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분기 저조한 성적표를 받은 국내 반도체주 종목들이 2분기에도 실적쇼크가 우려된다. 대표적인 반도체 기업들의 실적 악화가 예상될 뿐만 아니라 미중 무역분쟁 등 대외 환경 리스크가 해결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25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KRX 반도체 지수는 최근 2개월간 11.38%나 감소했다. 1분기 반도체 업종이 전반적인 실적 부진을 겪은 영향이다. 특히 해당 지수에서 중요한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SK하이닉스의 실적 부진이 한몫을 했다. SK하이닉스의 1분기 매출액은 전년동기 대비 22.3% 감소한 6조8000만원, 영업이익은 68.7% 하락한 1조4000억원을 기록했다.
반도체 대장주인 삼성전자도 지난 1분기 매출이 전년 동기보다 13.5% 감소한 52조3855억원, 영업이익은 60.2% 줄어든 6조2333억원을 기록했다. 최근 2년 내 영업이익 기준 가장 저조한 실적이다. 반도체의 현저한 부진이 실적쇼크를 몰고왔다는 분석이다. 삼성전자의 반도체 부문 매출과 영업이익은 각각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각각 30.4%, 64.3% 줄었다. 반도체 양대 대장주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실적 부진은 계열사의 실적에까지 악영향을 미친다.
지난해부터 시작된 미중 무역분쟁은 좀처럼 타협점을 찾지 못하고 장기전으로 이어졌다. 이에 국내 반도체 종목들은 맥을 못 추고 있다. 1분기 실적 악화에 이어 2분기에도 실적 쇼크가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삼성증권과 신한금융투자 등 주요 증권사들은 줄줄이 반도체주 관련 목표주가를 내리고 있다. 2분기부터 이어지는 하반기 실적 개선 기대감이 낮아진 탓이다. 특히 SK하이닉스의 목표주가는 2분기 감소 예상으로 하향 조정치 평균 8만원 선이다. 삼성전자도 반도체 영업이익 감소에 발목이 잡혀 2분기에 우울한 실적을 낼 것이라는 전망이다. 대다수의 증권사가 삼성전자의 목표주가에 대해 상향 의견을 내지 않았다.
당분간 반도체 산업 전망도 그다지 밝지 않다. 산업통상자원부 산하 국책 연구기관인 산업연구원(산업연)이 내놓은 산업별 하반기 전망에 따르면 반도체 수출액은 전년보다 10% 이상 감소할 전망이다. 산업연은 특히 메모리 반도체의 단가 하락세가 이어지면서 수출이 전년보다 21.3% 줄어들 수 있다고 분석했다.
산업연 측에 따르면 미중 무역분쟁 지속으로 화웨이 사태가 본격화되면 한국 반도체 수출은 더욱 부정적 영향을 받을 수 있다. 미국의 제재로 홍역을 치르고 있는 화웨이는 SK하이닉스 매출의 12%, 삼성전자의 3%를 차지하는 고객사다.
유진투자증권 이승우 연구원은 “미중 무역분쟁 심화로 지난 4분기부터 반도체 수요 악화가 이어졌다. 갈등의 본질이 무역이라기보다는 헤게모니싸움”이라며 “(반도체)수요 회복의 정도가 기대에 못 미칠 가능성이 크다. 적극적인 감산이 이뤄지지 않는다면 업황 회복 시기는 생각보다 늦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지영의 기자 ysyu1015@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