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의점에서 살 수 있는 의약품 확대는 올해도 힘들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의약품 접근성을 늘린다는 목표로 지난 2012년 편의점에서의 안전상비의약품 판매제도를 도입했다. 현재 상비약으로 지정된 일반의약품은 타이레놀·부루펜 등 해열진통제와 판콜·판피린 등 감기약, 베아제·훼스탈 등 소화제, 제일쿨파프·신신파스 등 13종이다. 최초 지정된 이후 상비약 종류는 변동이 없다. 법에 따라 20개 내외의 안전상비약이 포함될 수 있지만, 실질적인 논의조차 이뤄지지 않고 있다.
보건복지부는 지난 2018년 8월 이후 ‘안전상비약 지정심의위원회’를 개최하지 못했다. 이유는 대한약사회의 거센 반대 때문이다. 약사회는 최소한의 범위에서 위급한 상황에 필요한 상비약 판매를 허용했지만, 실질적인 관리가 되고 있지 않아 논의에 참여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지난해 국회에서도 이 부분에 대한 우려를 표했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는 ‘2018년도 국정감사 결과보고서’를 통해 현행 안전상비약 13개 품목의 경우 하루 1건꼴로 부작용이 발생하고 있어 안전상비약 품목 확대를 신중히 검토할 것을 주문했다. 특히 ‘안전상비약 지정 심의위원회’가 아닌 ‘중앙약사심의위원회’를 통해 논의해야 한다고 밝혔다. 안전상비약 지정 심의위원회는 의결권이 없는 자문기구에 불과하다는 게 국회의 지적이다.
약사회에 따르면, 정부에서 추가 확대하고자 했던 품목은 지사제인 ‘스멕타’와 제산제 ‘겔포스’다. 이 중 스멕타는 지난해 4월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 ‘디옥타헤드랄스멕타이트’ 성분 제제에 대한 안전성 서한을 배포했다. 미량의 납 함유 가능성으로 만 2세 이하의 소아는 위험할 수도 있다는 프랑스 국립의약품건강제품안전청의 조사결과가 있었기 때문이다. 식약처는 스멕타에 대해 ‘만 2세 미만 소아와 임부 및 수유부’에게 사용금지 조처를 내렸다. 약사회는 심의조정위원회가 개최되지 못한 이유 중 하나가 스멕타의 사용금지 조처 때문이었다고 주장했다.
타이레놀의 간 독성 부작용 문제도 크다. 타이레놀의 아세트아미노펜 성분은 과다 복용시 간 손상의 위험이 있다. 약사회에 따르면, 미국에서 타이레놀 과잉 섭취로 인한 간 질환 발생으로 들어간 치료비나 사망자 수가 높아 복용용량을 제한하고 있다. 약사회는 타이레놀뿐만 아니라 판피린, 판콜 등 감기약도 복약지도가 필요해 편의점에서의 의약품 판매에 부정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다.
이광민 약사회 홍보이사는 “(정부가) 접근성은 유지하되 의약품 안전성에 대해 충분히 검토하고 논의해야 하는데 품목 확대에만 매달려 있다”며 “최소한의 범위에서 급하게 필요한 상비약에 대해서만 허용이 된 것. 도입 취지에 맞게 운영되고 있는지부터 확인해 봐야 한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의약품은 국민건강과 직결된 부분으로 학술적인 검토도 필요하다. 정치적인 논리, 제도의 논리에 따라 움직여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노상우 기자 nswreal@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