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 전미옥 기자 = 코로나19의 확산세가 거세지면서 환자를 수용할 병상 부족 사태가 본격화되고 있다.
이미 대구·경북 지역에서는 확진환자 수가 병상 수를 넘어선 상태다. 때문에 일반병실도 격리병상으로 활용하는 등 병상 확보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참고로 음압병상이란, 병실 내부 기압을 인위적으로 떨어뜨린 격리병상을 말한다. 병실 내부 바이러스가 병실 밖으로 퍼져나가는 것을 막아준다.
25일 중앙사고수습본부에 따르면, 전국 공공·민간병원에서 운영 중인 전체 음압병상은 1077개다. 이 중 국가지정입원입원치료병실(음압)은 161실 198병상이다. 지역별 음압병상을 살펴보면 서울이 383병상, 경기 143병상, 인천 54병상이며, 부산과 경남, 대구는 각각 90병상, 71병상, 54병상에 불과하다. 이날 9시 기준 대구지역 확진자 수는 500명에 달했지만, 코로나19 환자 격리치료 중인 병상 수는 464병상에 그쳤다. 이마저도 환자 증가에 따라 추가 병상을 확보한 결과다.
대구시의 음압병상은 54개에 그친다. 나머지는 일반 병실을 격리 치료 병실로 활용하고 있다. 이날 대구시가 시내 거주 신천지 신도 8269명을 대상으로 코로나19 전수조사에 나설 계획이라 확진자 수는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대구시는 급증하는 확진환자 격리치료를 위해 근로복지공단 대구병원, 대구보훈병원, 국군대구병원, 국립마산병원 등 입원환자를 타 기관 전원조치해 1600병상을 확보하겠다고 밝혔다.
청도 대남병원 집단감염으로 경북 지역내 음압병상은 이미 동이 났다. 대구와 경북지역의 음압병상이 100% 가동 중이며, 중증 환자가 늘어날 경우 다른 지역으로 환자를 이송해야만 하는 상황이다. 이날 9시 기준 경북지역 확진자는 231명으로, 환자들은 동국대병원, 안동의료원, 부산대병원, 국립중앙의료원 등으로 이송됐다.
경북도는 청도대남병원을 격리치료병원으로 활용하고, 지역 내 4개 의료원(안동·포항·김천·울진의료원)을 감염병전담병원으로 지정, 입원환자를 타 기관 전원 조치해 최대 900개까지 병상을 확보한다는 방침이다. 이들 지역에서는 음압병상 부족에 따라 중증환자만 음압병상에 격리하고, 나머지 환자들은 일반 병실을 격리치료실로 활용해 격리하는 차선책을 시행하고 있다. 일반 병실을 격리치료실로 사용할 경우 감염 피해가 없도록 차단 장치를 설치하고 있다.
감신 대한예방의학회 이사장(경북대병원)은 "사실상 코로나19 환자를 음압병실에 격리하는 것이 가장 좋다. 일반병실을 격리병실로 사용하는 것은 음압병실이 부족한 상황에서 어쩔 수 없는 조치다. 경북대병원의 경우 중환자실에 병상별로 차단·격리 장치를 하고, 이동음압기를 설치했다. 격리병실로 사용되는 일반병실도 한 병동을 폐쇄해서 다른 병동에 감염 피해가 없도록 차단하는 조치가 이뤄진다"고 설명했다.
부수적 피해도 예상된다. 의료현장의 의료자원과 역량이 코로나19에 집중되면서 상대적으로 다른 질환 환자들이 피해를 볼 수 있다는 지적이다. 감염병전담기관으로 지정된 공공의료기관은 격리병상 확보를 위해 기존 입원 환자를 타 병원으로 전원 조치하고 있다. 중증 환자 입장에선 병원을 옮기는 것 자체가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는 현실.
일찌감치 의료계에서는 '감염병전문병원'을 설립해야한다는 목소리가 높았다. 2016년 보건복지부가 발간한 '메르스 백서'에는 감염병 대응 역량 개선책으로 '감염병전문병원 설립'이 제시됐지만, 감염병전문병원 설립 사업은 지지부진했다. 국립중앙의료원과 호남권역 조선대학교 병원이 감염병전문병원으로 지정돼 있지만. 중앙의료원은 부지 문제로 첫 삽도 뜨지 못했으며, 조선대학교 감염병 전문병원도 아직 준비단계다.
염호기 대한환자안전학회장(인제대 서울백병원)은 "일반 병원은 감염병 환자만을 위한 공간이 아니다. 수많은 중증 환자들이 치료를 필요로 하고, 이들을 보호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감염병 환자에 병원의 모든 역량을 쏟아부을 수 없고, 한계가 있다"며 "메르스 사태 당시 감염병전문병원 설립이 필요하다고 여러번 요청됐었다. 그 요청을 무시해서 지금의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이다. 감염병만을 위한 병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감 이사장도 "지금껏 감염병 논란 때마다 감염병전문병원이 필요하다고 이야기가 나왔지만 사태가 끝나면 동력이 떨어져 추진되지 않아왔다. 그러나 이제 우리가 신종 감염병과 상존한다는 것을 인정해야한다. 반복되는 감염병 사태를 대비하며녀 감염병전문병원 설립해 인프라과 인력을 준비하고 연구역량 길러야 한다"며 "다만, 경제적 효율성을 따지게 되면 진척이 어렵다. 경제 논리를 벗어나 국민 건강을 위한 감염병전문병원이 만들어져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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