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 오준엽 기자 = 오는 5월 29일로 임기가 만료되는 20대 국회의 성과 중 ‘국회의원 특권 내려놓기’를 주요 내용으로 하는 입법이 국민들이 꼽은 ‘좋은 입법’ 1위에 올랐다. 이밖에 가습기 살균제 사건을 계기로 추진된 ‘제조물 징벌적 손해배상책임법’과 주52시간 근로제를 핵심으로 하는 ‘근로시간단축법’이 분야별 1위 법안으로 선정됐다.
국회사무처는 제20대 종료 및 제21대 개원을 맞아 ‘20대 국회, 내가 뽑은 좋은 입법’에 대한 설문조사를 진행해 24일 발표했다. 설문에는 국민 1만5880명, 전문가 82명이 참여했다. 지난 4년간 처리된 주요 민생법안을 점검하고, 국민들이 어떤 입법을 의미있게 받아들였는지를 살펴보기 위한 첫 시도다.
크게 3개 분야로 나눠 진행된 이번 설문결과, 정치·행정분야에서는 일명 ‘국회의원 특권 내려놓기법’이 전체 응답자의 52.3%가 꼽은 가장 좋은 입법이었다. ‘국회의원 특권 내려놓기법’은 방탄국회를 촉발한 불체포 특권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추진됐다. 더불어 친인척 보좌진 채용금지와 국회의원 민방위훈련 편입에 대한 내용도 담겼다.
뒤를 이어 정치·행정분야 ‘좋은 입법’으로는 ‘음주운전 처벌강화법’이 34.4%로 2위, ‘소방공무원 국가직 전환법’이 24.3%로 3위에 올랐다. 다만 전문가들은 ‘데이터3법’을 1위(38.8%)로, ‘특권 내려놓기법’을 2위(36.3%)로, 일명 ‘민식이법’으로 통칭되는 ‘어린이 안전관리 강화법’을 3위(27.5%)로 꼽았다.
국민이 뽑은 가장 좋은 입법으로는 ‘제조물 징벌적 손해배상책임법’으로 전체 응답자의 37.7%가 표를 던졌다. 제조물 징벌적 손해배상책임법은 가습기 살균제나 라돈 침대와 같이 소비자의 건강에 위해를 끼치는 제조물이 확인될 경우 사업자가 그 손해의 최대 3배까지 배상책임을 지도록 하는 법안이다.
이밖에 국민들은 ▲금융소비자보호법(30.8%) ▲건축물 안전강화법(30.0%) ▲차량결함 책임 강화법(23.6%)을 ‘좋은 입법’으로 봤다. 반면 전문가들의 절반(50.0%)은 ‘규제 샌드박스3법’을 20대 국회 좋은 입법이라고 판단했다. 이어 ▲제조물 징벌적손해배상책임법(37.5%) ▲자율주행자동차법(26.3%) ▲차량결함 책임강화법(22.5%) 순으로 좋은 입법을 정했다.
사회·문화·환경분야 ‘좋은 입법’으로 국민은 ▲근로시간단축법(34.6%) ▲디지털성폭력방지법(29.4%) ▲감정노동자 보호법(21.9%) ▲직장내 괴롭힘 방지법(21.7%)에, 전문가는 ▲미세먼지특별법(30.5%) ▲유치원3법(29.3%) ▲코로나 대응법(28.0%) ▲바이오헬스3법(20.7%) ▲디지털성폭력방지법(19.5%)에 표를 던졌다.
이와 관련 국회사무처는 “국민과 전문가그룹이 각각 선택한 좋은 입법에는 다소 차이가 있었다”며 “특히 두 그룹에서 가장 많이 선택한 입법이 세 분야 모두 다르게 나타나는 특징도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국민들은 사회적 이슈를 해결하고 사회안전망을 강화하는 입법이나 삶에 체감되는 생활 밀착 입법을 많이 선택하는 경향을 보인 반면, 전문가 그룹은 중장기적으로 대한민국을 발전시킬 수 있는 제도설계와 국가적 시책에 대한 입법을 꼽은 특징이 있었다”고 풀이했다.
한편 설문에 참여한 국민들은 ‘20대 국회에서 이런 법들도 처리된 줄 모르고 있었다’, ‘좋은 입법들이 생각보다 많아 (분야별로) 2개만 고르기 어려웠다’는 등의 반응을 보였다. 아울러 ‘이런 설문조사나 사후평가가 잘 이뤄져서 국회의원도 제대로 된 경쟁과 평가가 이뤄지기를 바란다’거나 ‘꼭 필요한 입법을 인질로 잡지 말아달라’는 등의 바람도 함께 전했다.
설문에 전문가그룹으로 참여한 박균성 경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한국법학교수회장)도 “새로운 시대를 수용하는 창의적인 입법을 많이 하고, 새로운 시대에 장애가 되는 시대에 뒤진 입법을 개폐해 세계적으로 모범벅인 법질서를 구축하고 나아가 입법한류를 만들어가면 좋겠다”고 21대 국회에 바라는 점을 밝히기도 했다.
이와 관련 유인태 국회사무총장은 “국회의 입법 활동은 본회의 의결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그 결과를 국민들에게 제대로 알리고 전달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생각에서 이번 설문조사를 준비했다”며 “특히 제21대 국회에 국민께서 무엇을 원하는지, 어떤 입법을 반가워하실지 우리 국회가 알 수 있는 기회가 되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oz@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