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옐로카드] 이문규 감독의 ‘몰빵농구’

[옐로카드] 이문규 감독의 ‘몰빵농구’

이문규 감독의 ‘몰빵농구’

기사승인 2020-02-11 17:10:45

[쿠키뉴스] 김찬홍 기자 = 여자농구대표팀이 12년 만에 올림픽 진출권을 획득했다. 하지만 이문규 감독의 지도력은 도마에 올랐다.

여자농구대표팀은 지난 9일(한국시간) 세르비아 베오그라드에서 열린 ‘2020 도쿄올림픽 최종예선’ 중국과의 3차전에서 60대 100으로 40점차 대패를 당했다. 그럼에도 스페인이 영국을 잡으면서 한국은 중국(3승), 스페인(2승 1패)에 이어 조 3위로 올림픽 티켓을 거머쥐었다.

한국이 올림픽 본선에 오른 것은 2008년 베이징 대회 이후 12년만이다. 아시아 정상권에서도 멀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재도약의 발판을 마련했다는 점에 의미를 둘 수 있는 성과다.

하지만 과정은 좋지 않았다. 최악에 가까웠다. 특히 영국전은 이 감독의 전술적 한계를 보여주는 경기였다. 이른바 특정 선수만 기용하는 ‘몰빵농구’를 펼쳤다.

여자농구대표팀은 지난 8일 영국과의 2차전에서 4쿼터 중반 한 때 17점차까지 앞섰다. 누가 봐도 승리가 예상됐다. 벤치 자원을 활용해 주전들에게 숨을 돌릴 수 있는 여유를 줄 상황이 얼마든지 있었다. 여기서 이 감독은 선수 교체를 하지 않고 끝까지 뛰게 했다.

영국전에 출전한 선수는 6명뿐이었다. 그중 5명은 거의 풀타임을 소화했다. 김한별(삼성생명)이 5분59초를 뛰었을 뿐이다. 강이슬(하나은행)과 박혜진(우리은행), 김단비(신한은행)는 1초도 쉬지 못했다. 박지수(KB)는 37분19초, 배혜윤은 36분42초를 뛰었다.

교체 없는 출전에 선수들의 체력은 4쿼터에서 급격히 떨어졌다. 그럼에도 이 감독은 끝까지 교체 카드를 꺼내들지 않았다. 되려 작전타임 중 선수들에게 정신력을 강조하며 호통을 치기도 했다. 17점차로 앞서던 경기는 점수 차가 좁혀지더니 종료 43초 전에는 80대 79, 1점 차까지 쫓겼다. 다행히 상대 파울로 자유투를 얻어내 간신히 승리를 챙길 수 있었다.

현재 농구 트렌드는 로테이션이 상당히 중요시 되고 있다. 빠른 농구를 펼치면서 선수들이 체력을 고르게 가져가는 편이다. 영국은 17점차 상황에서도 압박을 걸며 역전을 노렸다. 한국은 이에 반해 느린 템포와 저하된 체력으로 연달은 실수를 범했다. 이 감독의 판단이 자칫 경기를 그르칠 뻔 했다.

이날 귀국한 이 감독은 기자회견에서 “(혹사와 관련해) 있을 수 없는 얘기다. 장기전도 아니고 도쿄올림픽을 위해 한 경기를 이기려는 상황이었다. 죽기 살기로 해야 한다는 다짐을 하고 가는 상황이었다”며 “환자 5명을 안고 있는 감독 입장에서는 마음을 졸여야 했다. 다른 선수들을 뛰게 해 분위기를 바꿔야 하는가 라는 생각도 했지만 안되겠다 싶었다. 6명이 다행히 이겨내 도쿄올림픽을 갈 수 있게 됐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선수들의 의견은 다소 달라 보인다. 대표팀 센터 박지수는 “프로팀이 아니라 대표팀이기 때문에 12명의 선수 모두 충분한 능력이 있다고 생각하는데, 그런 부분이 아쉽다”고 말했다.

이 감독의 ‘몰빵 농구’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은 당시 대표팀에 센터가 부족한 상황이었는다. 이 감독은 WNBA 시즌이 끝나고 도중 대회에 합류한 박지수를 경기에 토너먼트부터 곧바로 투입시켰다. 경기 시간도 거의 풀타임에 달했다. 북한 선수 로숙영을 평균 35분 이상 뛰게했다. 당시에도 '혹사 논란'을 피하지 못했다.

이 감독은 혹사 논란뿐만 아니라 전술 면에서도 한계를 드러났다.

여자농구대표팀의 주된 수비는 지역방어였는데, 전혀 호흡이 맞지 않았다. 손발을 맞출 시간이 적었다고 하더라도 다소 현재 트렌드와 어울리지 않는 전략들이 보였다. 상대 국가들은 빠른 농구를 시도하는 데 이 감독은 이에 대응책을 전혀 내놓지 못했다. 상대 국가들에게 전략적으로 완패했다.

이 감독이 여자농구대표팀의 사령탑을 잡은 지 어느덧 2년 4개월이 지났다. 다른 국가들은 경쟁력을 끌어올리고 있지만 한국은 여전히 변화가 없다. 문제점을 그대로 안고 가고 있다. 선수들에게 올림픽 무대는 간절하다. 하지만 이 감독도 그만큼 간절한 것인지 묻고 싶다. 감독의 안일한 태도에 선수들만 지쳐가는 안타까운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이 감독의 임기 기간은 이번 최종 예선까지다. 12년 만에 올림픽 진출에 성공시켰지만 논란은 좀처럼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 올림픽이 이제 약 5개월 앞으로 다가왔다. 협회의 다음 결정이 더욱 신중해질 수밖에 없다.

kch0949@kukinews.com

김찬홍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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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찬홍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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