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 김동운 기자 = 지난달 인터넷은행법 개정안이 부결되면서 다시 위기에 빠졌던 케이뱅크가 ‘플랜B’로 주주 배정 방식 유상증자 카드를 꺼내들었다. 금융권에서는 21대 국회에서 인터넷은행법 개정안 논의 여부에 따라 케이뱅크의 성패 여부가 갈릴 것으로 보고 있다.
금융권에 따르면 케이뱅크는 지난 6일 이사회를 열고 5949억원 규모의 신주 1억1898만주 발행을 의결했다. 이번 유상증자는 주주 배정 형식으로 현재 지분율에 따라 신주를 배정하고, 만일 실권주가 생기면 주요 주주사가 이를 나눠서 인수하게 된다.
주금납입일은 6월18일로, 예정대로 증자가 진행될 경우 케이뱅크의 자본금은 6일 기준 5051억원에서 약 1조1000억원으로 증가한다. 자금 수혈이 이뤄지면 케이뱅크는 개점휴업 상태에 놓였던 대출서비스를 다시 재개하고 운영정상화를 도모할 수 있게 된다.
문제는 이번 유상증자 방안이 지난해 케이뱅크가 진행했던 유상증자와 동일한 방식이라는 점이다. 당시 케이뱅크는 주주 배정 방식으로 약 6000억 규모 유상증자를 실시했지만, 주주사들의 미온적인 참가로 인해 276억원 규모 ‘브릿지 증자’에 그쳐 사실상 실패한 유상증자였다는 평가를 받았다.
KT는 지난해의 선례와는 상황이 다르다고 설명했다. 이번 유상증자 추진은 케이뱅크의 개점휴업 상태를 방치할 수 없다는 케이뱅크 주주사들간 공감이 이뤄진 결과라는 것이다.
KT 관계자는 “케이뱅크가 지난 1년간 개점휴업된 상황을 더 이상 두고 볼 수 없다는 KT와 주주사들의 공감대가 형성됐다”라며 “KT는 ‘리딩주주’로서 역할에 충실하게 수행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케이뱅크에서도 이번 유상증자를 통한 경영정상화에 대한 의지를 드러냈다. 케이뱅크 관계자는 “이번 유상증자는 전 주주사들이 참여하는 만큼 충분한 논의 시간이 필요하다고 판단, 주금납입일을 2개월 뒤로 정했다”라며 “유상증자가 성공적으로 진행된다면 중단됐던 대출영업을 다시 재개하고, 자체 내부신용평가모델을 이용한 비대면 아파트주택담보대출 등 혁신적인 상품들을 선보일 계획”이라고 말했다.
금융권 관계자들은 케이뱅크 유상증자 성패 여부는 결국 오는 21대 국회에 달려있다고 분석했다.
지난달 5일 KT가 케이뱅크 대주주로 올라갈 수 있는 여부가 달린 인터넷은행법 개정안이 본회의에서 최종 부결된 바 있다. 이에 이인영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다음 회기 국회에 다시 인터넷은행법 개정안을 통과시킬 방안을 논의하겠다고 밝혔다.
케이뱅크 주주사 관계자는 “지난해 케이뱅크의 유상증자는 KT의 대주주 통과 여부가 불확실한 상황에서 이뤄져 주주사들의 적극적인 참가가 없었다”며 “지난해 유상증자는 200억 규모 수준인 ‘브릿지 증자’에 그쳤지만, 올해는 정치권에서 약속한 사항도 있고, 은성수 금융위원장이 (유상증자를) 돕겠다고 한 만큼 지난해와 다른 결과가 나올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다만 21대 국회에서 인터넷은행법 개정안 통과에 대한 긍정적인 논의가 있을 경우의 가정이고, 만약 20대 국회에서 (인터넷은행법 개정안이) 좌절된 것과 동일한 결과가 나오면 주주사들의 증자 참가는 소극적으로 끝날 수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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