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알코올 중독, 단계적 과제 수행으로 완전한 치료를

[칼럼] 알코올 중독, 단계적 과제 수행으로 완전한 치료를

기사승인 2019-11-25 10:11:19

<사진=최지연 원장, 다사랑병원 제공>

흔히 알코올 중독이라 부르는 '알코올 의존증'은 술에 대한 조절능력을 상실하는 것으로, 신체적, 심리적, 사회적, 직업적으로 다양한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 대표적으로 간질환을 비롯해 각종 암, 치매 등 신체적 영향과 함께 직장생활 부적응 및 이로 인한 경제적 위기, 가족 내 갈등 등 외적인 문제로 자의 혹은 타의로 병원 문을 두드리게 된다.

알코올 문제로 병원을 찾는 이들은 수 주 혹은 수 개월 내에 치료가 가능할 것이라는 기대 섞인 희망을 품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완전한 회복까지는 생각보다 많은 시간과 단계적인 과제수행이 요구된다.

중독은 우리 뇌 속의 보상회로(쾌락중추)가 같은 물질에 지속적으로 노출되면서 그 물질로 인한 보상을 얻는 회로가 점차 강화되며 작은 오솔길이 고속도로로 바뀐 것과 같다. 이러한 문제를 되돌리기 위해서는 경우에 따라 수 년의 시간이 소요되기도 한다.

알코올 의존증의 회복 과정은 치료이전단계부터 시작해 안정화, 초기, 중기, 후기 회복과정을 거쳐 유지기에 이르게 된다. 성공적인 회복을 위해 완수돼야 할 과제는 총 6단계에 이른다.

그 첫 번째는 치료이전단계로 중독에 대해 인식하고 술의 조절을 포기하는 단계다. 자신의 삶에 일어나는 여러 문제들이 대부분 술에서 비롯된다는 점을 받아들이는 과정이다. 많은 경우 신체적, 정신적으로 안정이 되며 술을 다시 마실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를 품곤 하는데, 이는 재발의 원인이 된다. 회복을 위해서는 이 단계에서 ‘술을 조절해서 마실 수 있는 사교적 음주’에 대한 희망을 버리는 과정이 필요하다. 동시에 병으로써의 알코올 의존증을 인정하고 치료과정을 받아들일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두 번째는 안정의 단계로 알코올 의존증으로 인한 손상을 회복시키는 단계다. 신체적인 급성 금단 증상뿐 아니라 만성 금단 증상(마른 주정)에 대해 배우고 관리하는 법을 익히는 것이 중요하다.

세 번째, 초기회복단계는 술에 의존하지 않고 생활하는 법을 배우는 단계다. 알코올 의존증으로 인한 고통들을 해소하기 위해 중독 전문가와의 상담하고, 12단계 프로그램에 참석하며, 단주 모임에 참석하게 된다. 중독에 동반된 신체질환이나 건강 문제에 대한 치료도 병행해야 한다.

네 번째, 중기회복단계는 삶의 균형감을 찾아가는 단계이다. 초기 회복 단계를 통해 중독이 중심이 된 생활 방식이 개선되고, 중기 회복 단계에서는 이를 점차 발전시켜 나가게 된다. 또한 술을 마시지 않고 삶을 어떻게 처리해 나가는지 배우는 것이 이 단계의 중요한 과제이다.

다섯 째, 후기회복단계는 삶의 깊이와 의미를 키워가는 단계이다. 성격이 변화되어 건전한 자존심과 대인관계를 형성하는 능력을 가지며 행복하고 보람 있는 삶을 살 수 있는 힘을 얻는 것이 이 단계의 목표다. 이후 여섯 째, 유지단계를 통해 회복의 여정을 어떻게 즐기는가를 배우고, 회복 프로그램을 유지하며 꾸준히 자신의 생활습관을 점검하고 성장, 발전해 나가게 된다.

알코올 의존증으로부터의 회복은 단순히 '술을 마시지 않는 상태’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며, 신체적-심리적-사회적 손상을 회복해 가는 긴 여정이라는 점을 인식할 필요가 있다. 이 여정을 혼자 걷다보면 반복된 실패를 경험할 가능성이 높으며,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 체계적인 회복 프로그램을 진행할 때 진정한 회복이 가능하다.


글. 다사랑병원(보건복지부지정 알코올치료전문병원) 최지연 원장

김영보 기자
kim.youngbo@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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