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동운의 영화 속 경제이야기] ‘신장개업(1999)’과 비도덕적 상인

[정동운의 영화 속 경제이야기] ‘신장개업(1999)’과 비도덕적 상인

기사승인 2020-06-04 14:03:27

짜장면을 소재로 한국영화 두 번째로, <북경반점(1999)>과 비슷한 시기에 제작․개봉된 <신장개업(1999)>이다. 교훈적인 의미에서 살펴본다면, <신장개업>은 <북경반점>에 비할 바 못된다. 그러나 실질적인 흥행은 <신장개업>이 더 나았다고 하니 유감이 아닐 수 없다.

마을의 유일한 중국집 ‘중화루’ 건너편에 난데없이 ‘아방궁’이라는 중국집이 들어선다. 곧 아방궁의 짜장면이 너무 맛이 있어 여섯 그릇이나 먹을 수밖에 없었고, 배탈이 나 약국에 약을 사러 왔다는 등 아방궁의 환상적인 짜장면 맛에 대한 소문이 난다. 그 후, 손님들로 북적대기 시작하고, 이 때문에 중화루는 하루아침에 파리만 날리게 된다.

그러자 아방궁 짜장면 맛의 비밀을 캐려고 고심하던 중화루 왕사장은, 자신이 직접 아방궁 짜장면을 맛보러 갔다가, 짜장면 안에 사람 손가락 하나가 들어있는 것을 발견하고는 기절한다. 왕사장은 아방궁에서 짜장에 인육을 쓴다고 확신하지만 아무도 그의 말을 믿지 않고, 오히려 아방궁은 점점 번창해간다. 때마침 마을 주변 여기저기서 토막시체들이 발견되자 경찰은 살인범을 추적하기 시작한다.


결국, 아방궁의 지하실에서 다섯 개의 사람 해골이 발견됨으로써, 짜장면 재료에 인육을 사용했다는 것이 밝혀지고, 아방궁은 폐업하게 된다. 이제 중화루에 다시 많은 손님들이 찾아오지만, 중화루 왕사장은 다른 동네의 중국집 맞은편에 또 다른 아방궁을 개업한다.

‘수호지’에는 주귀가 양산박의 법도를 설명하는 과정에서 “…숨어 있다가 부자가 오면 뛰쳐나와 잡아 재산을 빼앗고 그 일족의 살은 고기로 먹고 기름은 등잔불을 밝히는 데 씁니다.”(이문열 역, ‘수호지’, 제1권 중에서)란 구절이 있다. 즉, 의적이라는 탈을 쓴 양산박 무리들은 사람을 죽여 재물을 빼앗고 그 고기를 먹는 극악무도한 악인들이었던 것이다. ‘서유기’에 의하면, 고승(高僧)의 고기가 불로장생의 영약이라 하여 삼장법사가 요괴들로부터 공격을 받는 장면이 많이 있다.

또한, 진수의 ‘삼국지’에는 유비가 즐겨먹은 음식이 인육으로 만든 포였으며, 여포가 죽은 후 그 고기를 죄인들에게 먹였다고 한다. 제갈공명은 달랐다. 남만(南蠻)의 왕 맹획을 투항시킨 공명이 본국으로 돌아가려 할 때 대규모의 풍랑을 만난다. 어느 노인이 ‘사람 49명의 머리를 공양하면 풍랑이 가라앉을 것이다’고 충고하자, ‘사람 머리 형상으로 음식을 만들어 공양을 하자’고 하여 오늘날의 만두가 생겨났다고 한다.

우리가 먹는 고기(肉)는 쇠고기, 돼지고기, 닭고기 등 다양하지만, 중국 사람들은 개고기를 향육(香肉)이라 부를 정도였으므로, 이들은 개고기에는 못 미치는 것이었다. 그러나 인육은 전쟁 승리에 대한 자기 과시의 상징이며 최고의 진상품이었으므로, 최고의 고기였다. 이시진의 ‘본초강목(本草綱目)’에서는 ‘효’의 실행방법으로, 병으로 죽어 가는 부모에게 자신의 넓적다리 살 등을 잘라서 봉양하는 일은 흔했다고 하니, 사람을 살리는 고기인 셈이다.

따라서 짜장면에 인육을 넣었다면 최고 품질의 제품을 생산한 것이다. 그렇다고 어떤 재료를 쓰던 최고 품질의 제품을 만들어 돈만 벌면 된다는 생각은 결코 해서도 안 되고 있을 수도 없는 일이다. <신장개업>에서는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고 맛있는 짜장면을 만들어 돈을 벌면 된다는 생각에서 왕사장이 다른 곳에 중국집을 개업하면서 끝을 맺는다. 우리 사회에 또 다른 아방궁들이 점점 늘어날 것이라는 생각을 하게 하여, 씁쓸한 마음을 금할 수 없다. 그러나 불법적이고 비도덕적인 상인은 영원히 성공해서도 안 되고 성공할 수도 없다.

정동운(전 대전과학기술대학교 교수)

최문갑 기자
mgc1@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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