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기로 한 번 해보겠습니다.”
플레이오프(PO)를 앞두고 열린 미디어데이에서 양홍석(22·KT)이 밝힌 출사표다. 함께 자리한 김종규(LG)가 “패기만 갖고는 안 된다”며 핀잔했지만, 양홍석은 24일 열린 LG와의 1차전에서 보란 듯이 활약하며 자신의 PO 데뷔전을 성공적으로 치렀다.
양홍석은 이날 연장전 포함 34분간 뛰며 15득점 13리바운드로 활약했다.
프로 2년 차에 불과한 양홍석은 올 시즌 기량이 일취월장했다. 지난 시즌 평균 7.6득점 4리바운드를 기록했던 그는 올 시즌엔 13득점 6.7리바운드를 올리며 팀을 5년 만의 ‘봄 농구’로 이끌었다. 이를 인정받아 양홍석은 정규리그 시상식 ‘기량 발전상’의 주인공이 됐다.
데뷔 이후 맞은 첫 PO지만 양홍석은 이날 경기에서 자신의 기량을 마음껏 뽐냈다.
“득점은 두 외국인 선수에게 맡기고, 리바운드 등 궂은일에 집중하겠다”던 각오 그대로, 제임스 메이스와 김종규가 버티는 LG의 골밑에서 분투하며 제 몫을 해냈다.
눈길을 끄는 것은 이날 양홍석이 잡아낸 리바운드 13개 중 공격 리바운드가 무려 8개에 달한다는 점이다. 양 팀 선수단을 통틀어 가장 많은 수치. 2위 김현민(KT)보다도 2개가 더 많다. KT는 이에 힘입어 세컨드 찬스에서만 24득점을 올리며 LG를 고전케 했다.
이밖에도 양홍석은 클러치 상황에서 3점슛을 성공시키는 등 과감한 공격으로 힘을 보탰다.
하지만 그의 활약에도 불구, KT는 이날 연장 접전 끝에 92-94로 패했다.
서동철 부산 KT 감독은 “잡을 수 있는 경기를 놓쳐서 너무나 아쉽다”면서도 “경기 내용은 나무랄 데가 없었다. 정규시즌보다 더 좋은 경기를 했다. 희망을 봤다”고 강조했다.
그는 특히 양홍석에 대해 “오늘 아주 잘해줬다. 오펜스 리바운드 뿐만 아니라 4번 포지션에서의 수비도 잘해줬다. 출전 시간을 조금 더 길게 가져갔어야 했는데 파울이 많아지면서 활용을 많이 할 수 없었던 부분은 다소 아쉽다. 그러나 내용은 정말 좋았다”고 칭찬했다.
한편 KBL 역대 6강 PO에서 1차전을 패배한 팀의 4강 진출 확률은 6.8%에 불과했다. 양홍석이 남은 시리즈에서 지속적인 활약을 펼쳐야만 KT가 ‘바늘구멍’을 통과할 확률도 높아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