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 전미옥 기자 = 우리 국민들은 자신이 신종코로나바이러스(이하 신종코로나)에 감염될 가능성은 낮게 봤지만, 감염될 경우 건강영향 등 심각한 피해를 우려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신종코로나 국내 첫 확진자 발생 17일째를 맞는 가운데 유명순 교수 (서울대 보건대학원·한국헬스커뮤니케이션 학회장) 연구팀이 한국리서치에 의뢰해 전국 1천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긴급 설문조사(조사기간 1월 31~2월 4일)를 발표했다.
분석 결과 ‘신종코로나에 감염될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하는 경우는 12.7%에 불과했다. 그러나 감염될 경우 건강영향 등 ‘피해가 심각하다’는 생각은 73.8%로 높게 나타났다.
또한, 신종코로나로 인해 일상 변화가 없다는 응답은 10.2%에 불과했다. 첫 확진 보고 이후 2주가 채 지나지 않았는데도 감염 확산은 국민의 일상을 빠르게 흔들고 있는 것이다.
응답자의 91.6%가 신종코로나 소식을 접할 때 메르스를 떠올린다고 답한 가운데, 지난 감염병 경험이 현재의 위험 판단과 위험 대응 행동에 미친 영향에 대해서도 조사가 이뤄졌다.
신종코로나가 ‘메르스보다 치명력이 더 클 것이다’는 설문에 “그렇다”는 응답이 절반 수준인 49.3%에 달해 “그렇지 않다”(20.5%)의 배가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외에도 신종코로나는 메르스보다 더 많은 사람을 감염시키고, 더 오래 지속되며, 사회에 피해를 더 크게 끼칠 것이라는 인식이 나타나, 신종코로나의 치명률이 메르스에 비해 높지 않다는 사실에도 불구하고 당면한 감염병 확산에 대한 사회의 위험인식이 과도해진 측면을 엿보게 했다.
상황별로 두려움을 느끼는 정도는 “내가 확진자가 됐을 때 주변으로부터 비난, 추가피해를 받는 것이 두렵다”는 응답이 5점 척도에서 평균 3.52를 기록, 가장 높았고 “무증상 감염되는 것”이 3.17, “주변에 증상이 의심되는데도 자가신고하지 않는 사람이 있을 것 같아 두렵다”가 3.10으로 뒤를 이었다.
신종코로나 뉴스를 접할 때 떠오르는 감정으로는 불안(60.4%)이 압도적이었고 공포(16.7%), 충격(10.9%), 분노(6.7%)가 뒤를 이었다.
반면, 국민들의 신종 바이러스 확산 위험에 대한 대응 행위는 적극적으로 변했다.유 교수팀의 2016년 조사에서는 마스크 착용에 대해 “한다”가 35% 수준에 그쳤지만 이번 조사에서는 “가끔” “자주” “항상” 착용한다는 응답자가 81.2%에 달했고 “비누로 꼼꼼하게 손을 씻거나 소독제를 사용”하는 경우는 무려 98.7%에 달했다.
조사 결과에 대해, 유 교수는 “감염병 대응은 바이러스에 대한 역학적 방역과 함께 심리방역이 중요하다. 심리방역은 감염병 상황에 대한 국민의 합리적인 판단, 사태를 해결할 수 있다는 집단 효능감, 성숙한 시민행동과 사회적 신뢰, 정부, 전문가, 언론, 시민사회 간 효과적인 위기 커뮤니케이션을 갖출 때 성공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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