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여금·총량제 산 넘을까? 모빌리티 혁신위에 쏠리는 눈

기여금·총량제 산 넘을까? 모빌리티 혁신위에 쏠리는 눈

플랫폼운송·택시가맹 통과됐는데...새로 진입하는 스타트업 부담 커져

기사승인 2020-04-02 04:00:00

[쿠키뉴스] 구현화 기자 = 렌터카의 플랫폼 운송과 택시의 프랜차이즈. 이제는 현실이 됐다. 정부가 지난달 31일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 개정안을 국무회의에서 통과시키면서다. 

이로 인해 지금까지 타다나 카카오T, 마카롱택시와 같은 모델을 다른 업체들이 적용할 수 있게 됐다. 

새로운 업체들의 유입으로 법인택시들의 고질적인 사납금 관행도 뿌리뽑을 수 있을지 관심사다. 다만 기여금과 면허 총량제가 아직 풀어야 할 난제로 남아 있다. 결국 자금력이 없는 스타트업들이 들어오지 못하도록 진입 장벽만을 높일 것이라는 비관적인 전망도 나온다. 

1일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 개정안에 따르면 지금껏 금지돼 온 세 가지 영업 형태가 허용된다. 렌터카를 포함한 플랫폼운송사업, 택시를 포함한 가맹택시사업, 앱을 통해 차량 호출을 중개하는 플랫폼 중개사업이다.

이중 택시업계의 입장을 십분 받아들인 택시 가맹사업이란 택시 면허를 사들여 회사를 운영하는 것을 말한다. 카카오모빌리티는 지난해 진화택시 등 택시회사 9곳을 인수해 택시면허 900여개를 확보했고, 현재 3600대에 이른다. 마카롱택시도 약 1800대의 가맹을 포함해 직영 2200대 등 총 4000여대의 택시 차량을 운행하고 있다. 바야흐로 택시 가맹 사회가 열리는 셈이다.

그러나 아직 넘을 산이 많다. 각계 의견이 나뉘는 쟁점은 기여금 규모와 택시 총량제다. 정부는 기여금 규모와 총량제 등을 논의하기 위해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로 구성된 '모빌리티 혁신위원회'를 이달 안에 출범시킬 예정이다. 하지만 각 이해관계자마다 의견의 괴리가 커 과연 합의가 이뤄질지 미지수라는 업계의 관측이다. 

기여금과 관련 해외 사례는 매우 다양하다. 호주 뉴사우스웨일스주는 이용건당 1호주달러(한화 약 810원)을 낸다. 미국은 주마다 공유 건수를 기준으로 하거나 정액제, 혹은 운송요금의 일정비율로 내는 등 다양한 방식을 채택하고 있다. 미국 뉴욕주는 전체 운송요금의 4% 정도를 지불한다.

우리나라의 경우 개정안에 따르면 플랫폼이나 택시 가맹사업을 하는 업체들은 사업 규모에 따라 수익 일부를 기여금으로 내야 한다. 지난해 정부와 모빌리티 업계의 논의에서 기여금이 1대당 월 40만원 수준으로 논의된 것을 감안하면 투자를 받아 적자를 감내하고 성장을 기대하며 영업하는 기업들은 살아남기가 어렵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기여금 제도 자체가 사업장벽이 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자금력이 있는 대기업만 진입할 수 있는 시장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타다가 정부와의 대화에서 이탈한 가장 큰 이유가 바로 이 기여금 문제다. 기여금을 내며 사업하는 방식이 스타트업에게는 가혹하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정부는 영세 스타트업에는 기여금을 면제하는 방법을 열어 두고 있다는 입장이다. 

총량제 또한 초미의 관심사다. 모빌리티 업계는 택시 총량 외의 면허가 허용돼야 한다는 입장이지만 택시업계가 완강하게 반대하고 있다. 택시업계의 요구대로 감차분 이내에서만 플랫폼 운송영업 면허를 발급하게되면, 신규 진입하려는 모빌리티 업계의 서울 영업은 사실상 불가능한 상황이다. 현재 서울의 경우 2017년 이후 택시 감차가 없는 상황이어서 새로 영업을 한다는 것은 원천봉쇄된다. 

또 어느 정도의 택시면허를 확보해야 회사를 설립할 수 있을지 면허 기준 대수도 관건이다. 현재는 서울 등 광역시와 특별시에서 택시사업을 하려면 4000여개의 면허를 확보해야 한다. 현재 이 기준에 부합하는 회사는 카카오T택시를 운영하는 카카오모빌리티와 마카롱택시를 운영하는 KST모빌리티 뿐이다. 

이 기초 면허 대수를 줄여야 자유롭게 사업을 할 수 있다. 이 때문에 국토교통부는 4000여개 면허를 500대로 완화해 진입장벽을 낮추겠다는 입장이다. 문제는 서울 개인택시 면허 가격이 7000만원, 법인택시가 5000만원에 형성돼 있다는 점을 감안할 때 회사 설립에만 최소 250억원이 소요된다는 점이다. 애초에 자금력이 있는 업체들만이 사업에 뛰어들 수 있는 구조라는 것이다.

이처럼 다양한 이해관계가 얽힌 상황속에 출범하는 모빌리티 혁신위가 '알맹이 없이 보여주기에 불과할 것'이라는 비관적 의견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특히 스타트업들로서는 모빌리티 업계에 사업을 새로 시작할 때 자금이 훨씬 더 소요되는 데다 진입장벽도 높아졌다고 볼멘소리를 하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사실 모빌리티 사업은 요금을 받고 이동하는 것 자체보다도 이동에 대한 빅데이터 확보와 인공지능을 통한 운행 효율성 달성여부가 관건"이라면서 "이렇게 가면 카카오나 SK텔레콤 등 대기업과 기존 업체들만이 살아남는 '그들만의 리그'가 될 가능성이 크다"고 우려했다. 

kuh@kukinews.com

구현화 기자
kuh@kukinews.com
구현화 기자
이 기사 어떻게 생각하세요
  • 추천해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추천기사
많이 본 기사
오피니언
실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