쏭싹 테카라타나푸라서트. 생경한 이름 하나가 머릿속에 각인된 것이 발단이었다. 배우 안창환은 드라마 ‘열혈사제’ 인물소개 쓰인 낯선 이름이 호기심을 자극했다고 말했다. 배역명 옆 괄호 안에 ‘한국배우가 외국인 연기를 해야한다’도 흥미롭게 다가왔다. 배우로서 새로운 모습을 보여줄 수 있겠단 생각에 ‘열혈사제’ 오디션에 도전한 안창환은 캐스팅 확정 이후 태닝을 하고 무에타이를 연마하며 구담구에 살고 있는 이주노동자 쏭싹을 만들어가기 시작했다.
‘열혈사제’ 종영 이후 쿠키뉴스 사무실에서 만난 안창환은 이 과정을 즐거웠다고 회상했다. 외국인 연기에 대한 전형성에서 벗어나, 자유롭게 도전할 수 있었던 것이 배우로서 큰 재미였다는 것이다. 방송 후 쏭싹을 연기하는 배우가 한국인인지 태국인인지 의견을 나누는 온라인 반응을 보며 고마운 마음이 들었다는 인사도 덧붙였다.
“쏭싹을 연기하는 건 지금까지 했던 작업 중 가장 즐거운 경험이었어요. 틀에서 벗어나 내가 하는 것들이 정답일 수 있다는 생각으로 여러 가지 것들을 시도했어요. 처음엔 ‘정말 외국인처럼 보여야 한다’는 걱정이 있었어요. 그렇게 보이지 않는다면, 시청자가 작품을 보는데 방해가 될 것 같았거든요. 방송이 시작된 후 다행히 많은 시청자들이 그렇게 봐주셔서 감사한 마음이 컸어요. 시청자의 인정을 받은 후에는 내가 어떻게 보일지에 대한 걱정이나 의심을 하지 않았어요. 내가 하는 모든 행동이 쏭싹이라고 생각하며 연기했죠. 결국 쏭싹은 시청자들이 만들어준 캐릭터예요.”
많은 이들이 태국인이라고 생각할 정도로 캐릭터를 잘 소화했지만, 정작 안창환은 태국에 한 번도 가본 적이 없다. 다만 국내에서 일하는 태국인을 인터뷰한 것이 쏭싹을 연기하며 큰 도움이 됐다. 특히 안창환은 “그분의 성향이나 말투를 참고한 것뿐만 아니라, 고향에 있는 가족에 관한 이야기나 한국에서의 에피소드를 들으며 마음속으로 느끼는 것이 많았다”고 털어놨다.
“쏭싹을 연기하면서 이주노동자의 외로움에 대해 한 번 더 살펴보게 됐어요. 저도 결혼을 했고 아이가 있는데, 만약 한국에 가족을 두고 타지에 가게 된다면 참 어려울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죠. 이주노동자뿐만 아니라 우리 사회에 존재하는 ‘외톨이’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하는 계기가 됐어요.”
대화 도중 가족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자 안창환의 얼굴에 자연스럽게 웃음이 번졌다. 최근 가장 기뻤던 순간을 묻는 질문엔 올해 네 살인 아이에게 어버이날 카네이션을 받았던 것을 꼽았다. 배우자인 연기자 장희정은 든든한 동료이자 늘 고마운 존재다. 오래 유학생활을 한 장희정이 타지에서 지냈던 경험을 이야기해준 것이 쏭싹의 심정을 이해하는 데 큰 도움이 되기도 했다.
“연극에서 영상 매체로 활동 영역을 넓힌 이유도 가족 때문이었어요. 평생 연극배우로 살고자 했지만, 결혼하고 아이가 생기니 마음이 달라졌죠. 경제적인 문제보다는 새로운 것에 도전해봐야겠다는 결심이 섰어요. 그래서 아내와 함께 무작정 새로운 분야에 뛰어들었죠. 방송에서 자리를 집은 것엔 무엇보다 아내의 힘이 커요.”
새로운 도전을 즐겁게 마무리한 안창환은 앞으로도 주어진 역할에 최선을 다하고 싶다는 바람을 전했다. 인간으로서 배우로서 주어진 순간순간에 최선을 다해, 사람들에게 위로를 전하고 결국엔 따뜻한 배우로 기억되는 것이 그의 지향점이다.
“제가 연기했던 캐릭터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면 아직 쑥스러워요. 아직 부족한 점이 많다고 생각하거든요. 지금은 다음 작품이나 역할을 급하게 생각하기보다 어떻게 하면 쏭싹을 잘 떠나보낼 수 있을지 천천히 고민하고 싶어요. 그리고 다음 작품에선 새로운 역할을 만나, 또 새롭게 집중해야죠.”
인세현 기자 inout@kukinews.com / 사진=박효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