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 노상우 기자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19(코로나19)로 전국이 혼란하던 지난 겨울과 봄, 영남대병원의 갓 2년차 간호사 신혜민(30)씨는 코로나19 전담 업무를 맡아 맡은 바 임무에 최선을 다했다.
신 씨는 어릴 때부터 간호사를 꿈꾼 것은 아니다. 대학교에서 성악을 전공했는데, 선천적으로 몸에 문제가 있어 22살에 영남대병원에서 수술을 받았다. 그러면서 간호사라는 직업을 동경했다. 주변에서 간호사가 힘든 직업이라고 많이 말했지만, 간호사가 되면 가족은 지켜줄 수 있겠구나 싶어 뒤늦게 영남이공대 간호학과에 입학해 수술을 받았던 병원인 영남대병원에서 간호사로 지난해부터 일하고 있다.
1월20일 국내에 첫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했을 때 신 간호사는 대구가 이렇게 되리라고는 상상도 못 했다. 신 간호사는 결핵 등 폐 질환을 관리하는 호흡기센터에서 근무했기에 만약 코로나19가 대구에 오게 되면 우리가 맡게 될 것이라고 선배가 말했지만, 마음의 준비를 채 하지 못한 상황에 코로나19 환자를 받게 됐다. 당시 신 간호사는 레벨 D 방호복을 입는 방법도 모를 정도였다.
신 간호사는 그런 환경 속에서도 일할 수 있다는 것에 감사했다고 말한다. “어떻게 보면 감염병이라는 큰 사태에 감염될까 일을 쉬기도 하고, 강제로 연차를 쓰게 하는 곳도 있는데 아무도 손을 쓰지 못하는 상황에서 도움이 된다는 것에 보람 아닌 보람을 느꼈어요."라고 밝혔다.
가장 힘든 순간으로는 레벨 D 방호복을 입었던 순간이라고 꼽았다. 그는 “입으면 정말 너무 더워요. 내가 이렇게 땀이 많은 사람이었나 싶은 정도였어요”라면서 “체력적으로 너무 힘든 상황에 불평·불만이 많은 환자를 상대하는 것도 고된 일이었죠. 환자의 마음이 점차 누그러지는 걸 보면서 같이 이겨나간다는 생각으로 버텼지만, 힘들었던 건 사실이에요”라고 토로했다.
코로나19로 인해 병원 내에서 사망한 분들도 몇 분 있었다. 신 간호사는 “가족들이 임종의 현장을 지키는 것이 의미가 큰데. 감염병이다 보니 음압병실에 설치된 CCTV를 통해 바깥에서 볼 수밖에 없었어요. 코로나19 확진자가 너무 고독하고 외로워 보였죠”라고 밝혔다.
신 간호사는 그중 한 환자와 딸의 통화를 중계해줬는데 딸이 “그동안 일이 바빠서 엄마 자주 보러 못 가서 미안해. 엄마 퇴원하면 내가 엄마 모시고 살게. 내가 그동안 엄마 외롭게 해서 정말 미안해. 엄마, 엄마는 강한 엄마야. 이 세상에 누구보다 강한 사람이야. 그러니까 엄마는 그 병도 이겨낼 수 있어. 엄마, 엄마, 내가 많이 사랑해. 엄마 사랑해”라고 해줬을 때 환자가 “나도 많이 사랑해”라고 말했던 순간이 아직도 눈에 선하다고 회상했다. 결국, 이 환자는 지난 4월 사망했다.
현재 신 간호사가 일하는 영남대병원은 코로나19 확진자가 감소하면서 다시 본연의 업무로 돌아갔다. 그는 “갓 2년 차 간호사로 맡은 바 임무에 최선을 다한 것뿐이에요”라며 “위험을 감수하고 일선에 뛰어든 수많은 의료진과 자원봉사자들이 있어 지금의 안정된 상황을 얻을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라고 씩씩하게 말했다.
신 간호사는 자신의 코로나19 당시 경험을 토대로 수기를 작성했고 지난 3일 대한간호협회로부터 질병관리본부장 상을 받았다. 신 간호사 이외에도 암을 진단받고도 자원봉사에 나선 간호사, 퇴직을 앞두고 자원봉사로 대구를 찾은 간호사 등의 수기들이 소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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