 대만 유안타 직원들은 오전 8시부터 오후 5시까지는 흡연, 카페커피 마시기 등을 자제해야 한다. 정해진 휴식 외에 잠깐의 휴식도 허락되지 않는다. 이런 점은 한국이 더 자유롭다는 설명이다.
건강검진 등의 복리후생도 ‘회사’가 아닌 ‘개인’의 부담으로 생각한다. 국내의 경우 회사가 직원들에게 의료비, 학자금, 경조금, 사복기금 대출 등 다양한 지원을 해주지만, 대만 유안타의 경우 엑스레이 검사 등 기본적인 건강검진만 회사 강당에서 시행한다.
◆맞춰가는 과정서 외국계 장점만 쏙
동양증권에서 유안타증권이 된 후 가장 크게 변한 점은 업무 보고 방식이다. 과거에는 수직적인 보고 방식이었다면, 이제는 실무 담당자와 팀장이 같이 대표에게 보고를 한다.
손 차장은 “대만에선 실무 담당자가 대표에게 직접 보고를 한다. 정확한 내용은 담당자가 더 잘 알기 때문에 팀장과 실무 담당자가 함께 보고를 하도록 바뀌었다”라면서 “특히 대표님들의 방 문을 언제나 열어 놓는다. 이점이 ‘마음의 벽’을 없애는 역할을 한 것 같다”고 말했다.
바뀌어 가는 조직문화 중 직원들이 가장 환영하는 것은 근로시간 단축 문화다. 이른바 칼퇴 문화를 확대 중이란 설명이다. 매주 금요일 마다 그리고, 휴일 전일은 자유복장 데이로 정해 놓고 시행 중인 점도 직원들의 만족도가 높다.
손 차장은 “이전에도 이런 문화가 있었지만, 눈치를 보느라 현실적으로 시행되지 못했다. 현재 이런 문화들이 과감하게 시행되고 있는 점이 인수 후 크게 달라진 조직문화”라고 설명했다.
다만 “간혹 한국과 대만의 문화 차이에서 오는 괴리감들이 있다”며 “서로 다른 두 문화를 계속 맞춰가는 과정”이라고 덧붙였다.
조직문화 외에 바뀐 점이 또 있다. 감사, 컴플라이언스(준법통제), 소비자 보호 기능이다. 인수 후 유안타증권은 컴플라이언스팀을 본부로 개편하고 준법감시팀과 소비자보호팀으로 분리해 기능을 강화했다는 설명이다.
김태림 기자 roong8@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