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 조계원 기자 =키코(Knock-In·Knock-Out·통화옵션계약) 사태와 관련해 은행들이 피해기업에 최대 41% 배상하라는 금융감독원 분쟁조정 결과를 놓고 5개월째 결말이 나지 않고 있다. 은행들이 배임 우려에 배상안에 대한 수락 여부를 내놓지 못 하면서 사태는 장기화되는 추세다. 그 사이 배상을 기대했던 피해기업들의 속은 시커멓게 타들어가고 있다. 금감원도 뾰족한 수가 없는 상황에서 장기화되는 키코사태의 출구전략에 대한 의견을 들어봤다.
금감원은 지난해 12월 신한·우리·산업·하나·대구·씨티은행에게 일성하이스코와 남화통상, 원글로벌미디어, 재영솔루텍 등 4개 업체에 대해 손실액의 15~41%를 배상하라고 권고했다. 배상액은 ▲신한은행 150억원 ▲우리은행 42억원 ▲산업은행 28억원 ▲하나은행 18억원 ▲대구은행 11억원 ▲씨티은행 6억원이다. 키코는 환율이 일정 범위에서 변동하면 약정한 환율에 외화를 팔 수 있는 파생금융상품이다. 그러나 약정한 범위를 벗어나면 큰 손실을 보는 상품으로 2008년 금융위기 때 가입한 중소기업들이 큰 피해를 봤다.
금감원의 분쟁조정 결과가 나오고 5개월 동안 배상에 동의한 곳은 우리은행이 유일하다. 우리은행은 분쟁조정 결과를 수용하고 일성하이스코와 재영솔루텍에 42억원을 지급했다. 나머지 산업은행과 씨티은행은 배상안을 거부했으며, 신한․하나․대구은행은 배상에 대한 입장을 5개월째 밝히지 않고 있다. 금감원은 강제력이 없는 분쟁조정의 특성에 따라 3개 은행의 입장을 기다리고만 있는 상황이다.
일단 현재 장기화되고 있는 키코사태 해결을 위해서는 청와대가 나서야 한다는 역할론이 제기됐다. 국민적 공감대를 바탕으로 정권이 나서야 한다는 설명이다. 특히 현 정권이 키코사태를 3대 금융적폐로 규정하고 규탄해 온 만큼 책임 있는 행동에 나서야 한다는 주장이다.
전성인 교수(홍익대)는 “감독당국이 일정 선에서 배상을 하고 마무리하라는 일종의 사회적 타협안인 중재안을 내놓았지만 주주가 국가인 산업은행부터 이를 거부한 상황”이라며 현 상황에 대해 한탄했다. 그러면서 “주주인 정부의 의지가 있다면 산업은행은 충분히 배상에 나설 수 있다”며 “산업은행이 배상에 나서면 나머지 은행들도 모범을 받아 배상에 나설 것”이라고 언급했다. 이어 “은행의 배상거부가 계속될 경우 부담은 정권에게 가게 될 것”이라며 “정부가 주주의 입장에서 산업은행의 운영방안을 결정해야 한다”고 해결책을 제시했다.
전 교수가 현재의 금감원 배상안을 바탕으로 사회적 압박을 통해 키코사태의 해결책을 모색한 반면 다른 한편에서는 금감원의 분쟁조정을 백지화하고 키코에 대한 대법원 판결부터 문제해결을 시작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조남희 금융소비자원 원장은 현 상황에 대해 “과거 금융당국의 무리한 은행 편들기로 지금의 결과가 나왔고, 이는 대법원의 판결로까지 이어졌다”며 “대법원의 판결까지 나온 상황에서 금융당국이 지금 와서 배상을 강요한다고 은행이 이를 받아들일 수는 없는 상태”라고 진단했다. 이어 “키코사태는 새로운 법률적 절차로 해결에 나서야 한다”며 “과거 금융당국의 잘못으로 대법원이 잘못된 근거를 가지고 판단을 내렸다면 대법원 판결 근거가 잘못됐다는 부분부터 집고 넘어가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과거사 또는 재조사 위원회 등을 통해 과거의 잘못부터 뒤집어야 한다”며 “은행에 대한 강압이나 강요보다 합리적 법적 근거를 통해 배상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한편 배상결정을 미루고 있는 은행들은 이러한 의견에 대해 좀 더 상황을 지켜봐 달라는 입장을 피력했다. 배상안에 대한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는 한 은행 관계자는 “사외이사들이 키코사태에 대해 굉장히 민감해 한다”며 “배임 문제가 발생할 경우 사외이사들 본인이 책임을 지게 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자문을 구한 법무법인에 따라 배임 소지가 있다는 곳과 없다는 곳이 있어 다양한 곳의 의견을 들어보고 종합적으로 최종 입장을 결정할 것”이라며 “은행이 배상책임을 회피하기 위해 결정을 미루고 있는 것은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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