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쿡초점] 홍콩 시위와 ‘하나의 중국’ 외치는 아이돌

[쿡초점] 홍콩 시위와 ‘하나의 중국’ 외치는 아이돌

기사승인 2019-08-16 17:21:42

“나는 홍콩이 부끄럽다.” 중국어권 출신 아이돌 가수들이 일명 송환법(범죄인 인도 법안)에 반대하는 홍콩 시위와 관련해 올린 글이다. 이들은 시위대를 진압하려는 중국 정부를 지지한다면서 ‘오성홍기 수호자는 14억명이 있다. 나는 국기 수호자다’ ‘홍콩 경찰을 지지한다. 나를 때려라. 홍콩이 부끄러다’ 등의 문구를 공유하고 있다.

중국 지지 움직임에 동참한 아이돌 가수들은 레이(엑소), 빅토리아(에프엑스), 잭슨(갓세븐), 준·디에잇(세븐틴), 라이관린, 미기·성소·선의(우주소녀), 주결경(프리스틴), 우기((여자)아이들), 옌안(펜타곤), 윈윈·쿤·샤오쥔(웨이브이) 등 다수다. 

특히 레이는 광고 계약 해지도 불사해 국내에서도 화제가 됐다. 삼성 스마트폰 광고 모델로 활동하던 그는 삼성전자가 글로벌 웹사이트에서 국가·지역 정의가 불분명한 상황이 있다면서 계약을 해지하겠다고 밝혔다. 

레이의 중국 소속사 쪽은 “우리나라 주권과 영토 보전을 모호하게 한 행위로 중국 동포의 민족 감정을 엄중히 손상시켰다. 강한 유감을 표시하고 절대로 용인할 수 없다”고 전했다. 아울러 ‘하나의 중국’ 원칙을 지키는 파트너는 환영하지만, 중국 주권과 영토 보전에 모호한 입장과 태도를 보이는 단체나 조직과의 협업은 거절하겠다고 밝혔다.

중국 정부를 지지하고 나선 이들 가운데는 중국 본토 출신뿐 아니라, 홍콩과 대만 등 중국어권 출신 스타들도 대거 섞였다. 홍콩 태생인 잭슨, 대만 출신 라이관린, 독일로 귀화한 대만 태생 양양(웨이브이), 마카오 출신 헨드리(웨이브이) 등이 대표적이다.

이를 두고 일각에선 ‘중국 시장을 의식한 입장 표명’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향후 중국 활동을 계획해야 하는 입장에서 중국의 이해관계에 반대되는 주장을 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해석이다.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중국 시장은 규모가 워낙 큰데다가 글로벌 비즈니스가 이뤄지는 곳”이라면서 “중국 시장을 버릴 수 없다는 게 (중국 정부 지지의) 가장 큰 이유”라고 진단했다. 또한 “국내에서는 잇딴 입장 표명이 어색하게 느껴질 수 있지만, 중국 내에서는 묵비권이 허용되지 않는 상황이다. 침묵하는 것은 ‘하나의 중국’을 지지하지 않는다는 것으로 해석되는 분위기”라고 짚었다.

다만 중국 정부와 홍콩 경찰을 지지한다는 이들 연예인의 입장이, 반인권적인 시위 진압에 대한 전 세계적인 비판 여론과 대치돼 갑론을박이 벌어지고 있다. ‘생존’을 위한 선택이라 하더라도 도덕적인 측면에서의 비판은 불가피하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실제로 미국 시민권을 취득한 중국 출신 배우 유역비가 “홍콩 경찰을 지지한다”고 밝히자, 누리꾼들 사이에선 그가 출연하는 영화 ‘뮬란’을 보이콧하겠다는 집단 움직임이 일었다.

SNS에서도 “홍콩 경찰 지지하는 배우 및 아이돌 내 나름대로 보이콧 할 것”(misery****), “홍콩 경찰 지지한다는 중국 출신 아이돌들은 시민들의 피로 민주주의를 일궈낸 대한민국에서 얼굴 내비치고 돈 벌 자격 없다”(iamduck_q***), “좋아하는 아이돌이 하는 짓을 욕하진 못해도, 적어도 ‘네 입장 이해한다’는 말은 입 밖으로 내뱉지 않는게 민주시민의 도리 아닐까”(NoONeO***) 등의 글이 쏟아진다.

정 평론가는 “인권 차원에서 보면, (잇딴 중국·홍콩 경찰 지지에) 반감이 생기는 게 당연하다. 마치 1980년대 광주 진압조나 천안문 시위를 진압했던 군 병력을 지지한다는 느낌을 받을 수 있다”면서 “생존에 의한 선택이라고 이해되는 면은 있지만, 도덕적인 차원에서 바람직한가는 별개의 문제”라고 봤다.

이은호 기자 wild37@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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