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진자 폭증' 대구, 퇴원 기준 간소화·경증환자 시설격리 시급

'확진자 폭증' 대구, 퇴원 기준 간소화·경증환자 시설격리 시급

우한 교민 수용했던 인재개발원처럼...지자체 시설에 경증환자 임시병원 준비해야

기사승인 2020-02-29 02:00:00

[쿠키뉴스] 전미옥 기자 = "환자 증가 추세가 너무 빠릅니다. 코로나19에 맞게 치료기준을 당장 바꿔야 합니다."

국내 코로나19 발생 40일째, 확진자 수가 2000여명을 넘어섰다. 특히 대구 지역에서는 하루에만 수백여명의 확진자가 추가돼 현재 확진자만 1000여명이 넘는다.

28일 대구광역시에 따르면, 이날 대구지역 확진자는 297명 추가돼 총 1314명으로 늘었다. 이 중 의료기관에 입원 조치된 환자는 634명. 여전히 680명은 자택에서 자가격리 상태다.

병상 및 의료자원은 여전히 부족한 상황이다. 권영진 대구시장은 이날 오전 브리핑에서 "어제까지 대구지역 병원 1013병상 외에, 국립마산병원(69병상) 등에일부 병상을 확보했지만 환자를 수용할 병상은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라며 "지역 병원들을 대상으로 병상 추가 확보를 협의하는 한편, 중앙부처에 계속해서 병상 지원을 요청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쏟아지는 확진자에 비해 병상 등 의료자원 부족현상이 수일째 이어지자 현장에서는 코로나19에 맞게 치료기준을 변경하자는 목소리가 나온다.

병상 부족이 심각한만큼 중증 환자만 병원에서 치료 받도록 하고, 무증상이나 경증환자는 병원이 아닌 이동병원 등 시설에 격리해 치료하는 방안이다. 완치 퇴원 기준도 간소화해 병상활용을 효율화하자는 제안도 나온다. 

방상혁 대한의사협회 상근부회장은 '치료지침 변경'을 제안했다. 그는 현재 대구지역에서  의료지원단장을 맡고 있다.

방 부회장은 "현재 코로나19 환자의 약 80%는 무증상이거나 경증이다. 병상이 부족한 상황에서 경증환자가 병상을 차지하고 있어서는 안 된다. 상황이 위중한만큼 중증 환자들, 그리고 다른 질환의 심각한 환자들이 병원에서 치료받도록 하되, 경증 환자들은 시설격리를 통해 치료하도록 지침 변경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방 부회장이 제안한 '시설격리(임시 이동병원)'란 병원이 아닌 지자체 시설을 통째로 빌려 경증 환자를 위한 임시 치료시설로 사용하자는 의미다. 정부가 아산과 진천의 인재개발원 등에 우한 교민들을 임시수용한 것처럼 지자체 시설에 경증, 무증상 환자들을 수용해 임시병원으로 활용하자는 것이다 .

앞서 김우주 고려대 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도 이런 내용을 제시한 바 있다. 코로나19의 발병지인 중국 우한에서 체육관 등 시설을 이동병원으로 활용한 것을 벤치마킹한 것인데, 환자 중증도에 따라 위중(3%)-중증(16%)-경증(80%)으로 나눠 경증에 해당하는 환자를 임시 이동병원에 격리해 치료하는 방안이다.

환자가 폭증하는 대구 의료현장의 의료진들은 이런 시설격리 필요성에 공감하는 분위기다.

방 부회장은 "지자체나 정부에서 관리하는 연수원 등을 활용해 환자들은 각 방에 계시도록하고, 파견된 의료진이 증상을 관리하고 치료하는 것이다. 대부분 경증환자들은 증상이 미미하고 건강하시기 때문에 충분히 가능하다. 증상이 심해진 경우 의료기관으로 옮겨 한정된 의료자원을 효율화 해야 한다"며 "현장 의료진들은 지금 당장 시설격리를 준비해야 한다는 입장이다"라고 설명했다.

여기에 더해 완치 퇴원 기준도 손볼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현재 질병관리본부가 정하는 코로나19 환자의 완치 퇴원 기준은 증상이 사라진 후 48시간이 지난 뒤 24시간 기준으로 검체검사를 2번 시행해 음성이 확인되어야 한다. 방 부회장은 검체검사 횟수를 1회로 줄여 퇴원시기를 앞당겨야 한다고 했다.

그는 "대구 지역에는 코로나19 환자뿐만 아니라 긴급하게 수술이나 치료를 요하는 환자들이 있다는 점도 깊게 고려해야 한다. 증상이 없어 시행한 진단검사에서 음성이 나올 경우 되도록 빠르게 퇴원하도록 검토해야 한다. 지금의 기준은 코로나19가 아니라 메르스에 맞춘 기준이다. 코로나19에 맞게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

감신 경북대병원 예방의학과 교수도 '시설격리(임시 이동병원)'를 준비해야 한다고 했다. 

감 교수는 "환자 증가 속도가 빠른 만큼 시급하게 검토해야한다. 일정 시설을 준의료기관화해서 경증의 감염병 환자들을 격리해 치료하는 것이다. 이때 확진자에 대한 중증도 분류가 중요하다. 증상이 있지만 경미한 환자가 대상"이라며 "경증 환자를 의료진이 모니터링하고 관찰하고, 필요한 경우 의료적 조치를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자가격리 상태에서 의료진이 모니터링하는 치료도 가능하다. 다만 자가격리의 경우 화장실이 딸린 독립된 공간이 있어야 하고, 주기적으로 모니터링해서 도와줄 사람이 있어야 한다"며 "시설격리 개념은 땜질식 처방이 아니라 의료자원효율화를 위한 방법으로 고려되는 방법이고, 현재 상황에서 논의해야 하는 문제다"라고 말했다.    

romeok@kukinews.com

전미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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