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의사소통 기능에도 노화가 온다

[칼럼] 의사소통 기능에도 노화가 온다

기사승인 2020-03-05 12:15:27
사진=리햅위더스 제공

예전에는 말도 잘하고 단어도 생각이 잘 났는데, 나이가 들수록 의사소통 능력이 떨어지는 느낌을 받는 경우가 있다.

실제로 해부 생리적인 변화를 보자면, 나이가 들수록 뉴런 손실, 뇌 위축 등으로 인해 언어를 이해하고 표현하는데 사용되는 신경계 기능들이 떨어진다. 여기에 소리를 듣는 감각 세포와 소리를 내는데 필요한 운동 세포들도 약해지고 느려진다. 말소리를 내는데 필요한 폐, 성대, 혀 등도 근육의 위축과 신경계 퇴화의 영향을 받게 된다.

이러한 변화로 인해 발생하게 되는 의사소통 기능의 변화와 이를 개선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해 알아보면 다음과 같다.

다른 사람과의 의사소통을 원활히 하기 위해서는 꽤 많은 기능들이 필요하다. 우선, 다른 이의 말을 듣기 위한 정상적인 청력이 필요하다. 노인의 대다수는 여기에서부터 문제를 가지게 된다. 젊을 때에 비해서 청력 자체가 저하되는데, 특히 고주파수 소리들을 듣기가 어려워진다. 그래서 남자보다는 여자의 말을 듣는 것이 어려워지고, /ㅅ, ㅈ/이 들어간 단어들이 잘 안 들린다.

소리를 잘 들었다 하더라도, 들은 내용을 뇌가 처리하고 이해하는 것이 어려워질 수도 있다. 노년기에는 한 문장 안에 너무 많은 정보들이 포함되어 있으면 이를 한꺼번에 처리하기가 어려워져 잘 못 이해하는 경우가 생긴다.

이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노인성 난청의 경우, 보청기 착용을 권한다. 사소한 문제로 차치하다가는 듣고 이해하는 능력의 저하 및 인지 장애(치매)의 위험을 높이게 된다. 또한 상대방과 대화할 때는, 대화 주제에 대해 미리 공유하고 이야기를 나누면 도움이 된다.

상대방에게 나의 의도를 전달하기 위해서는 적절한 단어를 골라 우리나라 문법에 맞게 문장으로 구성해야 한다. 평생 사용해 와서 너무 쉽게 할 수 있을 것 같았던 이 과정이 나이가 들면서 점점 어려워지면 자존감도 낮아지고, 대화 상황을 회피하게 될 수도 있다.

특히 일상생활에서 자주 사용해야 하는 ‘표현하기’ 기능은, 노인들에게는 적절한 ‘단어’를 생각해내기 어려운 문제로 주로 나타난다. 지난 번 구입했던 물건의 상표 이름이 생각나지 않는다든가 지인의 이름이 도무지 기억나지 않아 답답해지는 경우들이 많다.

이런 변화가 생길 경우, 특정한 단어와 함께 사용되는 이미지(그림, 사람 얼굴 등)를 함께 떠올려본다. 원하는 단어가 떠오르지 않을 경우에는 그 단어와 비슷한 다른 단어를 사용하거나 해당 단어의 뜻을 설명해서 표현해 본다.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그냥 넘어가거나 대화를 중단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이 외에도 예전에 비해 목소리나 발음이 나빠질 수 있다. 듣고 이해하기나 표현하기에 비해 상대적으로 노화의 영향을 덜 받는 기능이 발성과 발음이다. 물론, 젊은 사람의 목소리와 나이 든 사람의 목소리에는 몇 가지 차이점이 있다. 성대 근육들이 위축되면서 거칠고 바람새는 소리가 나고, 종종 목소리에 떨림이 함께 나타난다. 여성 노인의 경우, 목소리 높이가 점점 낮아지고 굵어지기도 한다. 이러한 목소리 변화는 의사소통 기능에 중대한 문제를 가져오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무심코 지나치게 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그 변화의 속도가 너무 빠르거나 급작스럽다면 음성 관련 질환을 의심할 수 있고, 경우에 따라서는 신경계 변화의 신호일 수 있다.

발음의 경우에도, 상대방이 알아들을 수 없을 정도로 나빠지거나 갑자기 어눌해지는 증상을 보인다면, 이는 정상노화로 인한 변화가 아니므로, 빠르게 의료적 처치를 받아야 한다. 노인들이 가장 걱정하는 뇌졸중의 전조 증상 중 하나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변화에 대처하기 위해서는 목소리가 전반적인 건강상태의 영향을 가장 쉽게 받는 만큼, 신체 건강을 유지하면서 음주나 흡연을 금한다. 또한 건조하거나 먼지가 많은 장소는 피하고 충분한 물을 섭취하는 것이 도움이 될 수 있다.

노화로 인해 발생하는 의사소통기능의 저하를 방지하기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의사소통 기능의 사용을 줄이지 말고, 지속적으로 하는 것이다. 은퇴 이후, 집에만 있거나, TV만 보게 되면 의사소통 상황 자체가 줄어들고, 해당 기능을 쓸 일이 없게 되면서 퇴화를 가속화 시키게 된다. 반면, 지속적인 사회/친목 활동을 하게 되면, 말하고 듣고 읽고 쓰는 의사소통 기능을 사용할 기회를 다양하게 가질 수 있다.

노화에 따른 현상들은 질환처럼 치료가 되어 회복되는 것이 아닌 진행형의 변화지만, 꾸준한 기능의 사용으로 그 속도를 늦추거나 현재 상태를 유지할 수 있다.


글. 성인언어치료 플랫폼 리햅위더스 유현지 대표원장(언어병리학 박사)

김영보 기자
kim.youngbo@kukinews.com
김영보 기자
이 기사 어떻게 생각하세요
  • 추천해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추천기사
많이 본 기사
오피니언
실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