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동시, 불법 매립된 8000여 톤 폐기물 처리에 골머리

안동시, 불법 매립된 8000여 톤 폐기물 처리에 골머리

기사승인 2019-05-02 15:32:46

“조용하고 한적한 우리 마을에 대량의 폐기물이 불법으로 매립됐다는 소식을 듣고 큰 충격을 받았습니다. 정말이지 나라 전체가 무법천지가 된 것 같았습니다. 땅에 묻힌 폐기물은 또 어떡합니까”

경북 안동시 도산면 온혜리 주민 이승기(65·가명) 씨는 2일 기자와 대화 중 이 같이 하소연했다.

약 8500톤의 폐기물이 매립된 것으로 추정되는 온혜리 한 부지에는 미처 처리하지 못한 각종 폐기물들이 바람에 이리저리 날리고 있었다.

게다가 성분도 알 수 없는 침출수 등이 주변 하천으로 쉴 새 없이 흘러나와 농번기 인근 마을 주민들과 농경지 피해가 우려되고 있다.

이곳에 폐기물이 불법 매립된 사실은 전국을 돌며 공터를 임차하거나 매입해 사업장 폐기물을 몰래 버린 일당이 경찰에 덜미를 잡히면서 드러났다.

지난 1일 경기 화성서부경찰서는 폐기물관리법 위반 혐의로 범행을 주도한 총책 박 모(32)씨와 관리책 양 모(37)씨 등 3명을 구속하고 운반업자 조 모(57)씨 등 33명을 불구속 입건했다.

박 씨 등은 지난해 9월부터 올해 2월까지 안동시 등 전국 7개 지역에서 공터를 빌리거나 사들여 폐기물 3만2300톤을 무단 투기하는 방법으로 48억 원 상당의 부당이득을 챙긴 혐의를 받고 있다.

이들이 버린 쓰레기는 대부분 폐합성수지, 건축 폐기물 등으로 허가된 장소에서 처리돼야 하는 사업장 폐기물인 것으로 전해졌다.

뒤늦게 사실을 알게 된 주민들은 하루 빨리 폐기물 처리를 기대하고 있지만 상황은 그리 녹록치 않다. 부지 주인 등이 수십억 원의 처리비용을 감당할 수 있을지도 미지수인 데다 차일피일 처리를 미루며 시간만 끌 것이 자명해서다.

최근 안동시는 폐기물이 매립된 온혜리 현장을 찾아 상태를 확인했다. 법률에 따라 부지 주인 등에게 구상권을 청구하고 폐기물 처리를 명령하는 등 행정조치를 취할 계획이다.

안동시는 해당 폐기물 처리비용이 약 20~30억 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했다. 이에 따라 폐기물 처리에 상당한 시일이 걸릴 것으로 예상돼 골머리를 앓고 있다.

안동시 관계자는 “폐기물을 불법으로 투기한 일당이 마을주민을 안심시키기 위해 컨테이너 수리 작업장이 들어설 것이라고 속여 단 1건의 민원도 생기지 않았던 것 같다”며 “하루라도 빨리 폐기물을 처리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안동=권기웅 기자 zebo15@kukinews.com

권기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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