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 전미옥 기자 = "불안하면 스마트폰으로 산소포화도를 매일 측정해서..."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온 글이다. 스마트폰에 탑재된 앱으로 산소포화도를 측정했을 때 90% 이하 수치가 나오면 코로나19(우한 폐렴)로 인한 폐기능 저하를 의심해볼 수 있다는 내용이다.
감염 경로를 알 수 없는 확진자들이 등장하면서 코로나19 감염 공포도 덩달아 높아지고 있다. 17일 온라인에서는 이처럼 코로나19 예방을 위한 정체모를 건강비법을 공유하는 이들이 잇따랐다. 이같은 산소포화도 측정으로 코로나19 감염 여부와 그로 인한 폐손상을 알아볼 수 있다는 주장은 과연 신빙성이 있는 것일까. 코로나19와 함께 불거진 루머과 진실을 짚어봤다.
산소포화도란, 혈액 속에서 헤모글로빈과 결합된 산소량의 최대치를 백분율로 나타낸 수치다. 쉽게 말해 혈액 속 산소의 농도를 말한다. 일반적으로 95~100%의 값을 지니며 90% 이하면 저산소혈증 주의 상태를 의미한다. 병원 응급실에서도 환자의 손가락, 귓불 등을 통해 환자의 산소포화도를 측정해 환자의 상태를 기록한다. 환자 상태가 중증일수록 산소포화도가 낮아질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 스마트폰 중에서는 삼성 갤럭시 시리즈 일부, 그리고 애플과 LG사의 스마트 워치와 같은 웨어러블기기 등이 전용 센서를 통해 혈중 산소포화도 측정 기능을 제공하고 있다. 센서에 일정시간 동안 손가락을 대고 있으면 산소포화도가 측정되는 방식이다. 이는 건강관리를 위한 지표로 의료기기 허가를 받은 것은 아니라는 것이 업체 측의 설명이다.
호흡기내과 의료진들도 한 목소리로 '근거 없다'는 답변을 내놨다. 코로나19를 포함해 어떤 바이러스 감염되었거나 또는 폐렴에 걸렸다고 하더라도 쉽게 산소포화도에 변화가 나타나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손장원 한양대병원 호흡기알레르기내과 교수는 "폐렴에 걸리면 열이 나고, 숨쉬기 어려운 호흡기 증상이 먼저 나타난다. 응급실에 실려올 정도로 심할 경우 산소포화도가 낮아질 수 있지만, 산소포화도 자가측정으로 이를 예견하기는 어렵다. 도움이 될만한 방법이 전혀 아니다"라고 잘라 말했다.
일부 환자의 경우 폐렴에 걸려도 증상을 못 느끼거나 미미하게 나타날 수 있다. 그러나 이 때에도 기침, 호흡기 증상이 먼저 발생한다. 산소포화도 90% 이하는 이미 정상호흡이 불가능한 상태라는 것이 의료진들의 설명이다. 류정선 인하대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산소포화도는 쉽게 떨어지지 않는다. 폐에 작은 흠집으로는 알 수 없고, 바이러스가 어느 정도 이상 폐를 침범한 상태에서나 떨어진다"며 "산소포화도가 떨어진다는 것은 혈액을 통해 산소를 공급받는 장기와 조직들이 손상을 받고 있다는 얘기다. 보통 감기나 폐렴으로는 산소포화도 저하를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고 설명했다.
코로나19 공포에 각종 건강기능식품도 주목받고 있다. 폐 손상을 감소시켜준다는 비타민D부터 면역력을 증진시켜준다는 건강기능식품과 음식이 코로나19 예방책으로 둔갑해 쏟아지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의료전문가들은 특정 식품을 찾는 것보다 기본에 충실한 것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염호기 인제대 서울백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비타민D를 먹는다고 폐렴이 좋아진다는 근거는 없다. 영양소가 부족한 사람들이 보충해주면 나쁠 것이 없지만, 특정 식품을 과도하게 먹는 것은 좋지 않다. 어떤 음식을 먹어서 좋아진다고 하는 환상에서 벗어나야 한다"며 "균형잡힌 식사와 규칙적인 생활, 그리고 충분한 수면을 취한다면 코로나19뿐만 아니라 무슨 병이든지 이겨낼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의료계는 코로나19의 지역사회 전파가 이미 시작됐을 가능성이 높게 보고 있다. 다만, 코로나19 치명률이 높지 않은만큼 과도한 공포보다는 개인 위생과 충분한 휴식을 취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염 교수는 "현재 코로나19는 지역사회 전파가 있다고 인정해야하는 단계다. 전파력은 인플루엔자보다 강한 것으로 보이지만 치명률은 그보다 약하다. 감염되더라도 잘 쉬면 큰 문제없이 넘어갈 수 있다"며 "이런 때일수록 개인위생과 휴식이 중요하다. 감기기운이 있을 때 그것이 코로나19더라도 충분히 쉬면 별문제없이 넘어갈 수 있지만, 과로하면 큰 병이 된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신종 바이러스가 유행하는 때에는 되도록 10시 이전에 수면을 취하고, 자기 전 뜨거운 물로 샤워할 것을 추천한다. 바이러스는 뜨거운 온도와 습도에 약하다. 40도 정도 뜨거운 샤워만으로 내 몸의 바이러스를 제거할 수 있고, 남은 바이러스는 내 몸의 면역이 이겨낼 수 있다"고 덧붙였다.
romeok@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