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투자증권(한투증권)의 발행어음 불법대출 혐의에 대한 금융당국의 징계가 경징계에서 마무리 수순을 밟고 있다. 그러나 안심하기는 이른 상황이다. 금융소비자원이 한투증권을 관련 혐의로 검찰에 고발한 건이 진행 중이기 때문이다. 한투증권은 금융당국의 최종 결정이 내려진 뒤 대응하겠다는 입장이다.
28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한투증권의 발행어음 불법대출 문제는 내달 12일 금융위원회(금융위) 정례회의에 상정된다. 정례회의에서 금융위가 최종 결정을 내린다. 앞서 금융위원회 산하 증권선물위원회(증선위)는 지난 22일 한투증권에 관련 혐의에 대해 5000만원의 과태료를 부과하겠다는 의결 결과를 발표했다. 증선위는 한투증권이 특수목적법인(SPC)인 ‘키스아이비제16차’를 통해 최태원 회장에게 신용공여를 했다고 판단했다.
한투증권은 지난 2017년 8월 발행어음으로 조달한 자금 1673억원으로 특수목적법인 키스아이비제16차의 전자단기사채를 매입했다. 키스아이비제16차는 이를 통해 SK실트론 지분 19.4%를 인수했다.
문제는 키스아이비제16차가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총수익스와프(TRS) 계약을 맺고 있다는 점이다. 총수익스와프는 주식투자의 수익과 위험을 이전하는 신용파생금융상품이다. 해당 계약은 최 회장이 주가 변동에 따른 이익과 손해를 책임지는 대신, 자기자본 없이 SK실트론 지분을 확보하는 구조였다. 사실상 발행어음 자금 덕에 최 회장이 SK실트론 지분을 인수할 수 있게 된 셈이다.
일각에서는 증선위의 경징계를 두고 솜방망이 처벌이라는 지적이 일고 있다. 초대형 투자은행이 발행어음 불법대출 문제를 일으킨 심각성에 비해 처벌이 가볍다는 평가다. 당초 금융감독원의 제재심의위원회에서는 기관경고, 임원해임 권고, 일부 영업정지 증 중징계 수준의 조치를 의결했다.
금융당국의 징계가 가벼운 수준에서 끝나더라도 한투증권이 한숨 돌리기는 아직 이르다. 금융소비자원이 한투증권을 부당대출 혐의로 검찰에 고발한 건이 남아있기 때문이다. 해당 고발건은 서울중앙지방 검찰청의 금융‧기업범죄전담부서인 형사7부에 배당된 상황이다.
앞서 금소원은 지난 16일 한투증권을 자본시장법의 부정거래 행위 위반 등의 혐의로 서울중앙지검에 고발했다. 금소원 측은 “한국투자증권이 발행어음 자금을 총수익스와프(TRS)대출에 활용한 것은 형식적으로는 특수목적법인에 대한 대출이지만, 사실상 SK 최태원 회장에 대한 개인 대출”이라며 “자본시장법에 따르면 총수익스와프 거래는 위험회피를 위해서만 사용되어야 한다. 그런데 최 회장과 특수목적법인 사이의 거래는 해당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거래 당시 SK실트론의 주가가 크게 상승했기에 최 회장 개인의 이익을 위한 거래라는 입장이다. 현행 자본시장법에서는 발행어음을 통해 조달한 자금은 개인 대출로 활용할 수 없다.
한투증권 측은 극히 말을 아꼈다. 한투증권 관계자는 금소원의 검찰 고발 건과 관련해서 “저희 쪽으로는 아직 연락이 온 것이 없다”며 “연락이 오는 대로 대응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증선위 의결 결과가 금융위에서 최종 결정될 경우 대응을 묻는 질문에도 “금융당국의 최종 결정이 나오기 전까지는 공식적으로 드릴 말씀이 없다”고 밝혔다.
만일 내달 중순경 금융당국의 징계 수위 확정 이후 한투증권이 법정소송에 나서기로 결정할 경우 다툼의 여지는 있다. 이번 증선위 결정 과정에서 일부 위원은 “신용공여 해석 관련 법령 형식상 지나친 확대해석은 곤란하다”며 “총수익스와프 계약 주체로서 특수목적법인의 존재는 인정되므로 개인에 대한 신용공여로 보기 어렵다”는 의견을 내기도 했다.
지영의 기자 ysyu1015@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