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내 아이디는 강남미인’으로 날개를 단 배우 임수향이 ‘우아한 가’로 더 높이 날아올랐다. 임수향은 ‘우아한 가’에서 15년 전 살인사건의 진실을 파헤치며 통쾌하게 앞으로 나아가는 모석희 역할을 맡아 열연을 펼쳤다. 이 드라마는 최종회 시청률 10%(닐슨코리아 기준)를 넘기며 MBN 채널 최고 기록을 새로 썼다.
드라마가 끝난 후 서울 을지로에 위치한 한 호텔에서 만난 임수향은 “목표 시청률 10%를 이야기하게 될 줄은 꿈에도 몰랐다”며 “마지막 회 시청률을 확인하고는 얼떨떨했다”라고 말문을 열었다. 재미있다는 입소문 덕분에 시청률이 상승 곡선을 그리게 됐다며 함께 해준 시청자에게 “고맙다”는 말도 덧붙였다. 임수향은 주변의 관심 때문에 ‘우아한 가’의 인기와 화제성을 실감했다고 말했다. ‘우아한 가’를 촬영하며 그 어느 때보다 주위 사람들의 연락을 많이 받았다는 것이다. 그는 “범인이 누구냐는 질문을 정말 많이 받았다”며 웃었다.
진범이 가려진 사건, 재벌가의 치열한 권력다툼 등 ‘우아한 가’의 뼈대는 한국 드라마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것들이었다. 하지만 인물 설정과 전개 방법에 차별점을 두며 색다른 재미를 만들어냈다.
“캐릭터가 하나하나 선명했고, 빠른 속도로 흘러간 것이 우리 드라마의 장점이었다고 생각해요. 소재가 세서 ‘막장’이라는 이야기도 있었지만, 그런 부분이 현실과 묘하게 맞물려 있던 것도 재미있는 부분이죠. 극 중 인물들은 자신들의 상황이 막장극에 나올 법한 소재임을 알고 그것을 비판하기도 해요. 시청자가 그런 부분을 재미있게 봐주신 것 같아요”
그중 가장 돋보인 것은 주인공 모석희의 캐릭터였다. 자신의 승리를 위해 혹은 정의를 위해 냉철하게 판을 짜고 열정적으로 움직이는 모석희는 분명 한국 드라마에서 쉽게 볼 수 없었던 여성 캐릭터였다. 임수향은 전에 없던 모석희를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 고민이 많았다고 털어놨다.
“연기하기가 굉장히 어려운 역할이었어요. 이렇게 어려운 것을 해내면 그만큼 성장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요. 극 전개가 빠른 만큼 캐릭터의 감정 변화 폭도 컸기 때문에 그것을 설득력 있게 표현하는 것이 늘 숙제였죠. 한 장면이 끝나면 또 달라지는 다음 장면을 표현하기 위해 스스로 감정을 잘 정리하고 집중하며 연기했어요. 할 때는 어려웠는데 마치고 나니까 성취감도 있고, 많은 분들께서 ‘인생 캐릭터’라고 말해주셔서 뿌듯해요.”
배우가 스스로 꼽는 인생 캐릭터는 전작인 ‘내 아이디는 강남미인’의 강미래다. 약 10년간의 연기자 생활 끝에 만난 이 작품을 통해 배우로서 시야를 넓히고 작품 전체를 보는 능력을 키웠다고. 이러한 전작의 경험은 ‘우아한 가’의 모석희를 만드는 것에 일조했고, 임수향은 모석희로 ‘우아한 가’를 지나며 한 차례 더 성장했다.
“다음 작품을 해봐야 확실히 알 수 있을 것 같아요. 제가 성장했는지 안 했는지(웃음). 최근 팬들이 10주년이라고 챙겨주신 덕분에 시간이 그렇게 흐른 줄 알았어요. 치열한 세계에서 계속 일할 수 있다는 것이 감사한 일이죠. 그동안 잘살아왔다기보다는 열심히 걸어온 것 같아요. 연기보다 재미있는 것이 생기면 연기를 그만둬야지 생각했는데, 여전히 연기할 때가 가장 행복해요. 하면 할수록 연기보다 재미있는 건 없네요.”
인세현 기자 inout@kukinews.com /사진=FN엔터테인먼트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