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들 공감을 이끌었던, 종영된 드라마 ‘미생’에서는 이러한 대사가 나온다. 기존 룰에 따르기 보다는 판을 흔들 것. 이미 거대한 시장이 형성된 상황에서 후발주자가 뛰어들기 위해서는 과감하면서 획기적인 무언가, ‘Something else’가 필요하다는 말이다.
제로페이 사용이 제로로 수렴하고 있다. 어느 정도는 예견됐지만 상황은 더욱 처참하다. 정식 서비스를 막 시작한 상황이지만 ‘판을 흔들’ 뚜렷한 대책도 없는 상황이다.
금융감독원 자료에 따르면 올해 1월 한 달간 제로페이로 결제된 건수는 8633건, 결제금액은 약 1억9949만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체 카드 사용금액인 58조의 0.0003%다.
1월말 기준 제로페이에 정식 등록된 4만6628개 가맹점으로 단순 계산해보면, 가맹점당 거래금액은 한 달 동안 4278원에 불과하다. 커피 한 잔 수준인 것이다.
두달전 소상공인의 카드수수료 부담을 덜겠다며 자신있게 선보였던 것에 비하면 낯부끄러울 정도의 성적이다. 물론 기준이 됐던 1월이 시범사업기간이지만 그보다 앞서 예고됐던 문제점이 고스란히 현실로 다가왔다는 점이 문제다.
실적건수와 거래금액에서 나타났듯 가장 큰 문제는 실효성이다. 시범서비스 당시 기준 제로페이를 사용 가능한 곳은 서울시내 전체 업장의 10%도 채 되지않는다.
이는 또 다른 문제인 소비자 접근성으로 이어진다. 서울시 등과 업무협약을 맺은 대형 프랜차이즈 가맹점은 그렇다 치더라도, 소규모 점포 또는 자영업자의 경우 소비자들이 해당 매장이 제로페이가 사용한 매장인지 알 수 없다. 물론 간판 등에 제로페이 가능 업소라고 붙어있지만, 소비자 입장에서 굳이 품을 들여 제로페이를 사용해야하는 ‘의무’는 없다.
이미 제로페이가 시범사업을 시작하기 전부터, 이러한 문제점이 우려됐었으나 바뀐 점은 없었다. 여전히 제로페이를 사용하면 47만원의 소득공제를 받는다는, 연봉 5000만원인 직장인이 2500만원을 제로페이로 결제해야 가능한 비현실적인 혜택 홍보에 집중할 뿐이다.
현재의 제로페이는 ‘소상공인을 위한 정책’이라는 너무나 완벽한 대전제에 매몰돼있다. 어느 누가 이 의도를 비판할 수 있을까. 그러나 방법이 잘못됐다는 점은 명확하다. 소상공인에 집중돼다보니 정작 소비자를 끌어올만한 대책이 없는 것이다.
소비자들은 영리하다. ‘좋은 사회를 위해 써주세요’라는 외침을 닿지 않는다. 판을 흔들기 위해서는 최소한 소비자들의 관심을 끌만한 혜택이 필요하다.
조현우 기자 akgn@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