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트 노동자들이 원하는 것은 소박하다. 안전과 건강, 보장해 달라.”
마트산업노조가 마트 노동자들의 건강과 안전에 대한 사회적 관심을 촉구하고 나섰다. 마트 노동자들이 여러 질환과 사고에 시달리고 있지만, 이를 예방할 규정이나 인식 전환 등 개선책 마련은 미흡하다는 것이다. 특히 마트 노동자들은 통계보다 많은 근골격계 질환에 시달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29일 서울 중구 국가인권위원회에서 열린 ‘마트여성노동자의 노동실태와 쉴 권리 찾기 토론회'에 패널로 참석한 정민정 마트산업노동조합 사무처장은 “일을 하면서 아픈 것은 당연한 일이 아니다. 사업주는 근골격계 질환을 예방하기 위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면서 “우리가 원하는 것은 소박하다. 정부는 제도적으로 마트 노동자의 안전과 건강이 보장 될 수 있도록 해달라”고 호소했다.
이날 마트 노동자들은 현장 증언을 통해 “휴식 시간이 부족하고 휴게실도 협소해 물건 운반 수레에 앉아 쉬고 있다. 제때 화장실에 가기도 힘들다”, “랩질과 칼질을 수도 없이 반복하며 기계처럼 상품을 포장한다”, “남성 근로자도 버거워하는 중량 작업으로 어깨와 허리에 고통을 호소하는 여성 근로자가 많다”며 정부의 노동환경 실태조사와 쉴 권리 보장의 필요성에 대해 입을 모아 역설했다.
특히 여성 마트 노동자들은 감정 노동뿐만 아니라, 육체노동으로 통계에도 잡히지 않는 근골격계 질환 등 여러 질병에 취약한 것으로 드러났다. 복잡한 고용구조로 인한 관리 주체 부재, 불연속적 작업 특성, 제조업 중심의 안전보건시스템, 서비스제일주의라는 산업 특성으로 노동자 건강권에 대한 권리 의식이 낮은 것 등이 문제의 핵심으로 꼽혔다.
마트 노동환경 실태에 대해 이윤근 노동환경건강연구소 소장은 “30년 전에는 업무상 질병자 대다수는 진폐증에 시달렸는데 현재는 근골격계 질환에 고통을 호소하고 있다”면서 “원청과 하청, 파견 등 복잡한 고용형태로 관리 주체가 불명확해, 실제 존재하는 근골격계 질환자들이 통계에는 나타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통계보다도 훨씬 많은 마트 노동자들이 근골격계 질환에 시달리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마트 캐셔 작업은 어깨 회전근에 무리를 주는 작업일 뿐 아니라 장시간 서서 일해야 하므로 하지정맥류에 시달릴 가능성도 크다”면서 “10년 전 연구할 때와 하나도 변한 게 없다. 선진국과 비교하면 우리는 그 실태부터 정확하게 파악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마트노동자의 노통실태 개선 방안에 대해 이 소장은 "노동조합과 노동자들이 참여해 문제점에 대해 알리고 요구하는 것이 중요하다“면서 ”노동 당사자가 직접 위험성과 문제점에 대해 평가하는 틀을 만들어야 한다“고 제안했다. 또 ”고객 우선주의 문화도 바꿔, 배려와 존중이 먼저인 노동 문화를 만드는 인식 개선도 함께 필요하나“고 주장했다.
이날 마트노조에 따르면 국내 근골격계질환자는 전체 업무상 질환자의 절반 이상을 차지해 안전 보건상 가장 중요한 문제로 꼽혔다. 이에 마트노조는 박스 중량제한, 소포장 전환 등 과중한 육체노동 개선과 함께 등받이와 발판, 계산대 의자 비치 등 관련 대책이 시급하다고 요구했다.
강규혁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위원장은 “이윤 앞에 노동자의 안전은 언제나 뒷전이다. '골병’으로 불리는 여성노동자들의 근골격계 질환에 대해서 많은 관심을 당부한다”면서 “박스 중량제한과 소포장 전환 등의 대책과 더불어 휴게 공간 확충, 의무휴업 확대 등에 대한 문제가 논의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전진 기자 ist1076@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