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은 지난 13일 ‘회계감독 선진화 방안’을 내놨다. 앞으로 상장 주관사인 증권사는 상장 예비기업의 재무제표를 검증하고 허위 및 누락사항을 적발할 책임을 진다. 문제가 생길 경우 막대한 과징금도 물게 된다. 현행 20억원인 과징금도 대폭 상향될 예정이다.
이같은 상황에서 금융위는 지난 26일 혁신기업의 코스닥 상장 문턱을 대폭 낮추는 방침을 발표했다. 4차 산업혁명 및 바이오 관련 기업의 원활한 상장을 돕는다는 취지다.
상장 독려 소식에도 금융투자업계에서는 쓴웃음을 짓는다. 상장 신청 기업에 대한 검증과 보증의 책임이 당국에서 증권사로 대폭 넘어간 뒤라서다.
증권사가 상장 주관사로서 받는 평균 수수료는 2% 안팎이다. 적은 이득에 비해 리스크만 늘었다. 기업 상장 위축이 우려되는 이유다. 최근 인보사 사태가 터진 이후 바이오 기업에 대한 우려도 커진 상태다. 어느 증권사가 혁신기업 상장에 선뜻 뛰어들 수 있을까.
당초 회계선진화 방안이 나오기 전에는 회계 감리의 전문성이 있는 회계법인, 감리 감독의 본 책임이 있는 금융감독원의 감독 체계를 강화하는 방안도 이야기됐다. 그러나 결국 채택된 방안은 힘없고 만만한 증권사가 책임을 떠안는 것이다.
금감원은 증권사와 은행, 보험사 등에서 수백억에 달하는 감독 분담금을 받는다. ‘감독 서비스’를 제공하는 대가다. 감사원이 금감원 운영 상태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한 지난 2017년까지 이 비용은 매년 증가해왔다. 그런데도 정작 책임은 줄어드니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증권사들은 금융투자협회를 통해 업계 의견을 당국에 전달하기로 했다. 그러나 호소가 받아들여질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업계에서는 ‘울며 겨자 먹을 일만 남았다’는 평가다. 감독사인 당국이 정한 방침에 끝까지 항거해 밉보일 수는 없기 때문이다. 금융업계에서 금융위 ‘과장급’의 말 한마디에도 금융사 수장이 벌벌 떤다는 뼈있는 농담이 괜히 나오는 것이 아니다.
지영의 기자 ysyu1015@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