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흥민의 질주, 심석희의 눈물… 2018 스포츠 결산

손흥민의 질주, 심석희의 눈물… 2018 스포츠 결산

손흥민의 질주, 심석희의 눈물… 2018 스포츠 결산

기사승인 2018-12-31 05:00:00

[편집자주] 2018년 올해는 스포츠팬들에게 더 없이 의미 있는 한 해가 아니었을까 싶다. 다소 생소한 컬링이라는 스포츠로 국민을 하나 되게 만들었던 ‘팀킴’과 호주오픈 4강 신화를 달성한 정현, 월드시리즈 무대에 한국인 최초로 선발 등판한 류현진까지 국내·외에서 자신의 기량을 뽐낸 스포츠 스타들이 어느 때보다 많았다. 물론 심석희의 눈물의 증언 등 분명한 그늘도 존재했다. 쿠키뉴스가 2018 한 해를 장식했던 스포츠 이슈를 간략히 다뤄봤다.

① 호주오픈 4강, 정현의 물집 투혼

정현(22)은 2018년 한국 테니스 역사를 새로 썼다. 메이저대회인 호주오픈에 16강에서 만난 ‘강호’ 노박 조코비치(세르비아)를 3-0으로 완파하며 준결승에 진출했다.

한국 선수가 메이저대회에서 4강에 진출한 것은 정현이 처음이다. 종전 최고 기록은 이형택이 2000년과 2007년 US오픈에서 기록한 16강이다. 

정현은 4강에서 ‘황제’ 로저 페더러(스위스)와 맞붙었다. 하지만 대회를 치르면서 얻은 발바닥 물집이 손 쓸 수 없을 만큼 악화됐고, 끝내 경기를 포기해 결승진출은 좌절됐다.

페더러는 경기 후 “정현이 느끼는 고통이 얼마나 심한지 알고 있다”며 “정현이 (세계랭킹) 톱10에 들 것은 확실하다. 좋은 선수가 될 것”이라고 칭찬했다.

② “영미~”… 평창 올림픽이 낳은 스타 ‘팀 킴’

지난 2월 개최된 평창 동계올림픽이 낳은 최고의 스타는 여자 컬링대표팀 ‘팀 킴’이다. 

김은정(스킵), 김영미(리드), 김선영(세컨드), 김경애(서드), 김초희(후보)로 이루어진 팀 킴은 컬링 볼모지인 한국을 단숨에 ‘컬링 열풍’으로 몰아넣었다. 친근감 느껴지는 다섯 선수가 세계 최고의 강자들을 상대로 승승장구하는 모습은 국민들에게 감동과 희열을 안겼다. 

‘안경선배’,‘컬벤져스’,‘마늘소녀’ 등 숱한 애칭도 붙여졌다. 경기 도중 김은정이 부르짖는 “영미”는 최고의 유행어가 됐다. 갑작스런 ‘컬링 열풍’에 외신의 관심도 집중됐다. 

비록 결승전에서 스웨덴에 아쉽게 패했지만 한국 컬링 사상 첫 올림픽 메달, 아시아 컬링 역대 최고 성적이라는 위업을 달성했다. 

하지만 팀 킴이 쓴 ‘겨울 동화’의 이면에는 말하지 못할 속사정이 있었다.

팀 킴은 지난 11월 6일 대한체육회와 경북도체육회, 의성군 등에 13페이지 분량의 호소문을 보냈다. 호소문에서 팀 킴은 “김경두 부회장과 장반석, 김민정 감독 등 감독단이 팀을 사유화하고 있다”고 주장해 충격을 줬다. 또 김 부회장 일가가 팀 킴에게 폭언과 욕설 등 인격 모독을 했다는 사실도 알려져 국민들의 공분을 자아냈다. 이로 인해 김 부회장 일가는 컬링 일선에서 물러났다. 

③ 추신수, 출루 머신의 위엄… 52경기 연속 출루

추신수에게 2018년은 최고의 한 해였다. 2013년 12월 22일 텍사스와 7년 총액 1억3000만달러(약 1463억원)의 초대형 FA 계약을 체결한 그는 부상과 부진 등으로 인해 지난해까진 몸값에 걸맞은 활약을 펼치지 못했다. 하지만 변형된 레그킥(타격 전 다리를 들어 올리는 것)을 적용한 타격 폼을 사용하면서 올해 반전을 만들어냈다. 

추신수는 5월14일 휴스턴 애스트로스전에서 멀티 히트를 치며 연속 출루 기록을 시작했다. 

이어 7월 5일 휴스턴전에서 스즈키 이치로가 갖고 있던 아시아 선수 연속 출루 기록을 44경기로 갈아치웠다. 7월 9일에는 훌리오 프랑코가 갖고 있던 텍사스 구단 단일 시즌 연속 출루 기록인 46경기도 뛰어넘었다. 7월 14일엔 볼티모어 원정에서 안타를 때려내며 조이 보토와 알버트 푸홀스의 현역 선수 연속 출루 기록도 새로 작성했다. 

7월 22일 클리블랜드와의 홈경기에서 4타수 무안타로 침묵하며 연속 출루 행진이 52경기에서 마감됐지만, 그간의 놀라운 활약에 생애 첫 올스타에도 뽑히는 영광을 누렸다. 한국인 야수가 메이저리그 올스타전에 출전한 것은 추신수가 최초다.

④ 손흥민의 쐐기골, 독일 침몰하다

러시아 월드컵이 열린 지난 6월, 신태용 감독이 이끄는 한국 축구대표팀은 쓸쓸히 러시아로 떠났다. 월드컵 직전 치른 평가전에서 수차례 보인 졸전 등으로 인해 대표팀을 향한 국민들의 기대감은 바닥에 가까웠다. 대부분의 국민들이 3전 전패를 예상했다. 

스웨덴과의 1차전에서 0-1로 패하자 국민들의 비판은 더욱 거세졌다. 유효 슈팅이 단 한 개도 없을 정도로 경기 내용이 좋지 않았다. 공격적으로 임했던 멕시코전 결과 역시 같았다. 수비수 장현수의 치명적인 실책이 나오며 2경기 연속 페널티킥 실점을 허용했다. 손흥민이 후반 추가시간 환상적인 중거리 슛으로 만회골을 기록했지만 끝내 1-2로 패했다.

마지막 상대는 ‘디펜딩 챔피언’ 독일이었다. 2패를 떠안은 한국은 독일전에서 2점차 이상으로 승리해야 16강 희망이 있었다. 그리고 27일, 한국 대표팀은 역사를 새로 썼다.

대표팀은 독일을 상대로 수비 위주의 전술을 펼쳤다. 골키퍼 조현우의 선방 등으로 결정적인 득점 기회가 수차례 저지되자 반드시 승리가 필요했던 독일 선수들도 조급해졌다. 

결국 한국은 후반 추가시간 김영권의 결승골과 손흥민의 추가골로 독일에 역사상 첫 월드컵 조별 예선 탈락의 아픔을 안겼다. 다리에 힘이 남아 있지 않을 시간임에도 손흥민은 당시 7초 간 50m를 달려 독일의 빈 골대에 공을 밀어 넣었다. 같은 날 멕시코가 스웨덴에 패해 16강 진출에는 실패했지만 이날 승리로 한국 축구는 다시 국민들의 사랑을 되찾았다.

⑤ 아시안게임 금메달, 황의조의 재발견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은 황의조라는 보물을 재발견 할 수 있었던 시간이었다. 

김학범 감독은 와일드카드(23세 이상 선수)로 손흥민과 조현우, 황의조를 선발했다. 월드컵 이후 스타로 떠오른 조현우와 달리 황의조 발탁은 큰 논란을 불러왔다. 기량에 대한 의문도 컸던 데다가 황의조와 김 감독이 사제 관계라는 점이 발목을 잡았다.

하지만 황의조는 실력으로 그간의 논란을 모두 잠재웠다. 대회 7경기에서 무려 9골을 터뜨리며 득점왕에 올랐다. 특히 우즈벡과의 8강전에서 해트트릭을 기록하며 대표팀을 위기에서 구해냈다. 한국은 황의조의 활약에 힘입어 결승에서 일본을 꺾고 금메달을 따냈다.

황의조는 이후 파울루 벤투 감독의 부름을 받아 A대표팀에도 승선해 6경기에서 3골을 터뜨리며 대표팀의 골 갈증을 해소했다. 

한편 황의조는 손흥민과 조현우를 제치고 대한축구협회가 선정한 올해의 선수에 올랐다. 

⑥ 돌아온 괴물, 월드시리즈 마운드에 서다

미국 메이저리그 LA다저스 류현진은 2014년 이후 어깨 부상으로 제 기량을 펼치지 못했다. 어깨 수술을 받은 2015년부터 2016년까지 단 1경기를 소화하는 데 그쳤다.

지난 시즌 준수한 활약을 펼친 류현진은 올 시즌 완벽히 부활했다. 시즌 도중 사타구니 부상으로 오랜 기간 로테이션을 비웠음에도 7승3패 평균자책점 1.97을 기록하며 맹활약했다. 어깨 수술을 받았던 선수라고 믿기 어려울 정도의 모습이었다.

높아진 팀 내 입지를 바탕으로 류현진은 애틀란타 브레이브스와의 디비전시리즈 1차전에 선발로 등판했고 밀워키 브루어스와의 챔피언십시리즈 2차전에도 선발로 나서 공을 던졌다.

또 보스턴과의 월드시리즈 2차전에 선발 등판해 한국 야구의 새 역사를 썼다. 한국인 투수가 월드시리즈에 선발 등판한 것은 류현진이 처음이다. 

⑦ 베트남 축구 영웅으로 떠오른 ‘쌀딩크’ 박항서

지난해 10월 베트남 축구대표팀 지휘봉을 잡은 박항서 감독은 베트남 축구의 새 역사를 써내려가고 있다. 올해 아시아축구연맹(AFC) 23세 이하(U-23) 챔피언십 준우승, 자카르타 팔렘방 아시안게임 4강 진출을 이끌어내더니 ‘동남아 월드컵’인 스즈키컵 우승까지 달성했다. 

박 감독은 이로 인해 베트남 당국으로부터 ‘우정훈장’을 받는 등 국빈 급 대우를 받고 있다. 2002년 월드컵 당시 한국을 4강으로 이끈 거스 히딩크 전 감독의 당시 위상에 버금간다. 

박 감독의 높아진 인기 덕에 베트남 내 한류 열풍도 순풍을 탔다. 박 감독이 모델로 출연하는 제품이 불티나게 팔리고, 한국 음식과 여행, 항공권 등에 대한 관심은 더욱 커지고 있다.

⑧ 심석희의 눈물, 사라지지 않은 체육계 폭행

“이러다 ‘죽을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폭행을 당했다. 그 여파로 뇌진탕 증세가 생겨 올림픽 무대에서 의식을 잃고 넘어지기도 했다.”

쇼트트랙 대표팀의 ‘간판’ 심석희의 증언은 충격적이었다. 그는 17일 수원지방법원 법정동에서 열린 조재범 전 코치의 상습상해 및 재물손괴 사건 항소심 2차 공판에 증인으로 출석해 차마 떠올리기 싫은 과거의 악몽들을 차례로 끄집어냈다.

심석희는 이 자리에서 초등학교 재학 시절부터 조 전 코치에게 상습적으로 폭행과 폭언을 당했으며 초등학교 4학년 때는 아이스하키 채에 맞아 손가락뼈가 부러졌다고 증언했다. 

또 밀폐된 곳으로 끌고 들어가 무자비한 폭행을 저질렀다며 다른 선수들 역시 고막이 찢어지는 등 상해를 입었다고 폭로했다. 이 과정에서 감정이 격해진 심석희는 눈물을 쏟기도 했다. 

조 전 코치는 지난 1월 16일 훈련 중 심석희를 주먹으로 수차례 때려 전치 3주의 상처를 입히는 등 2011년부터 올해 1월까지 4명의 선수를 폭행한 혐의로 기소됐다. 

이 사건은 심석희가 평창올림픽을 앞두고 진천선수촌에서 훈련하던 도중 조 전 코치로부터 폭행을 당한 뒤 선수촌을 이탈하면서 알려졌다. 

문대찬 기자 mdc0504@kukinews.com

문대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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