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통신위원회가 방송분야의 갑을 관계를 청산을 위해 적극 나선다. 그간 국내와 해외 인터넷 사업자 사이의 '기울어진 운동장' 문제를 해소하기 위한 노력도 지속한다.
방송통신위원회는 22일 ‘국민이 중심되는 방송통신’이라는 제4기 비전하에 지난 2년간의 추진 성과와 앞으로 방통위가 마무리하고 지속 추진해야 할 과제들을 밝혔다.
방통위는 우선 방송분야의 불공정 관계를 청산하고 상생환경 조성을 위해 그동안 노력해 왔다고 밝혔다. 2017년 12월 '방송프로그램 외주제작 불공정 관행 개선 종합대책' 수립‧시행했는데 방송제작 현장 스태프들의 근로시간 축소 효과가 나타났으나 아직 현장에서 체감하기에는 부족하다는 평가다.
이효성 방통위원장은 “오랫동안 풀리지 않았던 외주제작 문제와 관련해 30번 넘게 현장을 찾았다”며 “얼마전 고(故) 박환성, 김광일 피디 추모 2주기에서 나온 제작환경이 아직 부족하다는 유족 말을 새겨듣겠다”고 말했다.
아울러 방통위는 중소 PP의 전용회선 사용료 절감을 위해 PP에게 전송방식에 대한 선택권을 부여하는 협약체결을 지원했다. 이로 인한 절감효과는 IPTV 전용회선 사용료의 약 10%, 연간 39억원으로 기대된다.
◆ ‘기울어진 운동장’ 문제 해소 노력…25일 ‘망 접속경로 변경한 페이스북’ 1심 선고 예정
방통위는 ‘인터넷 상생발전 협의회’를 통해 국내외 사업자간 역차별 해소를 위한 정책방안을 마련했다. 협의회에서 제안된 정책방안 중 역외적용 규정과 부가통신사업자에 대한 실태조사, 국내대리인 제도가 도입돼 해외사업자에 대한 규제 집행력 확보 측면에서 상당한 성과가 있었다고 자평했다.
글로벌 사업자가 임의로 망 접속경로를 변경해 이용자에게 불편을 준 행위의 경우 엄중히 제재했다. 이를 위해 ‘망 이용 관련 가이드라인’을 마련하고 거대 글로벌 사업자의 불공정행위를 규제할 수 있는 법률 개정을 추진할 예정이다.
실제 방통위는 페이스북이 사전에 고지없이 망 접속경로를 변경해 이용자에게 피해를 준 행위에 과징금을 부과했다. 현재 페이스북은 방통위의 행정명령에 반발해 행정소송을 진행하고 있다. 오는 25일 1심 선고 결과가 나올 예정이다.
방통위 관계자는 “승소한다면 그동안 해외 사업자 역차별 문제에 있어 중요한 계기가 돼 더욱 역차별을 해소하기 위한 정책을 원활히 추진할 수 있을 것이고, 패소한다면 항소를 해서라도 우리 뜻을 관철시키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며 “패소한다해도 그 사건에 대해 패소한 것이지 역차별 문제점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지속적 노력을 기울일 것”이라고 전했다.
◆ 방송 ‘공정성’과 ‘공공성’ 제고…시청자 미디어 접근권 확대
방통위는 방송의 공정성과 공공성을 위해 ‘국민추천이사제’를 도입하고 지상파와 종편․보도 종사자의 제작․편성 자율성을 보장하는 내용의 정책제안서를 마련해 작년 12월 국회에 제출했다.
또한 신기술을 활용해 수어화면의 위치와 크기를 마음대로 바꿀 수 있는 ‘스마트 수어방송 서비스’를 이달부터 시행하고 있다. 저소득층 시청각 장애인을 위한 맞춤형 TV는 2017년 57.5%였던 보급률이 2018년 69.7%로 높아졌으며 2021년까지 100%를 달성할 계획이다.
방통위는 이용자가 피해를 입을 경우 신속하게 구제 받을 수 있도록 ‘통신분쟁조정제도’를 6월부터 시행하고 있다. 이동통신 이용 단계별로 분쟁해결의 기준을 담은 맞춤형 피해구제 기준을 마련했다. 실제 이 제도를 통한 통신사 상담사 이야기는 이효성 위원장에게 가장 인상 깊은 사례로 기억된다고 언급했다.
이 위원장은 “통신사 근무하는 고객 상담사 불규칙한 식사시간에 대한 고충을 언급해 통신사 협조를 구해 개선했고 그 결과 서비스 질도 향상됐다고 한다”며 “상담사들로부터 감사의 손편지를 받은 것은 방통위원장으로 특히 보람 있었고 두고두고 기억할 것”이라고 전했다.
◆ 인터넷 역기능 줄이고 건전한 인터넷 문화 조성
방통위는 스마트폰 이용이 허용된 국군장병들을 위해 국방부와 업무협약(MOU)을 체결해 전문 강사를 통한 올바른 인터넷 사용 교육을 제공하고 있다. 또 도박과 음란물 등 불법정보 유통을 막기 위해 보안접속 방식의 해외불법 사이트를 접속하는 기술적 조치를 시행했다.
한류 방송콘텐츠 품질 향상에도 기여했다는 평가다. 방통위는 지난 3월 국내 콘텐츠의 해외진출 지원을 위해 베트남과 TV프로그램 공동제작 협정을 체결했다.
이효성 위원장은 “베트남과 협정 체결 후 제작한 베트남 런닝맨이 최고 시청률을 올렸다”고 소개하며 “태국과 인도네시아를 비롯한 신남방 국가들로 협정 체결을 확대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방통위는 국내 기업들이 글로벌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에 대응할 수 있도록 콘텐츠 제작 노하우와 기술, 자본력이 결합된 한국형 OTT 설립을 지원한다. 국내외 사업자간 차별이 생기지 않고 공정한 경쟁과 이용자 보호를 위한 필요 최소한의 규제가 도입되도록 지원할 방침이다.
이안나 기자 lan@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