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해석과 창조 사이, 퓨전과 정통 사이 ‘녹두전’

재해석과 창조 사이, 퓨전과 정통 사이 ‘녹두전’

기사승인 2019-09-30 15:43:04

30일 첫 방송하는 KBS2 새 월화드라마 ‘조선로코 – 녹두전’(이하 녹두전)은 고도의 균형 감각을 필요로 하는 작품이다. 혜진양 작가의 웹툰 ‘녹두전’을 원작으로 하지만 새롭게 창조한 사건과 인물이 많고, 허구를 다루지만 실존 인물을 등장시켜 퓨전 사극과 정통 사극 사이를 오가서다.

‘녹두전’은 조선시대 임진왜란 이후를 배경으로, 과부촌에 잠입한 여장남자 전녹두(장동윤)와 기녀가 되기를 거부하는 예비 기녀 동동주(김소현)의 로맨스를 그린다. 조선 최고의 장군이 되겠다는 꿈을 품던 녹두는 자신을 습격한 무사들을 피해 과부촌에 발을 들이고, 그곳에서 기방에서 도망칠 날만을 기다리는 동주를 만나게 된다. 여기에 오랜 시간 동주를 연모해온 차율무(강태오), 번민과 고독에 시달리는 왕 광해(정준호)가 합세한다.

이 작품을 연출하는 김동휘PD는 이날 오후 서울 경인로 라마다서울신도림호텔에서 제작발표회에서 “이번 드라마는 웹툰 ‘녹두전’의 확장판”이라고 소개했다. 드라마에 새롭게 추가된 인물이 10명 이상이고, 원작엔 없는 설정도 추가했다. 김 PD는 “네 명의 주인공이 우리 작품의 밝음과 어두움, 가벼움과 무거움의 균형을 맞춰줄 것”이라면서 “인물들의 전사(前史)와 관계망을 많이 만들었다는 점을 주목해주시길 바란다”고 했다. 

허구의 사건을 그리면서도, 실존 인물인 광해를 작품에 등장시켰다는 점 또한 눈여겨볼 만하다. 김 PD는 “역사적 사실에 의거해 광해를 해석하기보다, 창작자로서 상상력을 더해 만들어낸 점이 많다”면서 “발랄한 퓨전 사극과 정통 사극을 오가는 균형 감각을 발휘하려고 했다”고 설명했다. 광해를 연기하는 정준호는 “‘녹두전’의 광해는 현대와 고전이 잘 섞인 매력적인 인물”이라고 귀띔했다.

녹두 역의 장동윤은 여장 남자를 연기하기 위해 체중을 대폭 감량했다고 한다. 또한 김 PD, 동료 배우들과 여러 차례 리딩을 가지며 여자를 흉내 내는 남자의 목소리를 잡아냈다. 데뷔 후 처음 도전하는 사극이지만 녹두의 발칙하고 재밌는 성격을 표현하기 위해, 무겁지 않은 사극톤을 만들어내려고 노력했단다.

MBC ‘해를 품은 달’, ‘군주 – 가면의 주인’ 등 여러 편의 시대극에 출연해온 김소현은 “원작 캐릭터에 집중하려고 노력했다”고 말했다. 성격이 불같고 적극적이라는 점에서 자신과 동주가 닮았다면서 “외적으로는 단발머리나 의상을 신경을 많이 쓰며 웹툰 속 모습과 비슷해지려 노력했다”고 말했다.

강태오가 연기하는 율무는 원작에는 존재하지 않는 캐릭터다. 발랄한 녹두, 동주와 달리 진중하고 이성적인 인물이라, 강태오는 녹두·동주와 동떨어지지 않고 한 데 어울릴 수 있을 방향을 고민했다고 한다. 이 외에도 배우 김태우, 윤유선, 이승준 등이 조연으로 힘을 보탠다.

‘녹두전’은 KBS가 올해 내놓는 마지막 월화드라마다. 경쟁사인 SBS와 MBC는 월화드라마 이미 잠정 휴식기에 들어갔다. 김 PD는 “책임감이 크다. 가능하다면 우리 작품이 잘 돼서 KBS가 휴지기 없이 드라마를 만들 수 있는 환경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은호 기자 wild37@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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