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이 반도체 피해자 시민단체 ‘반올림’과 중재위원회로부터 받은 중재안에 합의, 이르면 다음 달부터 피해자 지원 보상을 시작한다.
23일 양측이 합의한 협약서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기흥사업장의 제1라인이 준공된 1984년 5월 17일 이후 반도체나 LCD 라인에서 1년 이상 일한 삼성전자 현직자 및 퇴직자 전원과 사내협력 업체 현직자 및 퇴직자 전원을 대상으로 보상을 지원한다. 보상 기간은 1984년 5월 17일부터 오는 2028년 10월 31일까지다. 그 이후는 10년 후 별도로 정할 방침이다.
지원 보상 범위는 암종(백혈병, 비호지킨림프종, 다발성골수종, 폐암 등 16종의 암, 희귀암 중 환경성 질환), 희귀질환(다발성 경화증, 쇼그렌증후군, 전신경화증, 근위축성측삭경화증 등 환경적 요인에 의해 발병한다고 알려진 희귀질환), 유산 등 생식질환(유산 및 사산 포함), 차세대(자녀) 질환(선천성 기형 및 소아암 등 자녀질환 포함) 등이다.
지원 보상액은 백혈병 최대 1억5000만원, 비호킨림프종·뇌종양·다발성골수종 1억3500만원 등으로 책정됐다. 개인별 정확한 보상액은 근무장소, 근속기간, 근무시작연도, 교대근무, 발병연령, 질병의 세부 중증도 및 특이사항을 고려하여 별도의 독립적인 지원보상위원회에서 산정한다. 또한 희귀질환과 자녀질환은 최초 진단비 500만원과 완치 시까지 매년 최대 300만원까지 지원한다. 유산 등 생식질환의 경우 유산은 1회당 100만원, 사산은 1회당 300만원을 지원하며, 최대 3회까지 지원한다.
합의이행을 위한 업무는 법무법인 ‘지평’과 지원보상위원회가, 위원장은 지평의 김지형 대표 변호사가 맡는다. 삼성전자와 법무법인 지평은 조속한 시일 내에 피해자 지원보상을 위한 업무협약을 진행, 곧바로 지원보상 사무국을 개설할 예정이다. 법무법인 지평은 이르면 다음 달 초 사무국을 개설, 올해 안으로 지원 보상을 시작할 계획이다.
뿐만 아니라 삼성전자는 회사의 홈페이지에 사과의 주요 내용과 이 중재판정에 따른 지원보상 안내문을 게재할 예정이다. 이와 함께 지원보상대상자로 판정받은 반올림 피해자에게 최종 지원보상을 받은 날부터 20일 이내에 삼성전자 대표이사 명의로 된 서신 형식의 사과문을 우편 등의 방법으로 개별적으로 전달한다.
아울러 삼성전자는 500억원을 산업안전보건 발전기금으로 출연한다. 출연금은 삼성과 반올림이 정하는 공공기관에 기탁할 예정이며, 전자산업안전보건센터 설치 등 산업안전보건 인프라 구축을 위해 사용된다.
김기남 삼성전자 대표이사(사장)은 이날 협약식을 통해 “소중한 동료와 그 가족들이 오랫동안 고통받으셨는데 삼성전자는 이를 일찍부터 성심껏 보살펴드리지 못했고, 조속히 해결하기 위한 노력도 부족했다”며 “그동안 반도체 및 LCD 사업장에서 건강위험에 대해 충분한 관리를 하지 못했다. 병으로 고통받은 근로자와 그 가족분들께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공식 사과했다.
그는 “삼성전자는 지난달 1일 발표된 중재안을 조건 없이 수용하여 이행할 것을 약속드린다”며 “이번 일을 계기로 삼성전자는 더욱 건강하고 안전한 일터로 거듭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승희 기자 aga4458@kukinews.com, 사진=박태현 기자 pth@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