꼼수? 개혁?… 형식만 있고 내용은 없는 ‘비례연합정당’

꼼수? 개혁?… 형식만 있고 내용은 없는 ‘비례연합정당’

민주당, “통합당에 1당 뺐길 수 없다”며 1회용 비례정당 참여 확정

기사승인 2020-03-18 01:00:00

[쿠키뉴스] 오준엽 기자 = 더불어민주당이 5개 진보정치세력과 하나 돼 비례대표를 배출할 1회용 정당을 만들기로 했다. 이를 두고 민주당은 선거법 개혁의 취지를 살리기 위한다는 명분을 내걸었다. 하지만 정의당은 ‘원칙을 저버린 욕망의 폭주’라며 민주당의 연합참여를 강하게 비판했다. 

민주당은 17일 오후 ▲기본소득당 ▲시대전환 ▲가자환경당 ▲가자평화인권당과 함께 비례연합 플랫폼인 ‘시민을 위하여’에 함께하기로 하고, 협약서에 서명했다고 밝혔다. 이어 ▲소수정당 추천후보 비례대표 앞순번 배정 ▲검경수사권 독립 및 공수처법 등 개혁법안 퇴행시도, 부당한 탄핵추진 공동대응 ▲적폐청산 및 민주적 개혁가치 구현 공동노력을 약속했다.

협약식 이후 윤호중 사무총장은 기자들과 만나 “민주당의 정당정책에 비춰 충분히 함께 공유할 수 있는 공통분모가 있는 정당들이라 판단해 선택하게 됐다”면서 “연동형 비례대표제가 가지는 다당제의 취지를 살리기 위해 원외정당을 돕겠다는 취지로 뜻이 맞는 정당들과 함께 하게 된 것”이라고 참여배경을 설명했다.

문제는 연합 과정에서 불거진 정치개혁연대와의 갈등과 민주당의 선택이 가져올 미래가 민주당이 내세운 명분과 일치할 것이냐는 점, 비례대표제의 의미를 지키느냐는 점 등이다. 이를 두고 정치권 일각에서는 부정적 견해를 내비치고 있다. 심지어 자매정당이라고 주장하는 미래한국당을 만든 미래통합당조차 민주당의 선택을 ‘꼼수’이며 ‘배반의 정치’라고 비난하고 있다.

미래통합당 전희경 대변인은 16일 이해찬 대표의 비례연합정당 참여선언을 두고 ‘오만의 극치’라고 비난한 후 “정치가 정도를 벗어나면 결국 이 지경이 난다. 권력에 걸신이 들린 나머지 차마 못할 짓도 없어진 민주당이 참으로 추하다”고 혹평했다. 나아가 “양심팔고, 염치 팔아 권력을 사들일 심산”이라며 “거짓과 협잡, 꼼수에 국민은 속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선거법 개정을 함께 일궈낸 정의당과 민생당도 비난의 목소리를 높였다. 정의당 김동균 부대변인은 연합참여발표 직후 논평을 통해 “민주당이 어떤 세력과 연합해 비례용 정당을 만들든 본질은 민주당의 위성정당”이라며 “어떤 명분을 갖고 오더라도 준연동형 비례대표제의 취지와 원칙을 민주당이 스스로 파괴하고 있다는 사실은 달라지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덧붙여 “원칙을 저버린 욕망의 폭주는 결코 좋은 결과로 이어질 수 없다. ‘정치개혁연합’과의 갈등 끝에 ‘시민을 위하여’를 택하게 되는 지금 상황이 바로 그 전조”라며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다. 민주당이 이대로 더 나아갈수록 상황은 더 꼬이기만 하고, 국민들의 신뢰를 점점 잃게 될 것이다. 지금이라도 정치개혁의 대의에 복무하기 바란다”고 지적했다.

민생당 김정현 대변인도 “민주당 측의 비례정당 관련 언급이 오락가락해 정치 불신을 증폭시키고 있다”며 비례정당을 두고 말을 바꾸는 행태나 비례정당의 성격과 윤곽을 밀실논의로 일관하는 모습을 강하게 비난했다. 나아가 “총선판세가 심상치 않게 돌아간다고 해서 바늘허리에 실을 매어 쓸 수는 없다”며 결국 의석에 대한 욕심이 만들어낸 결과물이라고 혹평했다.

◇ 탄핵저지 및 사법개혁 유지목적 드러내… 정의당, 맹폭

이와 관련 윤 사무총장은 연합참여 취지를 설명하며 “미래통합당이 미래한국당을 통해 국민의 지지보다 훨씬 많은 의석을 가지려는 시도는 정치개혁의 기본취지인 소수정당의 원내진출을 도우려는 뜻을 훼손하는 것으로 이를 막고, 탄핵을 부정하는 세력이 제1당이 되는 것을 저지하려는 목적”이라고 말해 의도가 의석에 있음을 은연중에 인식하고 있음을 드러내기도 했다.

더구나 미래한국당과 같은 비례위성정당인 ‘비례민주당’과의 차이점을 묻는 질문이나, ‘시민을 위하여’가 추구하는 정책적 방향이나 목표, 여타 소수정당과의 연합가능성에 대해서도 뚜렷하게 답변을 하지 못하거나 민주당과 뜻을 함께할 수 있는 정당의 참여만 가능하다는 식의 말을 남겨 탄핵저지 등을 위한 ‘의석확보’가 주요 목적이라는 의도를 역으로 표출했다.

심지어 비례연합 플랫폼 ‘시민을 위하여’를 ‘일회용기’에 비유하며 21대 총선에서만 존재하는 연합으로 총선 후에는 없어질 정당이라고 소개하기도 해 사실상 총선 후 원내에 진입한 비례대표 의원들의 흡수를 전제로 하고 있었다. 더불어 “성소수자 등 비례대표 후보선정과정에서 면밀한 협의가 있어야 할 것”이라는 등의 표현으로 후보선정에 관여하겠다는 뜻도 내비쳤다.

이에 대해 정의당 강민진 선거대책위원회 대변인은 “‘성소수자 문제’와 같이 불필요한 소모적 논쟁을 일으키는 정당과는 연합할 수 없다는 민주당 윤호중 사무총장의 발언은 소수자 차별 발언이자, 비례연합당의 한계를 그대로 드러내는 말”이라며 “결국 민주당의 ‘비례연합정당’ 구상은 민주당 입맛에 맞는 소수정당만 골라서 줄세우기 하려는 의도였냐”고 꼬집었다.

또 “민주당이 참여하기로 한 ‘시민을 위하여’에 함께하는 다른 정당 중에도 성소수자 인권보장을 원칙으로 가진 당들이 있다. 결국 비례연합정당에서 이들 소수정당들의 원칙과 입장을 가로막겠다는 것이냐”며 “그렇다면 비례연합정당 안에서 소수정당들은 자신의 정책노선이 아니라 민주당의 가이드라인을 따라 입장을 가지라는 강요에 다름 아니다”고 질타했다.

oz@kukinews.com

오준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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