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 김찬홍 기자 = 여자프로농구연맹(WKBL)이 이해할 수 없는 결정을 내렸다.
WKBL은 지난 2일 사무국장 회의를 열고 향후 리그 중단 없이 기존처럼 무관중 경기를 이어갈 것이라고 결정했다. 혹시나 리그 내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자가격리자가 발생하면 즉각 리그를 종료하고 플레이오프 진행여부는 추후 결정하겠다고 덧붙였다.
코로나19의 확산세가 계속되는 상황에서, 국내 프로스포츠는 일제히 리그 개막을 연기하거나 중단하고 있다. WKBL이 사무국장 회의를 연 2일만 해도 한국농구연맹(KBL)과 프로배구 연맹이 리그 중단을 결정했다.
당초 WKBL 역시 리그 중단 가능성이 유력했 보였으나 사무국장 회의에서 예상과 다른 결과가 나왔다.
납득하기 어려운 결정이다. 현장의 목소리를 외면한 WKBL이다.
최근까지도 WKBL 관계자 및 선수단은 코로나19를 향한 우려의 시선을 드러내왔다.
지난 1일 용인 삼성생명의 외국인 선수 비키 바흐는 “외국에 있는 가족들이 매우 걱정하고 있다. 바이러스에 걸리는 것이 문제가 아니라 집으로 갈 수 없게 입국을 아예 막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가족들이 계속 돌아오라고 말하고 있다”고 걱정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구단 관계자는 “리그가 중단되거나 조기 종료로 결정되는 게 나았을지도 모른다. 언제 어디선가 선수들이나 구단 관계자들이 코로나19에 감염될지도 모로는 상황 아닌가”라며 “선수들도 많이 불안해한다. 우리도 걱정이 이만저만 아니다”라고 토로했다.
WKBL이 제시한 '자가격리자 발생 시 리그 종료'라는 조건은 위험 부담이 상당하다. 무관중 경기로 진행되지만 선수들을 비롯해 구단 관계자, 중계팀, 취재진, 경기 운영관리팀, 심판진 등을 포함하면 한 경기에 100명이 넘는 인원들이 경기장을 찾는다. 감염 우려에서 결코 자유롭지 못하다. 일이 발생하면 뒤늦게 수습하겠다는 생각은 안일하다. 자칫 소 잃고 외양간을 고치는 우를 범할 수 있다. KBL 역시 예상치 못한 곳에서 확진자 동선이 겹치는 상황이 발생했고, 프로배구에서는 구단 트레이너가 의심 증세를 호소했다고 알려져 잠시 긴장감이 감돌기도 했다. WKBL이라고 안전지대가 아니다.
일각에서는 남은 일정이 얼마나지 않아 그대로 일정을 결정했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WKBL은 지난 2일 부로 6라운드에 돌입한 상황이다. WKBL 6개 구단은 4~5경기만 더 치르면 된다. 매일 1경기씩 진행해 오는 19일 정규리그가 끝난다. 또 항간에선 각 팀 외국인선수들 상당수가 미국여자프로농구(WNBA) 등 타 리그에서 하계 시즌을 보낸다는 점도 감안했다는 추측이 나오기도 한다.
하지만 KOVO 역시 현재 팀당 평균 4경기 정도가 남아 WKBL과 비슷한 상황이었다. 스폰서쉽, 외국 선수 거취 등 리그를 중단할 시 고려할 사안들이 복잡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선수단을 비롯한 모든 사람들의 건강이다. 규모가 훨씬 작은 일부 스포츠 종목들도 빠르게 리그 중단 결정을 내렸기에 WKBL의 결정은 더욱 아쉽게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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