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료방송·OTT, 콘텐츠 사업자 중심 재편...플랫폼은 '눈치만'

유료방송·OTT, 콘텐츠 사업자 중심 재편...플랫폼은 '눈치만'

플랫폼은 늘어나는데 양질의 콘텐츠는 한정...각종 플랫폼 합종연횡 두고봐야

기사승인 2020-01-09 05:00:00

영향력 있는 콘텐츠를 제공하는 콘텐츠 사업자의 힘이 날로 커지고 있다. 유료방송 업계의 경쟁이 치열해지고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 시대도 도래하면서 양질의 콘텐츠로 고객을 끌어들여야 하는 플랫폼 사업자들은 콘텐츠 사업자들의 눈치를 보아야 하는 실정이 됐다. 

8일 업계에 따르면 젊은 층에게서 인기를 누리며 트렌드를 이끌고 있는 CJ ENM과 JTBC의 협상력이 유료방송·OTT 업계에서 더욱 커지는 추세다. IPTV 등의 플랫폼 사업자에 무조건 협력보다는 실리를 취한 대립각을 세우는 것은 물론, 자체 콘텐츠 채널을 만드는 데까지 나아가고 있다. 

지난 7일 CJ ENM 측은 콘텐츠 사용료 인상을 요구하며 8일 오전 0시를 기해 LG유플러스 IPTV의 콘텐츠 일체의 송출을 중단한다는 공문을 발송한 바 있다. 양사가 이날 오후께 긴급 협상을 실시한 끝에 '블랙아웃' 사태는 막았지만, 이는 플랫폼 제공사에 '을'이었던 콘텐츠 제공사의 힘이 커졌음을 보여주는 단적인 사례다.

CJ ENM 측은 "매년 콘텐츠 사용료를 협상하고 있는데, 올해분도 아니고 지난해(2019년) 사용료 협상조차 타결되지 않고 미뤄져 의견차가 생긴 것"이라며  "그동안 SO에 비해 후발주자인 IPTV에 대한 콘텐츠 사용료가 낮게 책정된 관행이 지속되었는데, 이를 계기로 PP업체들이 정당한 콘텐츠 사용료를 지불하여야 한다고 본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거침없는 행보는 JTBC도 마찬가지다. 실제로 JTBC는 내달부터 SK텔레콤의 '옥수수'와 지상파 3사의 연합플랫폼 '푹(POOQ)'이 힘을 합쳐 만든 웨이브(wavve)에서 재계약을 하지 않고 영상 송출을 중단하기로 했다. 계약을 종료한 것은 CJ ENM과 손을 잡고 만드는 새로운 OTT 플랫폼에서 콘텐츠를 송출하려는 목적으로 추측된다. CJ ENM은 애초부터 웨이브에 콘텐츠를 제공하지 않았다. 

JTBC는 지난해 9월 CJ ENM과 함께 CJ ENM의 Tving을 바탕으로 한 새로운 OTT 서비스를 제공하는 합병법인을 만들기로 합의한 바 있다. 아직 이름은 정해지지 않았지만, 막강한 콘텐츠 경쟁력을 필두로 하여 많은 고객을 유치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 같은 행보는 두 채널이 플랫폼에도 영향력을 발휘할 만큼 콘텐츠 파워가 커졌다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다. 과거 지상파 3사가 플랫폼에 대해 누리던 콘텐츠 파워를 신흥강자인 JTBC와 CJENM이 바통을 물려받은 모양새다. 따로 OTT 서비스를 제공해도 경쟁력이 있다는 판단이 섰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지난날 지상파 3사가 푹(POOQ)을 만든 것과 오버랩되는 부분이다.

세계 최대 동영상 플랫폼인 넷플릭스에도 지상파 콘텐츠는 거의 찾아보기 어렵고 JTBC, CJ ENM 콘텐츠가 즐비하다. 이는 콘텐츠 제공사로서 양사의 경쟁력을 인정했기 때문으로 읽힌다. 넷플릭스는 지난해 말 JTBC의 자회사인 JTBC 콘텐츠허브와 다년간에 걸친 유통 파트너십을 체결한 바 있다. 이 계약으로 JTBC는 자사 콘텐츠를 전 세계의 시청자들에게 선보일 수 있게 됐다. 

KT의 OTT 시즌(seezn) 에서는 SK와 다르게 CJ 계열과 JTBC의 콘텐츠가 제공되고 있지만, 앞으로 JTBC와 CJ ENM의 OTT 플랫폼이 출범하면 어떻게 될지 안갯속이다. 방송 플랫폼 제공사가 많아진 데 비해 양질의 콘텐츠를 만드는 기업은 한정되어 있어 앞으로 콘텐츠 사업자의 힘이 더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게다가 올해에는 디즈니+, 애플TV 등의 넷플릭스와 같은 동영상 플랫폼이 국내에 상륙할 것으로 보여 콘텐츠 경쟁은 더욱 격화될 예정이다. 해외 OTT 사업자들도 한국 시장의 콘텐츠를 눈독들일 만큼 한치 앞을 알 수 없는 상황이다. 

업계 관계자는 "콘텐츠 사업자의 영향력이 날로 커지고 있다"며 "앞으로 동영상 플랫폼 회사들이 들어오기 시작하면 더욱더 커질 것으로 보여 어찌해야 할지 고민 중"이라고 말했다. 

구현화 기자 kuh@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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