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르스나 사스 때보다 심각, 임시휴업 안내문 곳곳에-
-차이나타운은 중국 관광객보다는 한국인이 즐겨 찾는 명소-
-거리는 한산하고 오해와 편견만 가득-
-인천항 국제여객터미널, 휴항으로 적막감 감돌아-
-인천 중구청, 수시 방역 통해 확산방지 노력-
[쿠키뉴스] 글·사진 곽경근 대기자= “이곳에서 한국 말하는 사람 만난게 정말 모처럼 만이네요, 정말 생각보다 심각해요”
입춘 한파가 몰아친 4일 기자는 인천 중구 북성동 소재 차이나타운을 찾았다.
1만4136㎡ 규모의 차이나타운 거리에는 상점 130여 곳이 영업 중이다. 주로 대형 중식당과 월병·양꼬치 등 다양한 중국식 먹거리를 파는 가게들과 일부 기념품가게, 커피전문점 등이 자리하고 있다.
평일이긴 하지만 12시 경, 점심시간 임에도 거리는 물론 대형 공용주차장도 텅 비어있다. 평소 같으면 내국인 점심 손님 및 관광객들로 북적일 거리에 대형 식당의 주차 안내원과 일부 상인들만 서성 일뿐 사람들의 모습을 찾아보기 힘들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우한폐렴)의 확산을 막기 위한 노력이 각처에서 진행되고 있지만 전염에 대한 공포로 시민들의 다중 이용 장소에 대한 방문이 현격히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차이나타운 입구에서 생필품을 판매하는 장세희(62)씨는 “기자분들 본 것이 일주일 만에 한국사람 처음 본 것 같다”며 “중국 사람들은 관광만하고 음식은 먹지 않는다. 이 동네에 중국사람들이 많이 온다는 소문 때문에 한국 사람들의 발길이 뚝 끊어졌다”며 안타까워 했다.
자녀들과 함께 차이나타운 내 짜장면박물관을 찾은 김정훈(43) 씨도 “아이들과 약속을 했기 때문에 방문하긴 했지만 점심 만 먹고 빨리 귀가 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동남아 등 외국인 관광객과 내국인 방문객으로 북적거리던 인근 동화마을에도 마스크를 쓰고 간간이 오가는 외국인 개별관광객 외에는 이 곳 역시 썰렁한 분위기다.
동화마을과 차이나타운 사이에서 잡화점을 운영하는 노재용(45)씨는 “관광객의 발길이 끊어지니 추워진 날씨가 더 춥다. 메르스나 사스가 유행할 때도 이 정도는 아니었다.”면서 “중국인을 포함한 외국인들은 보통 관광만 하고 식당을 찾거나 먹거리를 사는 것은 우리나라 사람이 대부분인데 그게 끊기니까 매출이 거의 없다”고 설명했다.
차이나타운 내에는 40 여 곳의 대형 중국집이 자리하고 있다. 주말 점심시간에는 대기번호표를 발행하고 평일에도 일부 식당은 줄을 서서 순서를 기다린다. 하지만 지난 명절 이후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가 확산되면서 ‘임시휴업’을 한 중국 식당 및 상가가 늘고 있다. 식당 앞에 나와 있던 한 중국집 지배인은 “오늘은 출근하다보니 많은 점포들이 문을 열지 않았다. 우리 식당도 그렇지만 영업 중인 식당도 손님이 없기는 매한가지”라며 “요즘 들어서 특히 소독과 위생에 더욱 신경을 쓰고 있다”고 말하면서 하루속히 사태가 진정되기를 기대했다.
-‘사드’ 파고 넘어서니 ‘신종코로나’ 덮쳐… 인천 해양관광업계도 울상-
차이나타운에서 자장면으로 늦은 점심을 마친 후 인천항 제1국제여객터미널을 찾았다. 이곳 역시 적막감이 감돌기는 마찬가지다. 칭다오, 옌타이, 텐진 등 중국 10개 지역으로 주 2~3회 왕복하던 국제카페리가 지난 1일부터 여객 운송을 전면 중단됐기 때문이다.
여객 운송을 중단한 것은 1990년 인천~중국 간 카페리 항로가 개설된 이후 30년 만에 처음 있는 일이다. 다만 화물 운항은 유지되고 있었다. 선박 정기검사를 진행 중인 4개 노선과 지난해 선박 화재로 컨테이너선이 대체 운항 중인 1개 노선을 뺀 5개 노선은 화물만 수송할 계획이다.
인천항만공사 측은 “여객을 통한 신종 코로나 확산을 미연에 방지하기 위한 조치”라며 “향후 상황에 따라 한중 여객 운송 재개를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동안 인천-중국 카페리 여객 수는 2016년 92만명, 사드 갈등 여파로 2017년 60만명으로 급감한 뒤 2018년 다시 81만명, 지난해 겨우 103만명으로 회복됐었다.
올해는 6월 인천항 신국제여객터미널 개장하고 지난해보다 10.5% 늘어난 115만명 유치를 목표로 세웠지만 신종 코로나 확산으로 달성이 불투명해졌다.
업계 관계자는 “원래 1∼2월은 관광 비수기여서 당장은 손실이 크지 않지만 관광 성수기가 시작되는 4월까지 사태가 진정되는게 관건”이라며 “사드 여파의 침체에서 겨우 벗어나려던 인천 해양관광업계가 올해도 어려움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대학가는 중국 유학생으로 신학기 개강 연기 신중히 검토-
신종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으로 대학사회도 혼란이 찾아왔다. 신학기가 아직 시작되지는 않았지만 졸업과 입학 시즌으로 많은 사람이 모일 수 밖에 없는 대학가 역시 걱정이 크다. 기자가 방문한 인하대학교 내 곳곳에는 중국어를 비롯 각국어로 쓰여진 신종바이러스에 대한 예방안내 현수막이 걸려 있고 마스크를 착용한 일부 학생들만 도서관과 학생회관 주변으로 오가고 있었다. 인하대학교의 경우 중국유학생이 학부생 600여명, 석박사과정 100여 명 등 700여명 수준이다. 학교관계자는 “석박사 과정은 별도의 방학이 없어서 대부분 학교에 남아있지만 학부생들의 경우 거의 대부분이 귀가를 했기 때문에 이들이 입국하는 이달 하순이 문제다. 매일 회의를 하며 다각도 대책을 논의 중”이라며 “학교 측은 입학식, 졸업식은 물론 오리엔테이션도 취소하는 등 신종코로나 바이러스 확산 방지를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교육부도 한국에 유학 중인 중국 학생들이 수만 명이 되는 현실에서 신학기 개강 연기를 권고 할 것으로 보인다.
인천평화복지연대 신규철 정책위원장(53)은 “동북아 관문 국제도시 인천은 신종 해외 감염병 환자가 밀려드는 감염병 취약 도시다. 특히 인천 지역의 중국 유학생은 8백 여명이 넘는데 신학기를 앞두고 다음 주부터 본격 입국할 것으로 예상 된다.”면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위기극복 인천시 종합대책본부’를 즉각 가동해 시민들에게 예측 가능한 대응전략을 미리 알려줘야 불안해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신종코로나바이러스가 5일 17,18번째 확진자가 나왔지만 1, 2번째 확진자는 퇴원을 검토 중이어서 우리나라에서 신종바이러스가 확산인지 진정단계에 들어섰는지 아직 판단하기는 어렵다.
기자가 돌아본 인천 중구의 명소는 바이러스 대한 막연한 공포감으로 집단적 기피현상과 이런 두려움이 일부에서 중국을 꺼리는 분위기로 이어지고 있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의 안전지대는 어디에도 없다. 국가는 국민의 안전을 위해 시스템에서 챙겨야 할 부분을 빈틈없이 지켜나가면서 정확한 정보 공유와 검역과 방역을 보다 철저히 해야한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중국에서 시작해 전 세계로 확산하고 있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에 대해 “아직 전 세계적 대유행병(pandemic)은 아니다”라고 4일 밝혔다. kkkwak7@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