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약 안 해” 농담하더니…마약으로 얼룩진 연예계

“나는 약 안 해” 농담하더니…마약으로 얼룩진 연예계

“나는 약 안 해” 농담하더니…마약으로 얼룩진 연예계

기사승인 2019-04-09 14:35:48

“그래서 내가 약을 안 해!” 그룹 빅뱅의 전 멤버 승리는 지난해 JTBC ‘아는 형님’에서 같은 그룹 멤버 지드래곤의 만류로 병원에 가지 못했던 일화를 소개하며 이렇게 말했다. 병원에 가서 약을 처방받지 않더라도 저절로 몸이 낫더라는 내용이지만, 이것이 YG엔터테인먼트 소속 가수들의 마약 적발 사건을 의식한 발언임을 모르는 사람은 없을 게다. 승리는 이 방송에 함께 출연했던 당시 소속사 후배 그룹 아이콘이 JTBC ‘마리와 나’를 언급하자 이런 말도 했다. “발음 조심해야 돼. ‘마리와 나’야. 특히 우리는 조심해야 돼.” ‘마리와 나’의 발음이 마약류인 ‘마리화나’와 비슷하다는 것을 염두에 둔 농담이다.

그리고 바로 그 승리가 속해 있던 단체 카카오톡 대화방에서 마약을 가리키는 은어가 여러 차례 오갔다는 보도가 나왔다. 9일 동아일보에 따르면 승리, 가수 정준영 등이 있던 카카오톡 대화방에 ‘캔디 먹자’ ‘오늘 고기 먹을래?’ 등의 대화가 오고 갔다. 캔디는 대마초, 고기는 엑스터시 합성 마약을 가리키는 은어로 알려졌다. 경찰은 해당 대화 내용을 확보하고, 단톡방 참여자 중 일부가 마약을 투약했을 가능성도 염두에 둔 채 수사 중이다. 뿐만 아니라 정준영의 지인 A씨 주장에 따르면 이 단톡방에 참여한 B씨가 마약 혐의로 체포된 2016년 말~2017년 초에는 단톡방 구성원들이 수사기관의 마약 검사에 걸리지 않는 방법을 공유하기도 했다고 전해졌다.

연예계 곳곳이 마약 사건으로 난리다. ‘한 뚝배기 하실래예’라는 CF 멘트로 인기를 얻은 방송인 로버트 할리(한국명 하일)는 온라인을 통해 마약류를 구입한 혐의로 지난 8일 체포됐다. 경기남부청 사이버수사대는 할리가 마약 판매책에게 수십만원을 입금한 사실을 확인했다. 할리 역시 자신의 혐의 일부를 인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그를 상대로 모발·소변 등을 제출받아 마약 반응을 검사할 예정이며, 조사 결과를 보고 구속영장 신청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다. 할리를 초대한 MBC ‘라디오스타’는 오는 10일 방송에서 그의 분량을 드러내기로 했고, TV조선 ‘얼마예요’, KBS2 ‘해피투게더’ 등도 할리 출연분에 대한 다시보기 서비스를 중단했다. 

아직 실명이 공개되지 않은 연예인도 마약 관련 조사를 받게 될 전망이다. 남양유업 창업주의 외손녀로 알려진 황하나씨가 최근 경찰 조사에서 ‘지인인 연예인 C씨의 권유로 마약 투약을 계속하게 됐다’고 주장하면서다. 경찰은 C씨를 피의자로 입건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C씨에 대한 수사가 본격화되면 다른 연예인의 마약 투약이나 유통 혐의가 불거질 가능성도 클 것으로 점쳐진다. 더욱이 황씨가 평소 SNS 등을 통해 다수의 연예인과 친분을 과시한 바 있어 연예계는 지금 초긴장 상태다.

앞선 버닝썬 사태가 마무리되기도 전에 마약 스캔들이 터져 나오면서 연예계를 향한 성토의 목소리가 높다. ‘버닝썬 VIP’와 故 장자연 사건, 윤학의 사건 등에서 눈을 돌리기 위해 연예인 마약 사건을 이용하는 것 아니냐는 음모론도 나온다.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엔터테인먼트 산업은 연예인과 대중 사이의 신뢰를 기본으로 삼는데, 일련의 사건들로 인해 신뢰가 깨진 상태”라며 “(연예인에 대한) 대중의 실망이 쌓이면서 결국 엔터테인먼트 산업 자체가 위축될 수 있다”고 진단했다.

정 평론가는 거듭되는 도덕적 해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연예계뿐만 아니라 사회 전반에서의 인식 변화가 필요하다고 봤다. “우리 사회의 고질적인 문제가 여기저기서 터져 나오고 있고, 연예인들의 문제가 특히 두드러지는 것 같다”며 “(인식 변화를 위해) 사회 전체가 노력해야 한다. 그런 흐름 안에서 연예계도 지금까지의 관성적인 행태에 대한 반성과 개선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은호 기자 wild37@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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