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용준의 한의학 이야기] 영화 ‘기생충’에서 박 사장이 마시던 음료는?

[박용준의 한의학 이야기] 영화 ‘기생충’에서 박 사장이 마시던 음료는?

기사승인 2020-03-17 18:29:08

올해 아카데미 시상식 4관왕에 빛나는 영화 '기생충'에서 자수성가한 글로벌 IT 기업의 CEO 박사장(이선균 분)이 집에 들어오자마자 냉장고를 열고 마신 음료는 무엇이었을까? 그것은 바로 여름철의 무더위를 예방하고 다스리는 ‘생맥산(生脈散)’이다. 예로부터 생맥산은 한방에서 여름을 이겨내는 대표적인 처방으로 알려져 왔다.

『동의보감』, 『동의수세보원』 등 중요한 의서에 빠짐없이 수록되어있는 생맥산은 무더운 여름에 지친 원기를 북돋아 폐를 보호하는 처방이다. 생맥산의 처방 구성은 맥문동, 인삼, 오미자가 2:1:1 비율로 들어간 매우 간단한 방(方)이라 민간에서도 많이 이용하고 있다. 먼저, 오미자를 차가운 물에 반나절 정도 우린 후, 맥문동과 인삼을 넣고 끓인 다음 시원한 곳에 보관하고 수시로 복용한다. 여름철의 더위와 갈증, 땀을 많이 흘리는 증상, 마른 기침 등을 다스리는 처방이다. 

따뜻한 기운으로 온폐지해(溫肺止咳)하는 인삼(人蔘), 시원한 기운으로 폐열을 식히면서 진액을 보충해주는 맥문동(麥門冬)에 오미자(五味子)의 새콤한 맛과 향으로 여름철의 뜨거운 기운에 손상되기 쉬운 폐의 기운을 도와주는 처방이다. 

기력이 쇠하고 원기가 부족해지기 쉬운 여름철에 보폐생맥 (補肺生脈) 즉, 폐를 보하고, 맥을 생하는 처방이라하여 생맥산(生脈散)이라 이름 붙여진 것이다. 이렇게 생맥산은 무더운 여름철의 열기로 손상된 폐의 원기를 회복시켜 전신권태, 무기력, 기침과 갈증 등을 치료함으로써 ‘익기해서(益氣解暑)’, 즉 기운을 북돋우면서 여름을 이겨낼 수 있도록 해주는 멋진 처방인 것이다. 

그런데 무더운 여름이 아닌 초봄인 요즘에 생맥산이 주목을 받고 있는데 그 까닭은 무엇일까? 그것은 전대미문의 전염성 질환인 코로나19의 예방과 치료에 생맥산이 이용되기 때문이다.

대한한의사협회는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 한의진료 지침(제1판)'을 발표하고 전국 한의원에 배포했다. 한의진료 지침의 ‘코로나19 한약 치료 권고’ 내용은 예방과 증상 경감 두 가지로 나뉜다. 우선, 예방 목적으로는 생맥산 복용이 고려될 수 있다. 임상적으로 고위험군에 있는 비감염자와 의료진에게 기음부족(氣陰不足)인 경우 생맥산을 예방적으로 투여할 수 있다. 아울러 코로나 감염증 치료에도 다른 한약 처방과 함께 생맥산을 투여하면 치료율이 높아짐을 제시하였다.

생맥산을 구성하는 세 가지 약재 중 맥문동이 가장 많이 사용되는데, 맥문동에 대해 알아본다.

맥문동은 한자어로 ‘麥門冬’인데 뿌리 모양이 보리를 닮았고 겨울에도 잎이 푸르러서 붙여진 이름이다. 맥문동은 겨울을 잘 견딘다고 하여 ‘인동(忍冬)’으로도 불린다. 또한 약재로 쓰이는 뿌리를 음식 대신 먹을 수도 있기에 여랑(餘粮)이라고도 한다. 맥문동의 덩이뿌리를 봄과 여름에 채취해 깨끗이 씻어 햇볕에 건조해서 약재로 쓴다. 우리나라에서 대표적인 맥문동 산지인 충남 청양에서는 대개 4월 초에 채취한다. 

맥문동은 음(陰)을 자양(滋養)하고 폐(肺)를 촉촉하게 적셔주고 심(心)의 열을 내려주고 위(胃)의 기운을 더해주고 진액(津液)을 생화(生化)하는 (滋陰潤肺, 清熱降火, 益胃生津) 효능을 지닌다. 폐의 기능이 떨어져 발생하는 마른기침, 가래, 해수에 쓰이며, 가슴이 답답하여 잠을 못 이루는 증상에도 사용한다.

겨울과 봄철에 어김없이 찾아오는 미세먼지와 황사로부터 위협받는 우리의 호흡기나 기관지 건강을 지키는 데도 도움이 된다. 사람의 호흡기관으로 들어간 미세먼지가 기관지나 폐에 쌓이면 비염, 기관지염, 천식을 유발한다. 이처럼 우리 몸에 들어온 미세먼지와 황사 등 이물질을 배출하는데 맥문동 뿌리에 들어있는 단당류, 시토스테롤, 사포닌 등이 큰 도움이 된다.

맥문동은 그늘진 곳에서도 잘 자란다. 아파트나 빌딩, 학교의 화단이나 공원 등지의 나무 밑에서 아름다운 보라색 꽃과 푸르른 잎새 덕에 흔히 접할 수 있다. 진한 초록 잎은 흰 눈이 내리는 겨울의 매서운 날씨에도 시들지 않는 특성으로 초록을 뽐내는 화초로도 주목받는다. 또한, 맥문동의 공기정화 능력이 새집증후군을 막아 준다고 하여 실내에서 키우는 식물로도 자주 언급된다. 

코로나19 감염으로 지치고 황사와 미세먼지로 상하기 쉬운 요즘, 맥문동이 들어간 생맥산 처방으로 건강을 지키기 위해 화단에 맥문동을 심어 가꿔보면 어떨까? 식물을 키운다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지만 이렇게 식물을 심고 가꾸는 과정에서 얻어지는 긍정적인 마음과 활동 그 자체만으로도 이미 병을 멀리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박용준(묵림한의원 원장/대전충남생명의숲 운영위원)

최문갑 기자
mgc1@kukinews.com
최문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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