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작가 시마즈(다케나카 나오토)와 부인 요코(나까야마 미호)는 해바라기가 가득한 아름다운 집에서 첫사랑과 같은 감정을 간직한 채 살고 있다. 어느 날 시마즈의 직장동료들이 집에 놀러와 술자리를 가졌는데, 그 자리에서 요코는 시마즈의 동료 ‘미즈타니’를 ‘마즈타리’라고 부르는 실수를 저지른다.
그 사건 이후, 요코는 3일간 아무 연락도 없이 집을 나간다. 직장에는 남편 시마즈가 교통사고를 당했다는 어이없는 변명을 한 채…. 그 후, 요코는 옆집 남자아이에게 여자 옷을 입히려 하고, 귓속에서 계속 모기소리가 들린다고 호소하는 등 정신적으로 불안한 증세를 보인다. 왠지 모르게 불안한 시마즈는 결혼기념일에 추억이 담겨져 있는 신혼여행지인 ‘야아가와’로 여행을 가자고 한다. 신혼여행지에 도착한 그들은 둘 사이의 사랑을 다시 확인한다.
얼마 후 요코는 남편 시마즈를 남긴 채 죽는다. 아내와의 사별 이후에도 시마즈는 부인에 대한 그리움에 힘들어한다. 그러던 어느 날 우연히 부엌에서 무엇인가를 보고 울음을 터트린다. 그녀가 왜 ‘마즈타리’라는 이름을 불렀는지를 그제서야 알게 된다. 부엌 한쪽에 붙어있는 가스 점검표에 쓰여진 점검자의 이름이 그때 잘못 부른 이름과 같음을….
이후, 영화는 아내의 죽기 전의 행적을 보여줌으로써, 자신의 사진 속의 액자처럼, 자신의 틀 안에 존재해야만 했던 아내의 아픔을 이해하게 된다. 같이 있어도 요코는 언제나 혼자였다. 사랑은 얼마만큼의 포기라는 사실을 그때 알았더라면 좋았을 텐데….
“도쿄는 맑을까요? 흐릴까요?” “당신 마음은 맑은가요? 흐린가요?” “사랑합니까? 사랑하지 않습니까?” 사랑한다면 말하세요. 슬퍼지지 않게…. 우리는 얼마나 많은 말을 잊고 사는지, 하고 싶은 말은 많았는데 하지 못하고 사는지, 그때 사랑한다고 말했다면 하는 아쉬움에 젖어 살 때가 얼마나 많은지…. 설령 그 말을 했더라도 상대방이 믿어 주지 않으면 아무 소용이 없지만…. 신(信, 믿을 신)자는 ‘사람의 말’을 뜻하는데, 사람의 말은 ‘신뢰’가 있어야 함을 의미한다. 이것이 소통의 기본이다. 우리의 모든 만남도 신뢰에 바탕을 두어야 한다는 뜻이다. 영화 속에서의 그들의 사랑의 비극은 대화(믿음)의 상실에 따른 결과이기 때문이다. 물론, 말로 표현하지 않더라도 둘 사이에 흐르는 따뜻한 마음을 알 수 있다면 아무 문제가 없겠지만…. 그것이 최상의 소통이기 때문에….
미래는 기다리지 않아도 반드시 찾아오게 마련이지만, 과거는 돌아가고 싶어도 돌아갈 수 없다. 그리고 그 중간에 현재가 있다. 그러기에 인생은 추억 만들기다. 빛바랜 사진을 꺼내보며 미소를 머금을 수 있는 것도 그 때가 아름답기 때문이다. 영화에서 “나의 사진 인생은 요꼬와의 만남으로 시작되었다.”는 독백처럼, 주위의 모든 것을 사진으로 남기는 시마즈에게, 그의 렌즈가 언제나 머물렀던 것은 요코였다. 시마즈가 아내와의 가장 행복했던 시간들을 기억하기 위해 사진을 찍은 것처럼, 비록 짧고 허무한 인생일지라도 우리가 지금, 바로 지금 찾으려고만 한다면, 먼 훗날 지난 삶 속에서 얼마나 많은 행복했던 순간이 있었는지를 기억해내고 간직할 수 있게 해준다는 것이, 얼마나 큰 기쁨인지를 느끼게 해준 것만으로도…, 이 영화는 가슴 깊이 간직할 만하다.
바로 오늘 사랑하자. “사람은 행복하기 때문에 사랑하는 것이 아니라, 사랑하기 때문에 행복한 것이다.”라는 말은 말 그대로 사실이기 때문이다. 그러기에 우리는 함께 부딪히며 살아가는 사람들을 돌아보자. ‘단지 서로 필요하다는 이유만으로 살아가고 있는지’, 아니면 ‘정말 사랑하며 살아가고 있는지’에 대하여…. 그리고 소중한 이 순간을 잃지 않기 위해 말을 하자, 말이 필요 없다면 더 좋겠지만….
정동운(전 대전과학기술대학교 교수)