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동운의 영화 속 경제 이야기] ‘베니스의 상인(The Merchant of Venice, 2004)’과 고리대금업(高利貸金業)

[정동운의 영화 속 경제 이야기] ‘베니스의 상인(The Merchant of Venice, 2004)’과 고리대금업(高利貸金業)

기사승인 2020-04-20 16:29:58

고리대금업자(사채업자)하면, 인도와도 바꿀 수 없다는 영국의 자존심이자 세계적인 대문호인 윌리엄 셰익스피어의 ‘베니스의 상인’ 속의 샤일록이 떠오를 것이다. 뿐만 아니라, 1파운드 살점을 놓고 벌어지는 재판 이야기는 원작을 읽지 않은 사람도 알고 있는 유명한 이야기다.

“베니스의 상인 안토니오(제레미 아이언스)는 친구 바사니오(조셉 파인즈)로부터 벨몬트에 사는 포샤에게 구혼하기 위한 여비를 마련해 달라는 부탁을 받아, 가지고 있는 배를 담보로 하여 유대인 고리대금업자 샤일록(알 파치노)으로부터 돈을 빌린다. 평소 고리대금업을 멸시하던 안토니오에게 남모를 분노를 안고 있던 샤일록은 돈을 갚지 못했을 때는 가슴살 1파운드를 베어준다는 증서를 받고 돈을 빌려준다. 포샤(린 콜린스)는 아버지의 유언에 따라 구혼자들에게 금․은․납의 세 가지 상자를 내놓고 자신의 초상화가 들어 있는 것을 선택하게 하였다. 바사니오는 납으로 된 상자를 골라 구혼에 성공한다.

한편 안토니오는 배가 파선되어 빌린 돈을 갚지 못하여 법정에 서게 된다. 샤일록은 법정에서 안토니오가 돈을 빌릴 때 저당 잡혔던 가슴살 1파운드를 요구하여, 안토니오는 목숨을 잃을 위기에 직면한다. 그때 남장을 한 포샤가 베니스 법정의 재판관이 되어, ‘살을 베어내되 피를 흘리지 말 것과 정확하게 1파운드를 베어내야 한다’고 선언함으로써 샤일록은 패소하여 재산을 몰수당하고 그리스도교로 개종할 것을 명령받는다. 그 후 안토니오의 배는 돌아오고 샤일록의 돈을 훔쳐 달아났던 딸 제시카(줄레이카 로빈슨)도 애인 로렌조(찰리 콕스)와 결혼한다.”

영화를 통해서 살펴본 바와 같이, 샤일록이 악덕 고리대금업자인 것만은 틀림없지만, 그러한 시대 배경 하에서 유대인으로 다른 어떤 업종을 선택할 여지도 없었다. 사실 안토니오가 상선에 투자하여 부를 축적하는 행위는 하늘이 준 행운으로 환영했지만, 샤일록의 고리대금업은 기독교 교리에 어긋나는 일로 단죄했다. 재산증식을 목표로 하는 자본주의 측면에서 볼 때 동일한 경제행위임에도 불구하고 차별대우를 받았다. 문제는 증오를 나타내는 수단으로 ‘살 1파운드’를 담보로 했다는 데 있다. 이는 오늘날 ‘신체포기각서’를 연상시키는 것으로, 지나치는 것이었다. 그러나 샤일록은 가해자인 동시에 피해자이다. 오늘날에는 대부에 대한 이자는 정당한 것이며, 문제는 ‘고리대금’에 있다.

이자란 다른 사람에게 돈을 빌리는 대가로 지불하는 금액을 말하며 그것을 원금으로 나눈 것이 이자율이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이자는 항상 존재해왔다.(두산백과사전) 문제는 고리(高利)인데, 브리태니커사전에 의하면 고리대금(高利貸金), 즉 ‘usury’는 ‘돈을 빌리는 것(금전 소비대차)에 대해 위법한 이율을 부과하는 행위’라고 정의된다. 이는 돈을 빌려주고 높은 이자를 받는다는 뜻이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이자는 필요악이다. 오늘날 우리 사회에서 이자가 문제가 되는 것은 높은 금리뿐만 아니라 신용등급이 낮은 서민들이 은행대출을 이용하는데 어려움이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사금융을 근절할 수도 없고 규제하기도 어렵기 때문에 건전하게 활성화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덧붙여, 우리 모두는 채무에 대한 경계를 게을리 하지 말아야 하며, “돈은 빌려주지도 말고 빌리지도 말라. 빌린 사람은 기가 죽고, 빌려준 사람도 자칫하면, 그 본전은 물론, 그 친구까지도 잃게 된다”(셰익스피어)는 말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정동운(전 대전과학기술대학교 교수)

최문갑 기자
mgc1@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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