故 종현 떠난 지 1년…“여전히 ‘빛이 나’”

故 종현 떠난 지 1년…“여전히 ‘빛이 나’”

故 종현 떠난 지 1년…“여전히 ‘빛이 나’”

기사승인 2018-12-18 00:01:00

그룹 샤이니 멤버 키는 지난달 26일 낸 첫 번째 솔로음반에 자신이 직접 작사한 노래 ‘아이 윌 파이트’(I will fight)를 실었다. 키가 노래 속 ‘너’를 특정한 적은 없지만, “세상에 내가 남겨진 의미는 뭔지 / 너도 몰랐을 너를 찾게 해 줄게”라는 가사에서 지난해 세상을 떠난 故 종현을 떠올리지 않기란 어렵다.

18일은 종현의 1주기다. 전날 서울 영동대로에 있는 SM타운 코엑스아티움에선 재단법인 빛이나가 주관하는 ‘빛이나 예술제’가 열렸다. 재단법인 빛이나는 종현의 어머니인 이은경씨가 운영하는 곳으로, 지난 1월 발매된 종현의 유작 ‘포에트 ᛁ 아티스트’(Poet ᛁ Artist) 수익금을 기반으로 세워졌다. 이씨는 이 재단을 통해 청년 문화예술인과 지망생들을 지원해왔다.

올해 처음 열린 ‘빛이나 예술제’는 ‘네가 남겨준 이야기, 우리가 채워갈 이야기’라는 부제 아래 진행됐다. 재단법인 빛이나의 지원을 받는 학생 및 청년 문화예술인과 응모를 통해 선정된 관객들이 이 자리에 참석했다. 팀 동료인 민호, 키, 태민도 이 자리에 함께 했다. 행사장 로비에는 우편함이 마련돼 종현에게 전하고 싶은 글이 담긴 편지를 받았다. 재단법인 빛이나가 제작한 다이어리와 수건도 인근에서 판매되고 있었다. 판매 수익금은 재단의 목적사업과 운영에 쓰인다.

종현은 작곡가를 꿈꾸며 음악계에 발을 들였다. 중학교 2학년, 교내 밴드부에 들어 베이스 기타를 쳤다. 이듬해 청소년 가요제에 나갔다가 SM엔터테인먼트 관계자의 눈에 띄어 연습생으로 발탁됐다. 가요계에 정식 데뷔한 건 그로부터 3년 뒤. 종현이 속한 샤이니는 데뷔곡 ‘누난 너무 예뻐’로 빠르게 인기를 끌었다. ‘줄리엣’, ‘루시퍼’, ‘셜록’ 등 실험적이고 세련된 노래로 ‘K팝의 최첨단’이라는 평가를 얻었다.

그는 뛰어난 보컬리스트인 동시에 유능한 싱어송라이터이기도 했다. 팀 노래는 물론, 가수 아이유의 ‘우울시계’, 이하이의 ‘한숨’, 김예림의 ‘노 모어’(No More) 등을 직접 썼다. 기발한 비유와 간결하면서도 감각적인 표현은 종현의 주특기였다. 자신의 솔로 음반에선 다양한 음악 갈래를 아울렀다. 미래적인 분위기의 팝 댄스곡과 복고풍 알엔비, 서정적인 팝 발라드를 자유자재로 오고갔다.

한 명의 ‘자연인’으로서도, 종현은 본받을만한 청년이었다. 그는 따뜻하고 사려 깊었다. 스물여섯 번째 생일이었던 2015년 4월 8일, 그는 “단원고 학생들 중에서도 나와 생일이 같은 친구들이 있었다”라며 세월호 참사 희생자들을 기렸다. 그보다 앞선 2013년엔 ‘어떤 이름으로 불려도 안녕하지 못하다’며 대자보를 내건 성 소수자에게 “다름은 틀린 것이 아니라는 걸 똑바로 외치시는 모습을 응원한다”는 메시지를 보내기도 했다. 

앞서 언급한 ‘아이 윌 파이트’에서 키는 “안 좋은 페이지 다 태워버리고 따뜻하게 쉬길”이라며 ‘너’의 안식을 빈다. 그리고 샤이니는 네 명이 된 뒤에도 음반을 내고 공연을 하며 팀의 역사를 이어간다. ‘빛이 나 예술제’의 부제처럼, 누군가는 이렇게 종현의 빈자리를 채워가고 있다. 그리고 종현의 이야기는 우리 곁에 남는다. 어쩌면 그 자신의 외로움을 노래했을지도 모를 ‘우린 봄이 오기 전에’는 이제 하나의 위로로 읽힌다. “내 눈물, 내 슬픔 잊”을 봄이 언젠가는 꼭 온다는.

이은호 기자 wild37@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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